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점퍼’ 우상혁, ‘현역 최고 점퍼’ 바르심과 2m31 같이 넘었지만, 시기 차이로 2위...“순위만으로 의미있어”
우상혁은 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카타라 원형극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높이뛰기 단일대회 왓 그래비티 챌린지에서 2m31을 넘어 2위에 올랐다. 바르심의 기록도 2m31이었다. 하지만 바르심은 2m31을 1차 시기에 넘었고 우상혁은 3차 시기에 넘어 순위가 갈렸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소득도 있었다. 도하에서 경기를 지켜 본 김도균 한국 육상국가대표 수직도약 코치는 “선수와 나 모두 오늘 경기력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대회에서 상위권을 지킨 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바르심은 카타르육상연맹과 남자 높이뛰기 단일 종목 국제대회를 기획했고, 현역 정상급 점퍼 12명을 불러모았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바르심과 공동 우승한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마르코 파시니티(이탈리아)가 대신 출전했지만, 탬베리를 제외한 현역 정상급 점퍼들이 모두 바르심의 초청에 응해 이번 대회에 나섰다. 왓 그래비티 챌린지 출전자 명단은 '올림픽 결선'과 견줘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왓 그래비티 챌린지는 '육상 경기장'이 아닌 '특설 무대'에서 열렸다. 대회를 기획한 바르심을 제외한 선수들에게는 낯선 환경이었다. 김 코치는 "오늘 전체적으로 기록이 저조했다. 경기장이 낯선 데다,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고 바람도 불어서 다음 높이를 준비하는 동안 선수들의 몸이 식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상혁이 순위 싸움을 잘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우상혁과 김 코치는 "5월 중에는 높은 기록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상혁은 3월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홍콩에서 체력과 근력 훈련에 집중했다. 4월 두 차례 중국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도 불참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파리 올림픽 결선이 열리는 8월 11일에 신체 시계를 맞춘 '중장기적 관점'의 전략이었다. 체력, 근력 훈련에 집중하다 보니 아직 '실전 감각'은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우상혁과 김 코치는 '몸'을 만든 상태에서 '기술 훈련'을 이어가야 2m36의 개인 최고 기록을 넘어서고, 파리 올림픽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믿는다. 지루한 훈련을 잘 버틴 덕에, 우상혁은 '기술 훈련'에 집중할 몸을 만들었다. 이제는 기술 훈련에 조금 더 비중을 두며, 실전을 통해 세밀한 부분을 가다듬을 차례다.
우상혁은 왓 그래비티 챌린지가 끝나자마자 일본으로 이동했다. 19일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024 세이코 골든그랑프리에 출전해 대회 2연패를 노린다. 김 코치는 "일본 대회에서도 일단 기록보다는 순위 싸움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전했다.
6, 7월에는 본격적으로 '기록 높이기'에 나선다. 김 코치는 "경기 감각만 되살리면 지금보다는 더 높은 기록을 낼 것"이라며 "6,7월 2m37에 도전하고, 파리 올림픽에서 정점을 찍는 게 우리의 계획이자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혁과 김 코치의 인내가 8월에 빛을 발한다면, 한국 육상 트랙&필드 종목 첫올림픽 메달 획득을 넘어 금메달까지 노릴 수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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