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드] 스마트폰 반납하고 ‘도파민’ 단식한다?…‘디지털 디톡스’에 빠져든 MZ들

신정은 2024. 5. 11. 00: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멀리하고 심신 피로 회복
휴대전화 반납하는 카페·팝업스토어 ‘인기’
“젊은 세대들의 성취감을 높이려는 노력이 긍정적으로 표출”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요즘 애들’은 쇼츠나 릴스 등 짧지만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영상을 찍어 올리는 문화를 이끌면서도 아이러니하게 90년대 유행하던 레트로 감성을 재현한 통 넓은 바지를 입거나 LP판 카페를 찾아간다. 이들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색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MZ’라고들 하지만 사전적으로 보면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치열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며 살아간다. 강원도민일보 디지털국 뉴스부 MZ기자들이 ‘MZ세대’의 트렌드와 문화의 길을 따라가 본다.
 

6. 스마트폰 반납하고 ‘도파민’ 단식한다?…‘디지털 디톡스’에 빠져든 MZ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디지털 디톡스’ 열풍이 불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란, 쾌락을 느낄 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줄이기 위해 휴대전화와 전자기기 등의 사용을 멀리하고 심신의 피로를 회복한다는 의미다.

숏폼(1분 내외의 짧은 영상) 등의 강렬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됐던 이들이 도파민 ‘탐닉’에서 벗어나 ‘힐링’을 스스로 찾아 나선 것이다.

이렇다 보니 휴대전화를 반납해야만 입장할 수 있는 공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상 속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할 수 있는 북카페를 찾아가 MZ 체험에 나서봤다.
 

▲ 지난 4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북카페에서 이용객들이 휴대전화를 반납한 후 독서를 즐기고 있다. 신정은

◇ 휴대전화를 보관함에 맡겨야 카페 입장 가능…“집중력 높아지고 평온함 느껴”

지난 4일 오후 3시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한 북카페에 들어서자 고요함과 함께 이용객들이 자리에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말엔 대기 줄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카페 측에 따르면 카페에는 20대 중후반 고객들이 주말 오후 시간대에 가장 많이 찾아오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이곳에선 필수적인 규칙이 있다.

바로 휴대전화, 태블릿PC,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에 3시간 남짓이라도 오로지 독서와 사색을 즐기자는 취지다. 직원은 “휴대전화는 보관함에 맡겨야 입장이 가능하며, 중간에 꺼내올 수 없다”고 안내했다.

‘몰입의 방’이라는 개별 보관함에 휴대전화를 넣어두고 잠글 수도 있다. ‘금욕 상자’라는 이것은 미리 설정한 시간이 끝나는 순간까지 절대로 열 수 없다. 기자는 ‘휴대전화 감옥’이라고 불리는 금고 형태의 보관함에 휴대전화를 집어넣으며 괜히 침을 꿀꺽 삼켰다. ‘급한 전화가 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지만, 감옥 문을 굳게 닫았다.
 

▲ 이용객들이 금고 형태의 보관함에 휴대전화를 넣어둔 모습. 신정은

그리고서 읽을 책을 골라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보통 같으면 업무나 독서를 시작하기 전 준비 시간으로 휴대전화를 만지기 일쑤였지만, 카페의 취지와 맞게 곧바로 책 읽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화장실을 갈 때면 무의식적으로 휴대전화를 찾았고, 진동이 느껴지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집중력이 떨어져 갈 때쯤엔 통창 밖 푸릇하게 물오른 나무들과 여유로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바라보며 평소 미루던 일기를 적었다.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지내던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옆자리에서 시라이 도모유키의 소설을 읽고 있던 이모씨(24)는 남자 친구와 색다른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씨는 “평소 밥 먹을 때도, 자기 전에도 붙잡고 있을 정도로 휴대전화 의존도가 높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휴대전화를 제출한다는 사실이 낯설기도 했지만, 막상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을 읽다 보니 집중력이 높아지고 평온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 도파민 중독 탈피를 위해 찜질방 콘셉트로 꾸며진 팝업스토어. 사진제공=박모씨

◇ 도파민 중독 피하기 위한 팝업스토어도 관심 집중…“도파민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긍정적인 방식”

‘스마트폰이 일으키는 도파민을 쫙 빼주겠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찜질방 콘셉트로 꾸며진 팝업스토어(단기간으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체험관)도 MZ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이곳에 입장하려면 역시 스마트폰을 보관함에 맡겨야만 한다. 이후 자신의 도파민 중독 지수를 점검하는 테스트를 거쳐 책 읽기, 명상, 퀴즈 풀기 등의 ‘디지털 디톡스 체험 활동’이자 ‘미션’을 고르면 된다.

‘도파민 중독 테스트’ 설문지는 총 10가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문지에는 ‘하루에 커피 2잔 이상을 마신다’, ‘일 평균 스크린 타임(휴대전화 평균 사용 시간)이 4시간 30분 이상이다’, ‘식사 시간 혹은 자투리 시간을 자주 휴대전화와 함께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전화를 찾는다‘ 등의 문항이 적혀있다.

한 문항당 10점씩 점수를 매기고, 체험 활동을 통해 점수를 0점으로 만들어야 휴대전화를 돌려받을 수 있다.
 

▲ 체험 활동을 마친 후 제공되는 계란과 수건. 사진 제공=박모씨

지난 4월 해당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직장인 박모씨(27)의 도파민 중독 지수는 60점이었다. 박씨는 “한참 ‘환승연애 2’(연애 예능 프로그램)가 방영 중일 때 ‘도파민이 터진다’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자극적인 사랑싸움에 도파민 중독 수준으로 빠져있었다”며 “최근에도 짧고 강렬한 숏폼 영상이 보이면 넋 놓고 시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도중 디지털 디톡스를 콘셉트로 하는 팝업스토어를 발견했다. 그는 평소 당연하게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반납하니 처음에는 매우 어색했다고 말했다. 체험 공간에 앉자마자 자연스럽게 ‘인증사진 찍어야지’ 하며 휴대전화를 찾는 자신의 모습에 도파민 중독이 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박씨는 “하지만 여러 가지 체험에 집중하다 보니 금세 휴대전화가 없는 것에 익숙해졌다. 디지털 기기 없이도 충분한 재미를 느낀 게 오랜만이라 뜻깊었다”며 “미디어에 하루 종일 노출되기 쉬운 요즘 시대에 잠시나마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디지털 디톡스의 경우 도파민을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주거·경제·직장 문제 등 젊은 세대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시기이다 보니, 본인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성취감을 높이려는 이들만의 노력이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유 강원특별자치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도 “디지털 디톡스는 단기적으로 자극적인 요소를 절제하면서 도파민 분비 패턴을 회복시키는 효과를 준다”며 “휴대전화를 멀리하는 작은 실천으로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좋은 취지”라고 전했다.

#휴대전화 #도파민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