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 돋보기 사용 늦출수록 좋고, 도수도 좀 낮게 해야"

정영재 2024. 5. 1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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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건강과 안과 질환
분당서울안과 강용홍 원장은 “몸이 건강해야 눈도 건강하다”고 강조한다. 강 원장(오른쪽)이 환자의 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 분당에서 25년째 분당서울안과를 운영하고 있는 강용홍 원장은 백내장 수술 분야 전문가다. 그런데 강 원장은 “백내장 수술은 급하게 할 이유가 없다. 생업에 지장이 있거나 불편한 정도가 심해졌을 때 해도 된다”고 말한다. 백내장 진단이 나오는 순간 바로 수술을 권하는 병원들과 다르다. 강 원장은 “기술과 장비가 좋아져 수술 시간이 10분 남짓으로 줄었고, 수술 다음날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백내장은 누구나 겪게 되는 노화의 과정이므로 각자 형편에 맞게 수술 일정을 잡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강 원장은 외과쪽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우연찮은 기회로 안과를 택했다. 와서 보니 안과도 일반외과 못지않게 치열한 ‘칼잡이’ 현장이었다. 오히려 더 섬세한 감각과 예리한 판단이 필요한 분야였다. 그는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려 애썼고, 수술 장면 비디오를 돌려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한다. 강 원장을 만나 눈 건강과 안과 질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노안(老眼)과 백내장의 차이점부터 설명했다. “노안은 눈의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지는 걸 말한다. 멀리 보는 건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가까이 있는 물체에 초점을 맞추려면 근육을 써야 하는데 나이 들면서 그 근육이 약해지게 된다. 백내장은 ‘노화’의 과정인데 수정체(렌즈)의 투명도가 떨어져서 혼탁해지는 증세를 말한다.”

비문증 70~80% 노화증세, 염증 땐 검사를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강 원장은 “노안이 왔다고 돋보기를 일찍부터 쓰면 노안을 더 빨리 진행시키는 셈”이라고 했다. 모든 근육은 사용해야만 유지가 되는데 돋보기를 쓰면 잘 보이니까 눈 조절력 근육을 안 쓰게 된다. 자연히 근육이 퇴화하면서 눈이 더 나빠진다는 거다. 강 원장은 “돋보기 사용은 늦출수록 좋고, 쓰더라도 도수를 좀 낮게 해서 눈 근육을 가능하면 많이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신체 노화를 진행시키는 당뇨·고혈압·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과 카페인·술, 수면부족 등이 눈 건강에 직결된다고 한다. 감정 상태와 불안증·공황장애·우울증 등 정신질환도 시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눈앞에 날파리들이 떠다니는 듯한 증세(비문증)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강 원장은 “비문증의 70~80%는 나이 들어 피부에 주름이 생기는 것과 같은 노화 증세다. 눈 속의 유리체가 부분부분 떨어지고 녹아서 빛이 들어오면 그림자를 만드는 현상이다. 크게 걱정할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없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눈에 염증이나 망막 박리 등으로 인한 비문증인데, 꼭 검사를 받아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검염은 눈꺼풀 끝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안구건조증의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눈이 뻑뻑하고 시리고 따갑고 눈 주변이 빨개지기도 한다. 염증의 상태에 따라 먹는 약, 안약, 눈꺼풀 마사지, 레이저 치료 등을 한다. 안검염은 2~3개월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되는 질환이라고 한다.

한두 시간 집중했다면 1~2분 쉬어줘야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폼 잡으려고 쓴다”며 거부감을 갖는 시선도 있다. 강 원장은 “서양인은 눈동자 특성상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잘 차단하지 못해서 선글라스가 필수다. 동양인의 눈동자는 가시광선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자외선은 색깔을 넣는다고 해서 차단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색이 진한 선글라스는 눈동자를 커지게 해서 자외선을 더 많이 받아들이게 만든다. 또 비싸게 산 선글라스를 본전 생각 때문에 오래 끼게 되면 자외선 차단 기능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선글라스는 색깔이 옅고 가격 부담이 적은 제품을 몇 개 사서 번갈아 끼는 게 좋다”고 말했다.

휴대폰, 컴퓨터 모니터, TV 등 영상 디바이스의 홍수 속에서 눈을 보호할 방법을 물었다. “보통 가정에서 쓰는 전자제품의 전자파는 눈 건강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컴퓨터 모니터보다 냉장고에서 더 많은 전자파가 나온다. 휴대폰의 블루라이트도 눈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근거리에서 뭔가를 계속 보는 게 눈에 큰 노동을 시키는 것이고, 주식시세표 같은 걸 보면서 눈을 안 깜빡이게 되면 눈이 말라버린다.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면 눈이 나빠지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다. 책이든 모니터든 눈에서 10㎝ 정도만 더 떨어뜨려도 훨씬 편하다. 한두 시간 집중해서 뭔가를 본 뒤에는 1~2분이라도 쉬든지 먼 곳을 바라보는 게 좋다.”

건강한 눈을 백세까지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원장이 명쾌한 답을 내놨다. “몸이 건강해야 눈도 건강하다. 몸과 마음 상태를 늘 체크하고, 몸에 나쁜 습관을 줄이는 게 ‘내 몸의 보물’인 눈을 지키는 길이다. 눈에 좋다는 식품이나 건강보조제, 눈 체조 등도 나쁘지 않지만, 전체 눈 건강의 10% 정도 밖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너무 여기에 매달리기보다는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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