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美 사법부도 쩔쩔매게 하는 정치권력의 ‘재판 지연술’

공성윤 기자 2024. 5. 1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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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 못지않게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 지형을 좌우하게 될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적 권한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법원이 속전속결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법원이 "재판부에 대해 공개 발언하지 말라"며 내린 함구령을 물고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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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법정 들락거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 법원의 절차적 정당성 공격하며 재판 늦춰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지금 대한민국 못지않게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 지형을 좌우하게 될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독립적 권한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 법원이 속전속결로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대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 총 4건의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성추문 은폐 대가로 불법자금 지급 △2020년 대선 방해 및 의회 난입 사건 연루 △2020년 대선 당시 조지아주 선거 개입 △대통령 임기 중 백악관 기밀 유출 등이다. 여기에 적용된 법령 위반 등 범죄 혐의만 총 91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1심 판결이 나온 사건은 하나도 없다.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성추문 스캔들의 기소 시점인 2023년 3월을 기준으로 하면, 1년2개월째 판결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독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 사건은 2016년 대선 직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지 말라"며 회삿돈을 줬다는 의혹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는 회사 회계 조작 혐의도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은 기소된 지 1년여가 흐른 지난 4월에야 뉴욕 맨해튼법원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다. 그는 후보 확정 전후로 재판 지연 전략을 시도해 왔다. 당초 첫 공판기일은 3월말이었으나 "검찰 측 증거를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90일 이상 연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2월5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피고인석에 앉아있다. ⓒEPA 연합

"지연된 정의는 민주주의 부인하는 결과 낳을 것"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법원이 "재판부에 대해 공개 발언하지 말라"며 내린 함구령을 물고 늘어졌다. 그는 함구령 해제를 요청하며 "요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 일정을 미뤄 달라"고 했다. 5월6일에는 "배심원단의 95%가 민주당원" 등 언론 인터뷰 발언으로 재판부를 저격해 10번째 함구령 위반이 인정됐다. 이에 법원은 벌금 납부를 명령하며 "다음엔 감옥에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마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나머지 기소 건은 재판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회 난입 사건 연루 혐의를 두고 "대통령의 공무 행위는 퇴임 후 처벌할 수 없다"며 면책특권을 주장했다. 이에 대한 심리가 연방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라 대선 전에 본안 심리가 열릴지조차 불투명하다. 조지아주 선거 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 자체가 위헌"이라고 반박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특별검사와 그의 상사인 검사장 사이에 불륜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 프레임을 씌웠다. 이로 인해 공소 유지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기밀 유출 혐의는 근거 법령을 둘러싼 쟁점 등으로 아예 재판이 무기한 연기됐다. 미국 포덤대 국가안보센터 카렌 그린버그 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을 겨냥해 "지연된 정의는 민주주의를 부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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