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삶 편안하게 하는 것… 보수 정통성 잘 보여주는 게 외연 확장”[현안 인터뷰]

조성진 기자 2024. 5. 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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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보수 정체성 강조
YS때 재야 이재오·김문수 영입
보수노선 걸으니 잘한다고 평가
재창당 수준 혁신
당헌상 ‘관리만 하는 것’ 안돼
혁신 없다면 국민도 비판할 것
전대 시기·룰 개정
8월說은 오보… 7월까지 매듭
룰 변경은 비대위 구성 뒤 논의
대통령실과 소통
정진석 비서실장과 워낙 친밀
尹과 친소 없지만 소통 잘될 것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민의힘 당사에 있는 비대위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년 만에 여당 대표로 복귀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뒤를 이어 대표가 돼 같은 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집권 여당의 책임자로서 박근혜 정부 초반 국정 운영에 기여했다. 10년 뒤 황 비대위원장이 맞이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참패했고, 임기 3년 차를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는 레임덕 위기에 빠져있다.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황 비대위원장은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보수의 가치를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재야의 핵심 인사였던 이재오, 김문수를 영입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황 비대위원장은 “그때는 의심의 말이 없었고 잘한다고 했다”면서 “김문수나 이재오는 당에 들어와서 우리의 주의주장으로, 보수의 노선을 걸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난 이게 확장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집권 여당에 맞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역량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먼 데 있는 게 아니다. 삶이 편안해져야 한다”고 했다. 전당대회 룰 변경, 대권·당권 분리 기간 축소 등 당내 갈등 요인과 관련해서는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황 비대위원장 인터뷰는 지난 8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했고, 이후 전화 통화로 일부 내용을 보충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총선 참패의 원인은 어떻게 진단하나.

“민심을 잘못 읽고 대처를 잘못한 게 아닌가 싶다. 민심이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에 (부응하지 못한) 우리 탓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선거는 사실 과거에 대한 실패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다. ‘이렇게 하겠다’를 확실히 하면 국민이 기대해준다.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고, 거의 임기가 같은 22대 국회여서 국민이 그런 기대를 했는데도 잘 안 됐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은 게 잘못된 선거 전략이라고 보는 것인가.

“우리도 수도권 문제부터 해서 굵직한 정책을 냈다. 그런데 막판에 가서는 국민에게 심판론 대 심판론으로만 비쳤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프레임을 좀 잘못 짠 거 아닌가 생각이 든다.”

―좀 더 미래, 비전 쪽을 강조했어야 했다?

“여당이니까, 우리는 힘이 있고 그만한 권한이 있다. ‘그 권한으로 국회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했어야 했다. 야당은 네거티브밖에 할 게 없어서, 네거티브로 선거를 치러도 국민이 봐준다. 여당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전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선거는 지나갔지만, 위기 상황을 맞아 여당이 어떤 비전을 보여줘야 했나.

“지금 제일 힘든 게 서민 경제다. 핵심은 이자다. 이자가 고율이 되니까 모든 경제가 견디기 어려워졌다. 예를 들면 갑자기 2∼3%가 7%가 됐는데, 대출받아 집을 마련한 경우 예전에는 이자를 내면서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봉급을 다 넣어도 감당이 안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이자 납입을 연기해 준다든지 하면서 같이 걱정하고 몸부림을 쳤어야 했다. 물가 문제도 더 적극적으로 챙겼어야 했다.”

―여당이 또 챙겨야 할 문제는.

“가장 급한 건 저출생, 환경문제가 있다. 의료 대란만 해도 국민들은 갑갑하다. 처음에는 참았지만 장기화하면서 불편이 늘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해내는 그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새로 국회가 열리면 비록 소수당이지만 여당으로서 입법을 적극적으로 하고 당정협의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생각하기에 가장 큰 과제로 보면 될까.

“정치는 먼 데 있는 게 아니다. 삶이 편안해지고, 벌어서 저금할 수 있고, 애들 키울 수 있고, 세금 낼 수 있다면 국민은 크게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취임 기자회견 때 보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보수당이 맞아? 우리가 투표해주는 보수정통정당이 맞아?’라고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보수의 정통성 갖고 있다. 염려 말라’는 메시지를 국민께 드리고 의지를 확고히 보여드려야 한다.”

―외연 확장, 중도 포섭은.

