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에 떠내려간 ‘청년 농부의 희망’
[KBS 창원] [앵커]
어린이날 연휴, 하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입은 합천에서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함께 농경지 4.6ha도 물에 잠겼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본 주민은 4년 전 농업에 뛰어든 20대 청년 농부였습니다.
보도에 박기원 기자입니다.
[리포트]
침수의 원인이 된 하천 임시도로 넘어, 대규모 비닐하우스가 펼쳐집니다.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4년 전부터 전업농에 뛰어든 25살 정민교 씨의 하우스입니다
수확을 앞둔 딸기는 시커먼 진흙으로 뒤덮였고, 토마토는 하얀 뿌리를 드러냈습니다.
겨우내 준비한 한해 농사는 완전히 망쳤고, 정 씨의 희망도 함께 떠내려갔습니다.
[정민교/침수 피해 농민 : "(작물이) 점점 말라 죽어 가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제가 얘들의 부모 아닙니까? 부모의 마음으로서 정말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죠."]
침수 나흘이 지났지만, 가슴까지 물이 들어찼던 당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하천이 범람하면서 키 높이만 한 제방이 힘없이 무너졌고, 강물은 바로 옆 비닐하우스를 덮쳤습니다.
새로 장만한 건조기와 농기계도 물에 잠겼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도 쑥대밭이 됐습니다.
모두 수억 원대 대출로 어렵사리 마련한 것들입니다.
[정민교/침수 피해 농민 : "좋은 하우스를 지어놨는데 상추라든가 뭐 깻잎 이런 사실 돈이 좀 덜 되는 작물 그런 거를 빨리 하기는 쉽지가 않죠. 저도 빚을 갚아야 되기 때문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자연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가 반복된 것.
지난해 이맘때에도 공사용 임시도로에 막힌 하천물로 하우스 일부가 잠겼고, 올해도 똑같은 피해가 난 것입니다.
발주처인 도로공사와 시공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측의 공식 사과는 없었습니다.
[정민교/침수 피해 농민 : "'뭔가 잘못됐지 않았나'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고쳐나가야 되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저희 농업인으로서는 답답한 마음이 클 수밖에 없죠."]
이번 침수로 피해를 본 농경지는 4.6ha, 이 가운데 3분의 1이 청년 농부 정 씨의 하우스입니다.
주민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조사와 책임 추궁을 요구했습니다.
KBS 뉴스 박기원입니다.
촬영기자:최현진
박기원 기자 (pr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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