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중독에 맞선 소년… ‘데이비드 코퍼필드’ 재구성[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4. 5. 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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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태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바버라 킹솔버(70)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175년 전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쓴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현대 독자의 감성에 맞추어 '다시 쓰기'한 독특한 형식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운명의 대담한 반전'을 일으키고야 마는 디킨스 소설의 미덕을 따르며, 그에게 빛 한 줄기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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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데몬 코퍼헤드
바버라 킹솔버 지음│강동혁 옮김│은행나무

미국 생태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바버라 킹솔버(70)의 2023년 퓰리처상 수상작. 175년 전 영국 대문호 찰스 디킨스가 쓴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현대 독자의 감성에 맞추어 ‘다시 쓰기’한 독특한 형식이다. 오마주이자 문학적 팬픽(특정 작품의 팬이 만든 2차 창작물)이기도 한 소설은 70여 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모두 받은 걸작으로 꼽힌다.

소설의 토대가 된 디킨스의 작품은 제도적 빈곤과 아동 학대의 생존자였던 디킨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킹솔버의 작업은 디킨스가 비판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인식에서 출발, 원작이 품고 있는 분노와 연민, 그리고 ‘좋은 이야기’가 지닌 변혁적 힘을 ‘다시 쓰기’의 원천으로 끌어온다. 예컨대, 주인공 ‘데몬 코퍼헤드’는 가난, 중독, 제도적 실패, 도덕적 붕괴에 용감히 맞서고 극복해 나가는 인물로, ‘데이비드 코퍼필드’를 연상케 한다. 코퍼헤드는 새아버지의 학대와 약물 중독 미혼모였던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위탁 가정을 전전한다. 고등학교 미식축구 선수로 잠시 찬란한 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무릎 부상을 당한 후엔 자신도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고 만다. 그러나 이야기는 ‘운명의 대담한 반전’을 일으키고야 마는 디킨스 소설의 미덕을 따르며, 그에게 빛 한 줄기를 내어준다. 지켜야 할 사랑, 함께 있어 주는 사람들…. 줄거리뿐만 아니라 소설은 페곳 아줌마(페거티), 매코브(미코버), 앵거스(애그니스) 등 주변 인물의 이름과 성격도 거의 그대로 따왔다. 다만, 18세기 영국 런던은 20세기 말 미국 남부 애팔래치아 산악지대 농촌으로 바뀌었는데, 여기서 코퍼헤드가 마주한 세계는 “아이들에게 끼치는 해로운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디킨스가 바라본 세상과 같다. 킹솔버는 그것이 시공을 막론해 존재하고, 어떤 면에서는 더욱 악화한 ‘현대적 위기’ 속에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퍼헤드는 참담한 상실을 무수히 겪지만, 종국엔 ‘생존’해낸다. 장대하고 기발하며, 무엇보다 감동적인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여기 또 하나, 시공을 초월해 사랑받을 ‘21세기 클래식’이 탄생했음을 감지하게 된다. 그것은 킹솔버가 디킨스를 진정 사랑하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며, 소설 속 코퍼헤드가 ‘딕 아저씨’의 말을 끝까지 잘 지켜냈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비열해지지 마라. 거짓되지 마라. 잔인해지지 마라. 나는 언제나 네게 희망을 품을 수 있다.” 848쪽, 2만5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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