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쿠젠 ‘알론소 매직’, 비결은 ‘스펀지 흡수력’

2024. 5.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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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 최다 무패 등 새 역사 써…분데스리가 최초 무패 우승도 노려
선수 때 자신 지도한 안첼로티·모리뉴 등에게서 명장 될 모든 자질 배워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이 지난 4월 14일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뤄낸 뒤 기뻐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비 알론소 감독이 이끄는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이 유럽 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레버쿠젠은 지난 5월 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체방크 파르크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와의 2023~2024 분데스리가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1965년 포르투갈 클럽 벤피카가 세웠던 유럽 축구 공식전 최다 무패 기록(48경기)과 동률을 이뤘다.

레버쿠젠은 알론소 감독 체제에서 새 역사를 쓰며 유럽 최강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달 자국 최고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의 12연패를 저지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만 다섯 차례하고 우승과는 연이 없어 팬들로부터 ‘네버쿠젠(Neverkusen)’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팀이다. 현지 매체들은 “레버쿠젠이 역사적인 우승을 통해 과거 상처를 치유했다”고 평가했다. 분데스리가 최초로 무패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겨났다.

레버쿠젠은 분데스리가의 자긍심을 높였다. 지난 4월 19일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잉글랜드)와 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공식전 연속 무패 기록을 44경기째 이어갔다. 21세기 연속 무패 기록이다. 이 경기 전까지는 2011~2012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가 세운 43경기가 최고였다.

감독 알론소 안에 안첼로티, 모리뉴 있다

지난 시즌까지 2부 강등을 걱정하던 레버쿠젠은 알론소와 함께 대반전을 만들었다. 알론소는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할 소방수로 지난 시즌 도중 부임했다. 이제 레버쿠젠 팬들은 짧은 시간에 팀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알론소를 ‘킹 사비’라 부르며 경배한다. 알론소는 선수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카를로 안첼로티, 조제 모리뉴, 펩 과르디올라로부터 감독이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다며 공을 돌렸다.

안첼로티 현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감독으로부터는 침착함을 본받았다. 알론소는 “안첼로티는 팀 관리 분야에서 최고의 감독이다. 그에게서 좋은 순간이든 어려운 상황이든 침착함을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안첼로티 감독은 차분함을 유지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밝혔다.

알론소는 팀이 리그 2위 바이에른 뮌헨에 쫓길 때나 승점 10점 차 이상으로 앞서 나갈 때나 똑같이 차분한 자세를 보였다. 운동장에서 절대 선수들에게 화내는 법이 없다. 그의 흔들림 없는 지휘에 선수들은 사전에 약속된 움직임대로 경기를 펼쳤고,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모리뉴 전 AS로마(이탈리아) 감독으로부터는 열정을 배웠다. 알론소는 “나는 모리뉴 감독으로부터 같은 목표를 향해 싸우도록 팀원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는 100% 경쟁자의 자세를 보였고,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모리뉴는 FC포르투(포르투갈), 인터 밀란(이탈리아), 첼시(잉글랜드) 등을 이끌며 두 차례 빅이어(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들어 올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제외하면 가는 팀마다 자국 리그 우승을 이끌어 우승 청부사로 불렸다.

알론소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 시절 모리뉴의 지도로 2010~2011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과 2011~201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 영광을 누렸다. 이외에도 리버풀(잉글랜드), 뮌헨, 스페인 국가대표팀 등 가는 팀마다 우승을 경험했다. 2010년 월드컵 우승을 비롯해 각국 리그 우승 등 18개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선수 시절부터 그에게 모리뉴의 우승 DNA가 새겨졌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선수 시절 사비 알론소(왼쪽)와 펩 과르디올라 감독 / DPA연합뉴스



과르디올라의 유산, 포지션 플레이

전술적으로는 뮌헨 선수 시절 감독으로 만난 펩 과르디올라 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유리한 공간을 점유하고 패스 게임으로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레버쿠젠의 축구는 맨시티와 매우 유사하다.

과르디올라는 운동장을 15개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에서 선수들이 포지션에 상관없이 약속된 움직임에 따라 유리한 공간을 차지해 수적·질적 우위를 점하기를 바란다. 현대 축구의 핵심 흐름인 포지션 플레이다. 전통적인 포지션 구분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센터백 사이 공간으로 내려와 백스리를 형성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뜻하는 라볼피아나,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중원 지역 수 싸움에 가담하는 풀백인 인버티드 풀백이란 개념은 바로 이 포지션 플레이에서 나왔다.

알론소의 포지션 플레이는 이번 시즌 벤피카(포르투갈)를 떠나 레버쿠젠에 합류한 왼쪽 사이드백 알레한드로 그리말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말도는 기본적으로 수비수지만, 안쪽으로 들어오는 움직임과 뛰어난 킥으로 분데스리가에서만 9골 13도움을 올리며 웬만한 윙어 못지않은 기록을 올렸다.

알론소는 모리뉴 사령탑 체제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많은 역할과 활동량을 요구받았다. 뛰어난 패스 능력과 몸싸움을 바탕으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처럼 뛰었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는 우리 팀 페널티 박스부터 상대 팀 페널티 박스까지 오가는 폭넓은 활동 영역을 가진 미드필더를 말한다. 당시 알론소를 두고 팬들은 노예처럼 뛴다고 걱정했지만, 알론소는 모리뉴의 리더십에 불평하는 법이 없었다. 감독의 생각을 먼저 읽고 팀에 헌신할 방법을 먼저 생각했다.

2005년 알론소가 리버풀 소속으로 선수생활 첫 빅이어를 들어 올릴 때 감독이었던 라파엘 베니테스는 “알론소는 영리하고 분석력이 뛰어났다. 보통 선수에게 무언가 설명할 때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는 빨리 배웠다”고 칭찬했다. 과르디올라에게도 알론소의 접근 방식은 눈에 띄었다. 그는 “알론소는 경기에 대한 이해력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선수 때부터 명장이 될 자질을 보였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알론소의 차기 목적지로 쏠린다. 그는 다음 시즌 레버쿠젠에 남겠다고 밝혔는데, 안첼로티 감독의 임기가 끝나는 2026년에는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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