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BM의 음악에 대한 순수함과 태도의 집약체 ‘Element’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2024. 5. 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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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SP미디어

고백부터 하자면, BM과의 인터뷰 전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한국어 실력과 별개로 해외출신 멤버다 보니 어쩐지 단답형 문답이 오갈 것 같다는 불안감과 제한된 시간동안 다수의 기자와 동시에 인터뷰를 진행하는 라운드 인터뷰의 특성상, 그나마도 뻔한 이야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그런 선입견이었다.

물론 후자의 경우 BM의 탓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판에 박힌 답변이 반복되는 건 이를 듣는 취재진이나 하는 아티스트 모두에게 피곤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에 여차하면 ‘기레기’ 소리를 감수하더라도 ‘받아쓰기’를 하고 올 생각으로 참석한 인터뷰였으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런 기자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하고 또 편협한 것이었는지 깨닫고 말았다.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BM의 얼굴은 처음부터 굉장히 밝고,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앨범이 나온 것이 너무 좋아 참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그 표정만큼이나 당연히 BM은 자신의 첫 ‘Element’(엘리멘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고,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그 안에는 자신감과 행복감이 깃들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BM의 말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단순한 홍보성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앨범이 탄생하게 된 과정과 마음가짐, 태도의 변화, K팝 그룹으로서 음악을 대하는 솔직한 생각까지,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BM은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최대한 꺼내려 노력했다.

시작하기 전부터 편견에 사로잡혀있던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BM이라는 가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번 인터뷰의 명분은 EP ‘Element’의 발매였기에 시작은 이데 관한 것 부터였다.

BM은 “‘Element’는 나에게 엄청 뜻깊은 앨범이어서 신이 나있고 들떠있다. 굉장히 설레고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열심히 배운 게, 이 순간을 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행복하고 감사한 시기다”라고 행복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어 그는 “앨범을 만들면서 어떤 메시지보다 어릴 때 좋아했던 음악, 현재 좋아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아프로 비트, 아프로 팝, 2000년대 초반 90년대 후반 힙합 알앤비가 많이 돌아오고 있어서 그 느낌을 BM만의 색으로 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BM이 이번 앨범에 더욱 특별한 감정을 지닌 이유는 말 그대로 마치 짠 것처럼 일이 술술 풀렸기 때문이다.

사진=DSP미디어

BM은 “기분이 엄청 특별하다. 희한하게 도미노처럼 일이 다 따라오고 있다. 이번 EP의 타이틀곡 ‘Nectar’(넥타르)를 쓸 때가 전작 ‘Lowkey’(로우키)를 냈을 때였다. 또 그 당시 프로듀서 프란시스갓히트(Francis GotHeat)였는데, 믹스 마스터 데이비드 영인 김(David Yungin Kim)을 통해 만난 친구다. 이 두 친구와 함께 만든 곡이다. 그리고 ‘Nectar’ 마지막 퍼즐 피스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박재범에게 피처링을 부탁했고, 흔쾌히 승낙해 줘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프로젝트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박재범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것도 BM에게는 특별한 일이었다. 박재범은 바로 BM이 K팝 가수로서 꿈을 갖게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BM은 “박재범의 참여로 곡의 완성도가 1000% 늘어났다. 내가 11년에 오디션에 나갔는데, 그때 박재범의 공연이 있었다. 나는 당시 K팝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나 한국어도 몰랐다. 그런데 그 무대를 보고 ‘저 사람처럼 돼야겠다’라고 결심했다. 박재범을 보며 춤을 열심히 추다 보니 데뷔까지 하게 됐다”라고 박재범과의 인연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다 작년 11월쯤에 코알라라는 래퍼의 ‘RSVP’ 리믹스에 박재범과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교류가 생겼다. 친해졌다기보다 박재범이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 같다. 그 이후 DM으로 피처링을 요청했을 때는 답이 없었는데, 다음에 실제로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물어보니까 바로 한다고 하더라. 게다가 뮤직비디오까지 출연해줘서 나에게는 너무 신기하고 영광적 자리였다”라고 말하며 감격스러워 했다.

박재범과의 만남은 단순히 신기한 경험에 그치는게 아니라 BM 스스로 한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도 됐다.

BM은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현장에서 대화를 나누는데, 박재범이 ‘너는 왜 이런 무대, 저런 무대에 서지 않느냐?’라고 묻더라. 그러면서 언급한 무대가 내 생각에는 굉장히 멋있는 아티스트만 서는 무대였다. 그말을 듣고 인정을 받은 느낌이었다. (박재범은) 정상에 있는 분이지 않나. 내 스스로 열심히 잘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에는 피처링도 포텐셜이 보여서 해준 게 아닌가 싶다. 박재범의 피처링 기준이 곡부터 좋아야 한다고 들었다. 더 큰 아티스트, 개성있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는 포텐셜을 봐준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자신감도 생겼다. BM은 “지금 완전히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지금이 가장 준비돼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솔로곡을 내도 마음의 준비는 잘 안 됐었다. ‘내가 해야 할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없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는 단순히 박재범 때문만은 아니다. BM은 스스로에 대해 깊은 고찰과 반성을 경험하고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였다.

