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 사지 결박 ‘새우꺾기’…법원 “국가의 인격권 침해”[판결돋보기]
법무부 “어쩔 수 없는 조치”…법원 “위법, 1000만원 배상”
사람의 팔다리를 뒤로 돌린다. 손목엔 수갑을 채우고 발목은 포승줄로 움직이지 못하게 묶는다. 수갑과 포승줄을 연결하면 몸이 새우등처럼 뒤로 꺾인다. 이른바 ‘새우꺾기’ 가혹행위다.
2021년 9월 ‘새우꺾기’를 당한 한 외국인의 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 피해자는 난민신청을 위해 한국에 온 모로코 출신 A씨였다. 그는 체류자격 연장 기간을 놓쳐 같은 해 3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뒤 이러한 가혹행위를 수 차례 겪었다. 보호소 직원들은 A씨를 총 18회에 걸쳐 63일간 독방에 가뒀다. A씨가 저항하자 머리에 보호구를 씌운 뒤 박스테이프를 칭칭 감거나 케이블 줄로 머리를 묶어 압박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의 위법한 가혹행위로 A씨가 “인격권을 정면으로 침해당했다”며 법무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1단독 김영수 판사는 지난 9일 국가가 A씨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으로 총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재판부는 보호장비를 복합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 조항은 없지만 새우꺾기 방식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피보호자의 신체에 상당한 고통을 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비인도적인 조치”라고 봤다. 그러면서 “관련 법령상 사용요건을 충족했는지를 떠나 그 자체로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호소 직원들이 케이블 줄이나 박스테이프 등 장비로 A씨를 결박한 것에 대해서도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외국인들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를 ‘수갑, 포승, 머리보호장비’라고 규정한다. 수갑을 팔에 채우는 것 외의 용도로 쓸 수 있는지는 아무 규정이 없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법령에 근거가 없는 장비를 사용하거나 법령에 근거 없는 방식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이었던 ‘독방 구금’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A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과 법무부는 A씨가 독방에 구금됐던 날짜를 어떻게 계산할지를 두고 다퉜다. A씨 측은 독방 구금이 시작된 날부터 종료된 날까지를 전부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했고, 법무부는 시간 단위로 날짜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A씨는 2021년 3월23일 오후 12시49분부터 3월25일 오후 12시49분까지 독방에 격리돼 있었는데, A씨 측은 3일간 구금돼 있었다고 보고 법무부는 2일간 구금돼 있었다고 본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구속기간이 시작된 첫날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구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에는 ‘일’을 기준으로 특별계호(독방 격리) 기간을 정하고 있는데 법무부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시’를 기준으로 특별계호 제도를 운영했고, 그 기간의 계산도 법령에 근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규정에 근거해 A씨의 특별계호 기간을 산정하면 법무부가 연장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법령상 정해진 기한을 초과해 특별계호 조치를 했음을 알 수 있다”며 위법한 ‘장기간 구금’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법무부가 A씨를 징벌할 목적으로 독방에 격리해 구금시켰다거나 구금 사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A씨 측 주장은 “달리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A씨 측 대리인인 김지림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외국인보호소에선 독방에 구금하는 기간을 시간별로 자의적으로 계산해왔는데, 어떤 교정기관에서도 그런 계산법은 쓰지 않는다”며 “재판부는 법무부 측 계산법이 옳지 않다고 적시했는데 외국인보호소에서의 자의적인 법 집행은 위법하다고 명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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