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탄생 150년…'오르세 잔치'에 파리 들썩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5. 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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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1874 '파리 1874:인상주의 발명' 7월 14일까지 오르세 미술관 전시
르누아르 '파리지앵' 등
전세계 흩어진 130작품 귀환
파리 시민도 유럽 관광객도
"파리올림픽보다 기대"
당시 살롱전 작품과 함께 전시
인상파 탄생 온몸으로 느껴
클로드 모네의 '양귀비'

거센 비가 오는 프랑스 파리의 센 강변에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늘어서 있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오르세미술관에서 전시 '파리 1874: 인상주의의 발명'을 보려는 인파였다. 3월 26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는 열광적인 인기로 매진 행렬이 이어지면서 최소 1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관람이 불가능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알베르트 씨는 "독일에서 일부러 여행을 왔다. 올림픽을 앞두고 파리가 분주하지만 올림픽보다도 더 기대되는 건 이 전시"라고 말했다.

인상파 탄생 150돌을 맞아 '파리 1874: 인상주의의 발명'을 전시 중인 파리 오르세 미술관은 연일 인파로 북적였다. 파리 김슬기 기자

150년 전인 1874년 4월 15일, 파리에서 사진작가 나다르의 스튜디오에 초대를 받아 최초의 인상주의 전시회가 열렸다. 클로드 모네, 에드가르 드가,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알프레드 시슬레, 베르트 모리조, 폴 세잔, 에두아르 마네를 중심으로 당대 31명의 작가는 공식 파리 살롱전에 초대받지 못한 작품으로 밤늦게까지 전시회를 열어 단 1프랑의 입장료를 받았다. 미술사에 기록된 '혁명의 날'이다.

올 들어 전 세계 미술관이 인상주의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를 열고 있다. 프랑스의 루앙미술관, 미국의 필라델피아미술관, 영국의 코톨드갤러리 등 20여 개 미술관이 동시다발적으로 인상주의 전시를 열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르세미술관은 150년 전 4월 15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걸린 130여 점의 걸작들을 다시 한자리에 모았다. '지상 최대의 쇼'라는 찬사를 받으며 전시는 순항 중이다. 세계적인 4개 미술관이 공동 기획했으며 오르세미술관은 이 전시를 위해 30개 기관에서 약 180개의 작품을 공수해왔다. 한 점, 한 점이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걸작들의 향연이다.

폴 세잔의 '현대 올랭피아'

이 전시가 파리 시민들을 열광시킨 이유는 1세기 넘게 프랑스에서 전시되지 못했던 숱한 걸작들이 파리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웨일스국립박물관이 10년에 한 번만 대여를 허용하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파리지앵'(1874), 워싱턴DC 국립미술관이 대여해준 카미유 피사로의 '꽃 피는 과수원'(1872) 등이 대거 파리로 귀환했다.

포스터에 사용된 클로드 모네의 '인상, 해돋이'(1872)는 전시의 중앙에 당당히 걸렸다. 프랑스 르 아브르 항구를 묘사한 풍경은 150년 전 이 전시를 찾은 미술 평론가 루이 르로이가 "아주 자유분방하고 인상적이다. 그림이 걸린 벽지가 더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라고 조롱하게 만들었다. '인상주의'라는 말은 이렇게 탄생했다. 당시 한 달 동안 열린 전시는 고작 3500명이 찾는 데 그칠 만큼 폭삭 망했다. 반면 이들이 초대받지 못한 공식 살롱전은 무려 30만명이 찾았다.

베르트 모리조의 '요람'

당대 파리 미술계의 주류는 아카데미즘이었다. 인상주의자들이 당대 규범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벗어났는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번 전시는 공식 살롱전이 승인한 종교·역사·신화를 그린 우등생들의 그림을 함께 걸어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빽빽하게 대작들을 모자이크처럼 채운 살롱전의 그림과 함께 거칠고 즉흥적인 화법의 인상파 그림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당대에 조롱당했으나 살아남아 위대해진 그림을 보고 있으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오르세 미술관 큐레이터 실비 패트리와 앤 로빈스는 "1874년 전시가 오늘에도 공감을 일으키는 이유는 예술가들이 스스로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고민한 전시였기 때문"이라면서 "작가 3분의 2가 완전한 무명이었고 모리조라는 여성 작가도 있었으며, 우리가 아는 인상파 화가도 소수에 불과했다. 20세기 이후 완전히 새롭게 쓰여 일종의 신화가 된 이 전시를 복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인상주의는 무(無)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었다. 복합적인 그룹을 통해 등장한 사조였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작가들이 스스로 인상파라고 호명하기 시작한 1877년까지의 작품도 포함했다. 폴 세잔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명작 '올랭피아'를 인상파적으로 재해석했고, 드가는 완고한 표정의 젊은 여인의 초상을 담았다. 전시의 마지막은 르누아르가 화사하고 풍부한 색채로 파리의 시민들을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가 장식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표현처럼 '파리는 언제나 축제'였던 시기, 인상주의의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전시는 7월 14일까지 열린 뒤 미국으로 건너가 9월 8일~2025년 1월 19일 워싱턴DC 국립미술관에서 이어진다.

[파리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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