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골퍼들이 구름·나무·잔디를 유심히 관찰하는 이유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잔디 날리기는 가장 기본
구름 이동 방향 확인하고
홀 주변 나무 흔들림 살펴
“극복하지 말고 계산해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등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샷을 하기 전에 바람 파악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이유도 같다.
바람을 파악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건 잔디를 날리는 것이다. 몸으로 느끼는 것과 바람의 방향이 다를 수도 있는 만큼 프로 골퍼들과 캐디들은 대부분 공이 놓여 있는 근처에서 잔디를 날리고 있다.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효주는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무조건 잔디를 날려본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면 슬라이스 바람이 부는 것이고 반대는 훅 바람이다. 맞바람과 뒷바람 역시 같은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람의 강도는 잔디가 떨어지는 지점과 깃대를 통해 확인하는 선수들이 많다. 2024시즌 아시안투어 오더 오브 메리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존 캐틀린(미국)은 “잔디를 날렸을 때 50cm 이내에 떨어지면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1m 이상 멀어지면 방향 설정과 클럽 선택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바람을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샷을 하기 전에는 반드시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깃대가 휠 정도로 바람이 불 때는 최소 두 클럽 이상을 고려해야 한다. 방향 설정도 마찬가지”라며 “슬라이스 바람이 부는데 깃발이 계속해서 펄럭이고 깃대까지 휜다면 왼쪽으로 20m 이상 오조준하고 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인 바람과 다르게 초 단위로 방향과 강도가 모두 변하는 바람은 프로 골퍼들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몇몇 선수들은 거리와 방향의 오차를 최소화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
KPGA 투어 통산 12승을 차지하며 통산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상현은 구름을 통해 바람을 확인한다. 박상현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구름도 함께 움직인다. 올해로 프로 데뷔 20년 차가 됐는데 구름을 보며 바람을 파악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공이 날아갈 때 어떤 바람의 영향을 받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구름이 있는 날에는 이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홀 주변의 나무를 사용하는 프로 골퍼들은 정말 많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김홍택과 장유빈, 조우영 등이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의 나무를 유심히 지켜보는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김홍택은 “한국에는 산악형 골프장이 많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이 순간적으로 바뀌는 돌풍이 불 때가 종종 있다”며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 홀 전체를 보면서 페어웨이, 그린 주변 나무들을 확인한다.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리는 남서울CC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바람을 정확하게 읽어야 하는 데 이 방법으로 큰 실수 없이 나흘간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 중 선수에게 유일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캐디들은 대부분 매 시간 단위로 바람이 부는 방향을 미리 야디지북에 적어놓는다. 올해로 22년째 전문 캐디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안투어의 한 캐디는 “연습 라운드를 할 때 홀마다 북쪽과 남쪽 등이 어디인지 확인한다. 각 시간마다 예보된 바람의 방향을 고려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라며 “전체적인 바람의 방향은 웬만해서 바뀌지 않는다. 특히 홀 주변에 나무 등 바람의 방향을 바꿀 요소가 없는 골프장에서는 예보된 바람의 방향에 맞춰 샷을 하기 전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 골퍼들과 전문 캐디들은 바람이 부는 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맞서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임성재는 “톱랭커들을 보면 바람을 잘 이용한다. 슬라이스 바람이 불 때는 왼쪽을 겨냥하고 맞바람이 불면 평소보다 한 클럽을 길게 잡는다”며 “바람에 맞서다가 한 번의 실수로 큰 타수를 잃을 수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골프장에서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선택을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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