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우의 밀레니얼 시각]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2024. 5. 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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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반경의 행복한 친구가
나까지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
'좋은 관계'는 돈·직업보다 중요

최근 친구에 관해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하나 접했다. 우정에 관한 과학을 다룬 로빈 던바의 '프렌즈'에 소개된 한 사회학 연구였다. 이에 따르면 어떤 사람에게 1.6㎞ 반경 내에 사는 행복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25% 높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34% 높아진다. 인간의 시기 질투에 대한 이야기가 더 흔한 요즘이지만, 해당 연구 결과는 우리가 실제로 다른 행복한 사람 때문에 불행해지기보다는, 행복이 전염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간은 생각보다 타인에게 받는 영향이 엄청나서 가까운 사람이 우울하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 우울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나와 가까운 사람이 행복하면, 나도 그의 여러 삶과 일상에 대한 태도로부터 영향을 받아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85년간 2500명의 삶을 탐구한 하버드대 연구팀의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인간의 행복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건 돈이나 직업이 아니라 '좋은 관계'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언젠가부터 행복한 사람들을 좋아했다. 행복한 사람들이 돈이 많거나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내가 느낄 때 성공이나 돈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자랑하기 바쁜 사람들은 불행해 보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만의 고유한 행복에 대해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홀로 동네천에서 기타 치며 노래하는 자유, 딸과 보내는 주말 오후, 옛 친구들을 만나러 전국을 다니는 일에 관해 무엇보다 행복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타인에 대한 비교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늘 상대적 박탈감과 시기 질투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성공해도 불행하다. 그러나 자기만의 행복을 발굴하고, 찾고,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 행복을 주변 사람에게 전염시키는 듯하다. 인생의 조건이야 살아가다 보면 좋지 않을 때도 있고 여유로울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측량 가능한, 정량화 가능한 조건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요즘 나는 불평불만에 절어 구제할 길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들이나, 세속적인 탐욕과 허세에 빠져 돈과 명품만 밝히는 사람들과는 거의 본능적으로 거리를 둔다. 반면 자기만의 고유한 행복을 좇을 줄 아는 사람들은 자주 생각나고, 찾아가고, 만나자고 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의 풍요로움부터 다르다. 돈이나 골프 이야기밖에 할 게 없는 사람들과 달리 소설, 음악, 영화, 문화, 명상 등 저마다의 행복을 이야기하며 대화도 풍성해진다. 그런 만남들은 늘 '뒤끝'도 참 좋다. 그들에게 받는 영향이 좋아서 나도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어 힘을 내기도 한다. 선물을 주기도 하고, 일부러 많이 웃기도 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애쓴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고유한 행복을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잘나고 우월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박탈감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행복에 대해 말하는 법도 배우고자 한다. 산책과 독서의 즐거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소한 시간의 소중함처럼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느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바라건대 나도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었으면 싶다. 내가 당신의 1.6㎞ 반경 안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이 행복할 확률이 높아진다면, 그 얼마나 밝고 아름다운 존재인가 생각한다. 삶의 보람이라는 게 그렇게 거창한 데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나의 존재로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고, 조금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우주의 먼지 같은 존재로서는 충분한 삶의 의미를 지닌 것일 테다. 그러니까, 행복한 사람이 되어,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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