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유형 풀이만으로는 한계...아이 뇌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어주려면 [공부 뇌 만들기 프로젝트]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명문 아이비 리그 대학들이 학부과정에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바로 지성의 칼을 예리하게 가는 작업입니다. 특히 앰허스트대를 비롯한 리버럴 아츠 컬리지(Liberal Arts College)는 4년 내내 고전이라는 숫돌에 지성의 칼만 가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집중적으로 칼을 간 후 여기 출신들은 대학원에 가서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합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예리한 칼로 어떤 과제가 주어지든 탁월하게 처리합니다. 실제로 하버드 메디컬스쿨, 예일대 로스쿨 등에 간 후 그들은 미국을 이끄는 최고의 인재가 됩니다. 그 전에 칼 가는 예비작업을 하는 곳이 바로 여러분들도 잘 아는 필립스 아카데미 등 명문 보딩스쿨입니다.
문제는 우리 교육과정 속에서는 지성의 칼을 가는 작업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칼을 어디에 갈아야하는지 조차도 잘 알지 못합니다. 더 나아가 칼을 제대로 쓰는 법도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 현실은 칼을 갈지 않고 그냥 있는 칼을 열심히 사용하라고 할뿐입니다. 그것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잘못된 방법으로 무리하게 말입니다. 그러다 그 칼이 무디어지면 그 이후의 결과는 보지않아도 뻔합니다. 솔직히 지켜보기에 안타까울뿐입니다.
우리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두 사람이 장작을 패는데 한 사람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정말 열심히 장작을 팼고, 다른 한 사람은 쉬어가면서 여유롭게 장작을 팼습니다. 나중에 누가 장작을 더 많이 팼는지를 비교해보니 쉬지않고 열심히 일한 사람보다 쉬어가면서 여유있게 일한 사람이 더 많이 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도끼날에서 차이가 있었습니다. 쉬지않고 열심히 장작을 팬 사람의 도끼날은 시간이 갈수록 무디어져 열심히 한 것에 비해서 생산량이 떨어졌고, 반면에 쉬엄쉬엄 장작을 팬 사람은 장작을 패다가 잠시 쉬면서 도끼날을 예리하게 간 후 장작을 패니 힘도 덜 들이면서도 장작 생산량은 더 높았습니다. 이 이야기처럼 우리도 칼을 예리하게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구조적 사고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나 이론은 거의 다 구조(structure)로 되어 있습니다. 지식이나 이론의 구조를 해체해 보면 변수(variable)와 관계(relation)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 d, 네 점으로 이루어진 사각형이라는 구조가 있다고 합시다. 이 사각형이라는 구조를 분해하면 먼저 a, b, c, d 네 가지 변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다음 각 변수 a와 b가 관계되고(aRb), b와 c가 관계되고(bRc), c와 d가 관계되고(cRd), d와 a가 관계되어(dRa) 사각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은 각각의 변수도 중요하지만 그 변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연결방식이 구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관계가 구조를 결정합니다. 위에서 예로 든 a, b, c, d 네 가지 변수들을 a와 b로 관계시키고(aRb), b와 c로 관계시키고(bRc), c와 d로 관계시키고(cRd), d와 a로 관계시키면(dRa) 사각형의 구조가 되는데, 거기에 더해 a와 c로 관계시키고(aRc), b와 d로 관계시키면(bRd), 어떤 구조가 될까요? 맞습니다. 사각형이 아닌 입체삼각형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트에 직접 그려서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이처럼 지식이나 이론이 다른 것은 그 지식이나 이론을 만든 그 저자의 뇌인지구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뒤집어 추론해 보면 그 지식이나 이론을 만든 뇌인지구조가 바로 그 지식이나 이론의 설계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식이나 이론의 구조를 분해해서 그 저자가 어떤 방식으로 각 변수들을 연결했는지를 파악하지 않고는 그 저자의 진정한 의도, 즉 설계도를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엄마들이 시험을 앞둔 자녀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고 말입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어떻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지 그 방법은 알려주지 않으면서 그냥 잘 파악하라고만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구조적 사고에 그 답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문제를 만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제 자체를 분해해서 출제자가 그 문제를 어떤 변수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서 그 문제를 만들었는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인류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도은 “나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데 55분을 쓰고, 그 해결책을 찾는데 나머지 5분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문제 자체를 분석하는데 무려 95%의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부해야 제대로 이해하고 공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어떤 문제가 나와도, 심지어 배우지 않는 어렵고 복잡한 킬러문제가 나와도 분해해서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그렇게 공부해야하는지 묻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우뇌성향이 강한 아이들은 그냥 지식을 통으로 배우고, 빨리 암기하고, 그 다음 시험만 잘 보면 되지 귀찮게 꼭 그렇게 해야하는지 묻습니다. 거기에 편승해서 문제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우리 교육을 거의 점령해버렸습니다. 아인슈타인의 표현에 의하면 문제는 분석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는 5%에 목숨을 거는 꼴입니다. 그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그렇게 많이 공부를 하고도 풀어보지 않았던 문제가 나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부의 깊이는 말할 필요도 없구요.
위 내용을 정리하면, 구조적 사고는 마치 레고 놀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완성된 레고모형을 천천히 분해하면서 이 모형이 어떤 피스로 구성되어 있고, 또 어떻게 조립되었는지 찾는 작업과 같습니다. 이때 처음 레고모형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그 설계도를 모형을 분해하면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마치 구조화된 지식을 분해하여 처음 그 지식을 만든 저자의 설계도를 찾는 작업과 같습니다.
그 다음 이렇게 해서 설계도를 찾았다면 그 다음 그 설계도에 의해 각 피스들을 다시 연결하여 자신이 직접 모형을 만드는 작업을 재현해보야 합니다. 아이가 몇번을 재현하다보면 아이는 설계도 없이도 그 모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설계도가 아이 뇌에 장착이 된 것입니다. 똑 같은 방법을 책읽기나 문제를 푸는데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인 고전을 이러한 구조적 사고 방식으로 공부시켜보세요. 레고놀이처럼 다양한 고전을 분해하여 저자의 설계도를 찾아내고, 그 다음 그 설계도 대로, 고전 저자의 의도대로 고전을 재현하기를 몇번 반복하다 보면 아이의 뇌에 고전 저자의 뇌가 자연스럽게 다운로드 됩니다. 어느새 아이의 뇌는 예리함을 넘어 인류 최고의 뇌로 거듭나 있을 것입니다.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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