“외연 확장을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의 주의주장을 완화하는 것.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과 비슷한 그런 길로 가는 방법이 있다. ‘우리 이 정도니 들어오십쇼’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러면 또 의심을 받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재야에서 활동하던) 이재오, 김문수 같은 대단한 사람들을 다 데리고 왔다. 그때는 의심의 말이 없었고, 잘한다고 했다. 김문수나 이재오는 당에 들어와서 우리의 주의주장으로, 보수의 노선을 걸었다. 난 이게 확장이라고 본다. 우리 것을 잘 설명하고 설득해서 국민이 받아들여야 한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하고 잘 매치가 될까.

“과거에 관리형 비대위가 있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려고 했는데 당시 규정으로는 어려웠다. 그래서 비대위원장에게 비상대권을 주고, 대선 도전도 허용했다. 대신 기한은 6개월로 제한했다. 박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앉혔고, 당 혁신을 할 수 있었다. 지금도 그 당헌이 유지되고 있다. ‘관리형이니까 관리만 하고 쇄신과 당무는 별도로 해라’라고 하는 건 지금 당헌상으로는 어렵다. 그래서 재창당을 넘어서는 쇄신을 하겠다고 말했다. 혁신이 없다면 국민도 비판할 것이다.”

―당헌을 손볼 생각도 있나.

“당헌 전체는 시간이 그렇게 없다. 전당대회 관련 규정은 말이 있으니까 논의해 보겠다. 나는 내 입장을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요건에 맞으면 하면 되고 충족이 안 되면 안 하는 거다.”

―당원 100%를 유지하는 쪽에 기울었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절대 그런 적 없다. 의견을 수렴하고 정리해서 요건에 맞는지 검토하고 비대위가 의결할 것이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규정을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논의해 보겠다. 내 의견을 먼저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이미 오래전에 확립된 규정이고, 당의 전통이기도 하다.”

―현재 당헌에 따르면 1년 6개월 전에 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당 대표가 자신이 참여하는 대선을 주도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게 현 당헌의 취지다. 의견이 제시되면 논의하겠지만, 신중해야 한다.”

―전대 시기가 8월 초로 늦춰진다고 논란이 되고 있다.

“완전히 오보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가 짠 일정에 6월 말로 돼 있다. 필수 절차가 40일 정도 필요한데, 역산하면 5월 20일 정도에는 마쳐야 한다. 당장 13일부터 회의를 하더라도 일주일 만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선임, 룰 개정 논의를 마쳐야 한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말인가.

“민주당이 8월에 전당대회를 한다. 우리 비대위 임기가 6개월인데, 여러 변수가 생겨도 전당대회 개최가 8월은 넘지 않겠다는 데 내 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추정컨대 7월 내에는 마치려고 조정할 것이다. 늦어진다면 민주당과 전당대회가 같거나 그 직전에 열린다는 얘기다.”

―‘한동훈 역할론’은 어떻게 보나.

“역할은 해야 되는데 본인이 판단할 문제다. 혹자들은 내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울 수 있으니까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전당대회를 늦추는 게 아닌가 하던데 절대 아니다. 당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고 오랜 경험이 있다.”

―한 전 비대위원장 때문에 늦춰진다는 시각이 없지는 않다.

“빨리 전당대회를 끝내라고 그런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지 말고 신중하게 잘해서 당을 쇄신하거나 정비해서 넘기라는 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 할 생각 없다.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수도권에서 지역구 의원을 지냈다. 수도권 민심 회복 방안은 생각해 봤나.

“수도권은 호남과 충청 출신 주민이 다수고, 영남권은 약 17%다. 그리고 본래 수도권 출신은 10% 정도 될까 말까 한다. 전국을 아우르는 정책과 정치적 행위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에 뽑힌 대표는 내년 보궐선거와 이후 지방선거, 그 뒤 대표는 대선과 총선을 치른다. 4년 연속 매년 선거가 있다. 사심 없이 선거를 준비해야 하고, 선거에서 이겨줘야 하는 게 대표 임무다.”

―대통령실과의 소통 문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워낙 많은 접촉이 있어 왔다. 참 훌륭하다. 홍철호 정무수석과도 친밀하다. 대통령실과의 소통 문제는 별로 없을 것이다. 뭐든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대통령과 개인적 친소관계는 없지만, 법치 등 목표는 비슷하다.”

―오는 14일 대통령실에서 만찬을 한다고 들었다.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실무 조정이 필요하다.”

―대통령께는 어떤 조언을 할 것인가.

“조언을 하려고 만나는 건 아니고, 상견례 자리다. 종료되면 정리해서 공개하겠다.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고, 구체적인 논의까지는 안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날 계획은 있나.

“임기가 짧아서 시간이 얼마 없을 것 같지만, 인사를 한번 드릴 생각이다.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지도부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연락해 보려고 한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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