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왜 실패했을까?…"총선 이전에 이미 미움받고 있었다"

최용락 기자 2024. 5. 10. 1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회찬재단·정의당,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 전망과 역할 및 과제' 집담회

지난 총선에서 독자 진보정당 노선을 택한 정의당은 비례의석 배분 최소선인 3%대 득표율을 넘기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20여년 간 원내 진보정당의 명맥을 이어온 당이 원외로 밀려난 장면이었다. 정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이유는 무엇일까. 원외정당이 된 정의당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노회찬비전포럼과 정의정책연구소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전망과 역할 및 과제'라는 이름으로 이를 짚어보기 위한 집담회를 열었다.

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먼저 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현실 속에서도 처절하게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지목됐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정의당이 미움받고 있었는데 그게 이번 총선에서 가시지를 않았다"며 "이번 총선이 끝나고 정치학자들을 만났더니 이번 선거는 '양정 심판'이라고 하더라. 하나는 '정'부 심판, 하나는 '정'의당 심판이다. 그런데 정의당 분들은 이번 선거에 정의당 심판이라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학에서는 총선 등 선거에서 어떤 정치세력을 선택하냐에 네거티브가 더 크게 작용한다. 특히 중도 유권자 중심으로 그렇다"며 정의당에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자기 살을 깎는 실천"이나 "정치적 행동과 결정"이 있었어야 했는데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권자의) 선호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부응하고 조응했어야 할 시점에 (선호를) 형성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서 탈당 사태가 이어진 일을 언급하며 "(유권자들이) 미워하는데 거기다 조직 관리에 실패해 정의당 정치인들이 다른 정치세력으로 갔다"며 "어떤 서사를 제공했냐면, 정의당은 계속 미워해도 되고 안 찍어도 되겠다는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2020년 이후 의정활동이 실패했다. 청년, 여성 중심 비례 배치도 실패했다"며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야 한다. 당원이 빠져나가는 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의당이 '총선을 위해 뭘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고 제가 비호감이 서린 당명을 바꾸시라고 했는데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 거대양당 사이에서 정의당이 취한 노선에 대해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기획이 위성정당에 직면해 실패한 "2019년 이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대 전술이 통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반대로 갔다. 민주당 이야기만 나오면 반대했다. 그런데 반대하면 안 되는 것까지 반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건희 특검에 좌고우면"한 일을 사례로 들고 당시 "이건 못 보겠다"고 떠나는 당원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정당은 지지자들의 의견은 받아들인다. 놀랍게도 정의당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정세는 역동적으로 변하는데 비탄력적으로 대응한다"며 누구에게도 책임이 지워지지 않는 정의당의 "정파적 구조"의 의사결정 체계에서 "하던 대로 하자"는 답만 나온다는 점을 원인의 하나로 들었다.

2030 여성이나 노동자를 정의당의 주력부대로 만들어야 했고,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정의당이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가 '주력 지지층 형성이냐, 넓은 지지층 확보냐'는 논쟁으로도 이어졌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의당의 핵심 지지세력인 2030 여성들이 '끝까지 고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며 "고민 없이 끝까지 정의당을 찍고 싶어하고 주변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남편, 남자친구 다 설득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왜 그분들을 주력부대로 만들지 못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페미니즘을 분리주의적으로 사고하면 안 된다. 남성 문제가 따로 있고 여성 문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이고, 저임금이고, 아이를 키우는 등 다차원적 불평등이 여성 노동자에게서 나타난다"며 "젠더 문제를 불평등의 전부로 볼 것이 아니라 핵심으로 다루면, 다차원적 불평등 문제가 드러난다"고도 주장했다.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실장은 정의당에 "노동을 당연하게 집토끼로 여기는 경향", "극단적으로 조직노동과 거리를 둬야 된다"는 등 의견이 있다며 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뒤 "세계 각국의 현실 정치에서 노동조합으로 묶이지 않은 노동자를 고정 지지층으로 묶어내 원내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정당이 있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라는 확고한 의식성이 있다면, 한국사회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며 노조 조직률이 올라가야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봉신 대표는 "20대 여성의 지지 비율이 일부 높다면, 30대 여성이나 남성을 타켓팅하는 것이 낫다. 확장해야 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조직 노동'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여의도에서 하는 이야기"라며 "FGI를 해보면, 청년 노동자들은 꼭 조직 노동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4050 노동자를 꼰대, 중간 착취자로 생각하고, '청년은 증발하고 없고 나만 처참한 생활을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김윤철 교수는 "3당이나 군소정당을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입지를 모색할지, 수권정당으로 갈지 정해야 한다"며 "한국사회가 고령사회로 들어가고 있고, 586세대가 한참 동안 유권자로 남아있을 것이다. 2030으로 뭘 한다고 할 때 정해진 운명이 있다. 그 운명 속에서 당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 전망과 역할 및 과제' 집담회 ⓒ정의정책연구소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