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청년에게 불리한 주택청약 재설계하자
갭투자한 청년들, 시장침체-고금리에 직격탄
신축 소유권 증권화해 지분소유 가능케 하자
현 청약제도는 신축 주택 구매의 중요한 방식 중 하나이다. 이 제도는 청년 또는 신혼부부 등을 위한 특공 물량을 배정하면서 여러 번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주택청약은 다자녀 가구와 오랜 청약저축 조건 등으로 청년층에게 여전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청년은 구축 주택을 구매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돌린 것이다. 그리고 갭투자를 통해 주택을 구매한 청년은 다른 곳에서 임차로 거주하면서 소유와 거주가 분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갭투자를 통한 소유와 거주의 분리 현상은 장기적으로는 주거 안정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주택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
2022년과 2023년의 주택 시장 상황은 갭투자를 한 청년의 기대와는 달랐다. 특히 대출을 동시에 이용한 ‘영끌’ 청년에게 주택 시장의 침체와 높은 금리 상황은 큰 경제적 압박으로 다가왔다. 전셋값 하락의 영향을 들어보자.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 할 시점에 전셋값이 떨어졌다면 갭투자를 한 청년은 추가로 현금을 반환해야 할 상황이 된다. 이때, 청년은 집을 다시 팔아야 하거나 또 다른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경제적 압박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금리의 변동성도 위험 요인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2022년 6월)에 따르면, 특히 대출을 이용한 차주들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80%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는 차주가 자신의 소득 대부분을 대출이자 및 원금 상환에 사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의 주택청약이 청년들에게 불리하고 따라서 개선되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2022년에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이다. 질문은 ‘수도권 신축 아파트 구입을 위해 현재의 주택청약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로 응답자의 75.2%가 ‘그렇다’를 꼽았고, 단 5.0%만이 ‘개선이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다음 질문은 ‘청년들이 수도권 주택청약으로 아파트 구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로 응답자의 62.1%가 ‘청년들의 아파트 구입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현재 주택청약제도가 신축 아파트를 사려는 청년들에게 비효율적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주택매매 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정도로 청년들의 매매시장 참여가 활발한 상황에서 주택청약제도를 새롭게 재설계하는 것은 어떨까. 현 청약제도가 40년 전 주택 시장 성장기에 대량 주택 공급을 유인하기 위해 시행사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된 것이라면 이제는 저성장, 저출산, 1인 가구의 증가 등 새로운 경제·사회적 구조에 새롭게 맞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마침 부동산 산업에 프롭테크(Proptech·Property+Technology)의 정보기술(IT) 신기술도 접목되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세입자와 집주인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로 인한 전세 사기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부동산 산업에도 소개되고 있다.
여기서 청년을 위한 새로운 청약모델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첫째, 신축 아파트의 소유권을 구분 증권화하여 플랫폼 시장에 상장하고 청년들은 적은 금액으로도 누구나 공모 청약하여 증권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자. 둘째, 청년은 동시에 임대 공모도 청약하여 구분 증권 공모 청약자 중 1인이 임차인으로도 거주할 수 있게 하자. 셋째, 임차인의 임대료는 구분 증권 소유자에게 배당처럼 분배되게 하자. 넷째, 구분 증권 소유자는 언제든 플랫폼 시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함으로써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전통적인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자. 새로운 청약모델 제안이 소수의 분양 당첨자에게 한정되는 로또 청약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청년들의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감도 키우면서 주거 안정성까지 도모할 수 있는 대안 설계의 촉매제가 되어 사회 전반에 걸쳐 활발히 논의되길 기대한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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