그는 “자신감은 나를 많이 내려놓으면서 오히려 더 생겼다. 2년 전에 발렌시아가, 휴고 보스 모델을 하면서 파리 패션쇼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는 어깨가 올라가고 머리가 커졌던 시기였다. 뭐가 안되면 밖으로 탓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부족한 걸 마지막에 보게 되더라. 그게 걸려서 지금도 주변에 미안한 마음이다. 본진이 탄탄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많이 내려놓게 됐다. 명예 돈 이런 것보다 먹고 살면서 하고 싶은 예술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삶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BM은 “작년에 어머니가 항암 치료를 받았다. 그래서 미국 본집을 갔는데, 드라이브를 하면서 보니까 주변에 수많은 다양한 사람이 있더라.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 문제없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걸 느끼니까 내 문제들이 작아 보였다. 거기서 더 내려놓게 됐다. 그렇게 내려놓으니까 그다음부터 음악도 잘 풀리고 다른 일도 잘 풀리게 됐다. 그래서 본질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만든 게 좋았던 거 같다”라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이처럼 자신감이 생기니 전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던 다른 시도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EP의 수록곡 ‘Embers’(엠버스)와 ‘Loyalty’(로얄티)는 보컬 곡이자, 기존에 BM이 하던 음악과는 살짝 다른 결을 들려준다.

BM은 “‘Embers’와 ‘Loyalty’는 비트와 랩벌스만 내가 쓰고 작곡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긴 곡이다. 제이콥 애런(Jacob Aaron)이란 작곡가인데, 내가 내 곡을 쓰면 내가 편한 범위에서만 쓰게 되더라. 그 범위를 넓히고 싶어서 맡기게 됐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이걸 부를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제이콥 애런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해서 시도했고 잘 나왔다. 나는 내 톤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사람이었는데 이런 곡에 이런 톤을 낼 수 있어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은 노래를 부를 때 나에게 맞는 톤을 찾지 못했다. 스스로 내 톤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가, 지금까지는 누군가를 따라서 그렇게 부르려고 했었다. 좋아한다고 무작정 박재범이나, 태양 같은 톤을 따라 하려다 보니 내 목소리, 내 창법으로는 예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동안은 스스로 그걸 몰랐다. 물론 여전히 보컬 실력은 별로인데 톤은 좀 나아진 것 같다”라며 웃어보였다.

사진=DSP미디어

자신감도 충만하고 음악적 영역도 넓혔으니, 이제 BM은 보다 많은 사람들과 음악으로 만날 준비를 하는 중이다.

BM은 “클럽 뱅어(Club Banger)라는 단어가 있다. 클럽에서 언젠가는 한 번은 꼭 나오는 곡이라는 뜻이다. 내 음악이 그런 느낌으로 되면 좋겠다. 이번 EP는 클럽에 가장 적합한 음악이다. 원래 하던 K팝은 더 순수하고 그런데, 이제 나도 33살이다. 이제는 좋아하는 것 내고 싶은 음악을 조금 더 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 같다”라고

이어 그는 “미국 투어도 잘돼가고 있다. 6개 도시를 했는데, 이번 투어는 만 21세 미만은 못 들어온다. 이상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고, 파티 분위기를 내기 위해 같이 술도 마시고, 성인만 할 수 있는 말이나 그런 걸 좀 편하게 할 수 있게 그렇게 정했다. 티켓 판매도 예상보다 잘되고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압구정 클럽에서 리스닝 파티를 한다. (※앨범 발매 전 지난 3일에 개최) 이번엔 특별히 선물로 먼저 들려드리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번 앨범은 클럽 분위기에 맞춰 제작을 했다 보니, 다소 적나라한 표현들이 있어 음악 방송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BM은 “이번에는 (음악방송을) 포기하게 됐다. 요즘에 해외에서 나에게 그런 수식어가 생겼다. ‘어덜트 K팝’(Adult K Pop)이라고 한다. 이번엔 거기에 맞게 만든 앨범이다. 이게 나쁜 게 아니라, K팝 소비자층이 연령대가 의외로 높다. 3~40대 팬이 10대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기가 들어도 되나 걱정를 하는데, 내 음악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좋다고 하더라. 카드로 공연을 할 때도 보면 9살, 10살 꼬마아이부터 60세 70세 어르신도 있다. 남미나 미국에서 할머니도 오시고 그런 모습을 많이 봤다. 그분들이 정말 어린 소녀처럼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팬의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끝으로 BM은 자신을 지키면서도 대중이 원하는 음악으로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BM은 “K팝 업계가 치열하고 연습도 힘들고 그런데, 이런 태도를 알려줬다. 성실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투자해야 하는 에너지와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K팝을 하면서 기술들을 많이 배웠다. 그렇게 배운 것, 키워온 것이 이제는 내가 추구하는 음악과 보여주고자 하는 느낌에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지난 활동을 돌아보았다.

사진=DSP미디어

이어 “그리고 순수함도 많이 배웠다. 애교부리고 이런 건 예전에는 어려워했는데 요즘에는 팬이 좋아하면 그냥 다 좋다. 그 웃음을 받으면 나도 좋다. 애교부리고 귀여운 영상 찍고 하는 게 더 이상 어렵지 않더라. K팝이 아니었으면 멋에 집착하고 그랬을 텐데, 이런 순수한 마인드를 열게 해 준 것도 좋은 것 같다”라며 웃었다.

더불어 그는 “내가 계속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고집을 부렸으면 이 EP 자체가 나오지 못했을 거다. 이 EP의 의미는 태도다. 어떤 태도로 음악을 만드는지 그런 태도다. 앨범에 참여한 사람들을 내려놓은 상태로 만나서 잘된 것 같다”라며 “댄스 가수지만 힙합과 K팝도 섞이고, 춤도 섞을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내가 어떤 아티스트인지는 대중이 정해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고 싶은 게 있고, 그게 통하면 성공적이지만 아닐 때도 있다. 내가 추구하는 음악과 내고 싶은 느낌을 맞춰가는 과정인 것 같다”라고 덧붙이며 K팝 아티스트이자, 솔로 아티스트 BM으로 꾸준히 팬을 찾을 것을 약속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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