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2번의 역설’…2번 타자 제일 센 팀이 바로 한화

이용균 기자 2024. 5. 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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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창원 NC전에서 환호하는 요나단 페라자. 한화 제공



‘강한 2번타자’가 언급되기 시작한 건 20년도 넘었다. KBO리그에서는 ‘중심타자 못지 않게 강한 타자’의 느낌이 강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아예 중심타자보다 더 잘 치는 타자를 1~2번에 배치하는게 최근의 추세다. 강한 2번 보다는 강한 1번이 더 중요하다.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2023시즌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타순별 OPS는 다음과 같다

▶NL 타순별 OPS

1번 0.801

2번 0.769

3번 0.778

4번 0.789

5번 0.741

6번 0.716

7번 0.701

8번 0.664

9번 0.661

가장 생산성이 높은 타자를 1번에 배치하고, 4번 > 3번 > 2번 > 5번 순으로 이어진다. 장타력은 1번보다 4번이 더 높지만 출루율에서는 1번이 확실히 앞서면서 OPS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KBO리그도 ‘강한 2번’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이뤄져 왔지만, 실제로 3~4번 보다 강한 2번을 기용하는 일은 많지 않다. KBO리그는 여전히 감독의 그립감이 높은 리그이고, 2번 타자는 감독의 작전을 수행할 줄 아는 ‘페르소나’ 성격이 강하다. 점수는 타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적절한 작전 지시가 있어야 한다는 의식 역시 존재한다.

요나단 페라자. 한화 제공



올시즌 KBO리그 팀별 2번 타자의 OPS 순위는 다음과 같다

한화 0.974

키움 0.949

롯데 0.911

KIA 0.894

LG 0.820

KT 0.815

NC 0.777

두산 0.706

SSG 0.657

삼성 0.636

‘강한 2번’은 팀 타선 전체의 생산성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지만 10일 현재 실제 팀 순위와는 상당히 다르다. 한화의 2번 강세는 요나단 페라자의 활약 때문인데, 한화는 최근 들어 급격히 타격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한화는 최근 20경기 팀 타율이 0.250, OPS 0.695로 9위에 머문다. 같은 기간 리그 평균 OPS가 0.770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한화는 잘 맞고 있는 페라자를 최근 3번에 배치하며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키움 역시 최근 20경기 팀 타율(0.248)과 OPS(0.683)가 모두 최하위다. ‘강한 2번’의 존재가 팀 성적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키움은 도슨이 주로 2번으로 나섰다. 2번 OPS 3위 롯데는 황성빈과 고승민이 2번타자로 활약한 덕분이다.

한화가 리그에서 가장 강한 2번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내지 못하는 것은 나머지 타순의 밸런스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1번 타순의 OPS는 0.701로 리그 7위이고, 3번 타순의 OPS 0.581은 심각한 수준의 리그 꼴찌다.

채은성. 한화 제공



한화의 타순별 OPS와 순위는 다음과 같다.

1번 0.701 7위

2번 0.974 1위

3번 0.581 10위

4번 0.816 9위

5번 0.815 3위

6번 0.643 10위

7번 0.656 8위

8번 0.681 5위

9번 0.623 7위

타순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다. 페라자가 2번에서 활약해주면서 기존 구상이었던 노시환-채은성-안치홍의 중심타선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더욱 강한 타선이 만들어질 수 있었겠지만 시즌 40경기 언저리를 치른 가운데 중심타선의 약화가 아쉬웠다. 노시환의 타율은 0.257, 채은성은 0.198, 안치홍은 0.255에 그치고 있다.

계산에서 완전히 빗나간 부진이 계속되면서 팀 타선 전체가 흔들리는 중이다. 최근 페라자가 3번으로 이동하면서 무게 중심을 옮겼지만 페라자가 3번으로 나서기 시작한 지난달 27일 이후 9경기에서 테이블세터(1~2번)의 타율은 합계 0.271로 8위였다. 그나마 페라자-노시환으로 이어지는 3~4번 타순이 홈런 6개를 합작한 것은 긍정적이다.

노시환. 한화 제공



한화의 최근 부진은 투타모두 심각한 수준이다. 한화는 4월20일 이후 15경기에서 3승12패로 무너졌다. 같은 기간 리그 최하위다. 이 기간 팀 평균자책은 리그 최다인 7.33으로 치솟았고, 팀 OPS는 0.677로 9위였다.

타순의 밸런스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팀 도루는 이 기간 동안 6개에 그쳤다. LG가 26개, SSG가 21개, KIA가 16개를 성공시킨 것과 차이가 크다. 희생번트도 겨우 2개로 한화보다 적은 팀은 롯데(0개)밖에 없었다.

한화 라인업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고, 번트 등 작전 수행에 장점을 보이는 선수가 적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대로라면 문제를 풀어나갈 길이 막막하는 것은 팬들의 답답함을 키운다. 어차피 타율, 출루율 보다 장타율에 기대는 빅볼을 추구한다면, 아예 ML 스타일의 과감한 타선을 짜보는 것도 방법이다. ML은 현재 1~2번이 제일 세다. 차라리 페라자-노시환으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진을 선택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가 1~2번을 강한 타자로 채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차피 리그 투수들의 실력이 뛰어나 작전으로 점수내기 어렵고, 1~2번 타자의 타석이 가장 많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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