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 의사 당장 투입할 계획 없다”

김향미 기자 2024. 5. 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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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진료체계 유지돼 투입 안 해
제한된 기간, 정해진 의료기관서
국내 전문의 지도 아래 의료행위”
법원에 정원배정위 등 회의록 제출 예정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2024년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의료진 등 참석자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전국 의대 일부 교수들이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상황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며 10일 하루 휴진을 했다. 다만 병원 전체 진료상황에서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 승인과 관련해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되고 있어 외국 의사를 당장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이날 서울고등법원에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및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의 회의록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주 1회 휴진 방침에 따라 지난달 30일, 이달 3일에 이어 이날도 전국적으로 휴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선 두 차례 휴진일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의대 교수들은 개별적으로 휴진을 선택했으며 각 병원에서 소수만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 지연 등 피해가 누적되고 있고 의료공백 사태 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정부가 지난 2월19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접수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피해 사례는 716건(수술지연 449건, 입원지연 35건, 진료차질 140건, 진료거절 92건 등)에 달한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 “2000명 증원 고집에 의료붕괴 현실화”

이날 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2024년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고영국 연세의대 교수평의회 부의장은 인사말에서 “정부가 무리한 의대생 증원 발표를 하면서 촉발된 의료 사태가 3개월을 넘기고 있다”며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한 후에도 지금까지 정부가 계속 근거 없는 의대생 2000명 증원을 고집하면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붕괴가 정말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당사자로 나온 연세대 의대 학생회장 김민성씨는 “의대 교육환경이나 대학병원 의료여건이 심사숙고하지 않은 국가 정책에 슬픔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학교를 떠나고 수업을 거부하는 것은 학업의 의무와 의학도의 소명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의무와 소명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인 사직 전공의 김은식씨는 수련의사, 노동자로서 전공의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지적하면서 현 저수가 체계와 의료사고 의료인 처벌 등이 부당하다고 했다. 이들은 ‘의대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전면 백지화’ 등 기존 요구를 재확인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열린 ‘2024년 의정갈등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 참석해 있다. 성동훈 기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의료개혁은 로드맵대로 추진하겠다”고 했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을 백지화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 의협 회장, 인종차별 논란 “사과” 해놓고 “일부 해외 의대, 지적 능력 안 돼”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5101447001

외국 의사 국내 의료행위 허용···정부 “당장 투입할 계획 없다”

의료계는 정부가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반발한다. 일각에서는 외국 의사 의료행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정부는 전공의 이탈과 교수들의 휴진 등으로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보건의료위기 ‘심각’ 단계에서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를 허용하도록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이고 보완적인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 앞으로 국민에 대한 의료보호 체계를 최대한 확대하고, 비상진료체계의 저변을 다지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 의사는 제한된 기간 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는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 장치를 갖출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박 차관은 “현재 의료 현장에 일부 불편은 있으나 앞서 설명드린 대로, 비상진료체계는 큰 혼란없이 유지되고 있어 정부는 외국 의사를 당장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정부, 법원 판단 앞두고 의대 증원 회의록 제출··· 대학서 의대 증원 학칙 변경 부결엔 “유감”

정부는 이달 말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앞두고 각 대학의 의대 증원 학칙 개정 부결과 법원의 집행정지 항고심 등 변수를 맞닥뜨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의대 정원 증원·배분 처분 집행정지 사건과 관련해 이날까지 정부 측에 의대 증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모든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계와 논쟁이 벌어진 ‘회의록’과 관련해선 보정심 및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회의록 등 2개 회의체의 회의록은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복지부와 의협이 진행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내용에 대해선 박 차관은 “법정 협의체가 아니며 의사협회와 상호 협의 후 모두발언과 보도자료, 합동브리핑을 통해 회의록에 준하는 상세한 내용을 국민에 투명하게 공개한 바 있다”며 “그런 자료들도 함께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부산대 등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 내용을 반영한 학칙 변경 안건이 교무회의에서 부결된 상황과 관련해선 박 차관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정부가 해당 대학에 시정명령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공의 이탈 지속 시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 불가능…정부 “구제없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0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이탈한 지 3개월 가까이 지나면서 일부 고연차 전공의의 경우 내년도 전문의 시험 응시가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지난 2월19~20일에 대량으로 현장을 이탈했기 때문에 오는 19~20일이 되면 3개월이 된다”며 “3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계속 현장을 이탈하면 (내년도 전문의) 시험 응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했다. 이어 “개인마다 조금씩 일자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가급적 그 전에 현장에 복귀해서 개인의 진로에도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차관은 “원칙적으로 시험 (미응시) 구제 절차를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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