토론시간 끝나도 “반론권 달라”...진보 이종석·보수 천영우 첫 공개 논쟁

이하원 외교담당 에디터 2024. 5. 1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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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최근 북한 사태는 햇볕정책 파탄 아니라 윤석열 정부 정책 파탄”
천 “진보정부에서 남북관계 결정권을 북한에 준 것이 문제”
통일과나눔재단이 9일 개최한 ‘변화하는 통일 환경, 그래도 통일은 온다’ 콘퍼런스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이 대북정책과 통일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통일과나눔재단이 9일 개최한 ‘변화하는 통일 환경, 그래도 통일은 온다’ 콘퍼런스에서 노무현 정부의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이명박 정부의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간에 대북문제, 통일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최근 북한이 ‘민족,동족 개념 사라졌다’며 2국가론을 내세우며 호전적 태세를 보이는 것은 햇볕정책의 파탄을 의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 이, “햇볕정책 난도질하고 북과 대결한 것이 문제”

그러자 이 전 장관은 “햇볕정책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는 순간 파산했다. 최근 벌어진 일은 햇볕정책의 탓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탓”이라고 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하다가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책임지고 미안하다고 하겠으나, 햇볕정책 난도질 하고 북한하고 대결했기에 최근 사태를 햇볕 정책의 파탄이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천 전 수석은 “북한의 위협적인 언사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없다. (표면적으로) 남북관계가 좋다, 나쁘다 보다 남북관계 결정권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문제”라고 했다. 역대 진보정권에서 남북관계 결정권을 북한에 넘겼기에 그 기간에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남북관계 결정권을 넘기면 북한과 부딪칠 일이 없다. 북한이 결정권을 갖는 상태의 평화는 아주 굴욕적인 것으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했다.

북핵 문제에서도 두 사람은 대립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은 핵을 협상용으로 만들었다가 보유용으로 전환했다”고 했다. 북한이 처음부터 핵을 보유할 계획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천 전 수석은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핵 포기하는 척 만하고, 파키스탄을 통해 안 들키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후 북한 핵을 용인해주는 햇볕정책이 지속할 근거가 사라졌다”고 했다.

통일과나눔재단이 9일 개최한 ‘변화하는 통일 환경, 그래도 통일은 온다’ 콘퍼런스./재단법인 통일과 나눔

◇천, “흡수통일 안 하려 발버둥쳐도 피할 수 없을 수 있다”

통일관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이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대폭발(붕괴를 의미)이 있을 것으로 말하는 것은 수시때때로 나오는데 상당기간 동안 그럴 가능성 없다”며 “나는 (단기간 내) 통일에 대해서 비관적”이라고 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통일이 안 된다고 단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는 잠정적인 특수관계라고 했지만, (남북 모두에서) 두 개의 국가를 향한 원심화 경향을 막기 어렵다”며 “현재의 상황은 두 개의 정상적인 국가로 있을때만 못하다”고 했다. “지난 남북관계는 복싱선수가 클린치 상태에서 뒤통수 쳐서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었기에 이제는 정상적인 두 개의 국가가 됐다가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통일은 후대로 넘기자”고 했다.

이에 대해 천 전 수석은 “북한이 임계점에 이를 수 있어서 우리가 아무리 북한을 흡수통일 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쳐도 피할 없는 상황이 올 수 있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는 말은 통일에 적용돼야 한다. 사람중심의 접근법으로, 북한 주민을 세계 최대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자유롭게 하는 게 정치적 통일보다 먼저돼야 한다”고 했다. 북한 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전 장관의 ‘두 개의 국가’ 론을 반대하면서 “남북합의서에 기반한 특수관계 ‘하나의 코리아’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에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북한이 자치능력을 상실하면 중앙정부로 통치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둬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토론 시간이 끝난 후에도 반론권을 달라고 할 정도로 논쟁은 가열됐다. 사회를 맡은 박명규 전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시간이 많이 지나 토론을 종결시키려 했으나 이 전 장관이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그는 “천영우 대사는 내가 NSC 차장일때 6자회담 수석대표였다”며 “진보정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한꺼번에 뒤집어 씌우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다른 장에서 하나하나 따져서 얘기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그는 이날 “어떤 정권도 북한 붕괴시 컨틴전시(비상)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에 대비했었음을 시사했다.

이 전 장관과 천 전 수석은 2017년 관훈클럽 주최 제주 세미나에 함께 나와 대북 문제에 대해 공개 토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청와대로 긴급 호출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이날 회의장 주변에서는 “진보·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두 이론가가 처음으로 의미있는 공개토론을 벌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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