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셰프와 떠난 깊고 푸른 명이나물의 숲

리빙센스 2024. 5. 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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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TRIP

깊고 푸른 명이의 숲

자연 속 재료를 찾아 떠나는 푸드 트립.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며 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함께 경북 영양의 흥림산 해발 700m에 올랐다. 경이로울 만큼 푸르렀던 명이나물 숲을 찾아서.

울릉도의 특산물로 유명해져 지금은 전국 삼겹살 마니아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명이나물. 사실 명이나물의 정식 명칭은 산마늘이다. 춘궁기가 되면 귀한 식량이 되어 목숨을 이어줬다 하여 '명이나물'이라는 귀한 이름을 얻었고, 지금은 울릉도에서조차 명이나물로 불린다. 1990년대 초반 울릉도에서 반출된 뒤 강원도와 경상도, 전라도 지역에서도 재배되는 명이나물. 마늘, 파, 부추 등과 함께 백합과수선화과 부추속에 속하는, 흔히 떠올리는 마늘과는 그 형태와 맛이 모두 다르지만 엄연히 마늘의 일종이다. 제철 맞은 나물을 수확하러 찾아간 곳은 경북 영양에 위치한 흥림산. 2륜 자동차로는 쉬이 오를 수조차 없는 해발 700m 깊은 산 골짜기에 다다르자 명이나물이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동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봄꽃이 피어나기도 전부터 우리에게 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해 왔던 농장주 권명달 대표의 마음이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간장에 절여진 채 힘없이 누워 있는 명이나물 장아찌의 모습만을 떠올렸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만들 정도의 장관이었다. 명이나물은 새순이 1년에 1개씩만 자라기 때문에 요리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잎이 커지려면 최소 4~5년이 걸린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야만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깊고 높은 산속에 씨를 뿌려 숲을 일궈낸 농부의 열정, 뜨겁다 못해 타오르는 것만 같다. 수확하고 나면 금세 시드는 탓에 과거에는 주로 장아찌로 가공한 후 유통했지만, 하루면 전국 어디든 택배 배송이 가능해진 지금은 생채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쯤은 식당에서 내놓는 장아찌로만 접해 봤을지도 모르지만, 명이나물은 생채로 먹었을 때 더 매력적이다. 씹을수록 더 짙어지는 단맛과 입안 가득 퍼지는 마늘 향이 일품이다. 길고 빳빳한 잎을 따라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결이 있어 상추보다 더 꼬득꼬득한 식감도 매력적. 비타민C와 K, 엽산 등이 풍부해 여느 채소처럼 몸에도 좋다. 특히 부추속 식물 특유의 알싸한 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은 항산화 작용도 해낸다. 장아찌로만 즐기기엔 너무 많은 매력을 지닌 명이나물을 수확해 색다른 요리를 만들었다. 푸르렀던 명이나물 숲을 떠오르게 만드는, 초록빛의 바삭한 튀김이다.

이달엔 봄기운으로 가득한 '나물' 산에 올랐어요. 재료를 채취하기에 좋은 계절이죠?

맞아요. 짧은 봄을 지나며 이 계절에 나는 모든 재료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에요. 어떤 날엔 이 농장에서 저 농장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며 재료를 채취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고 활기를 되찾은 농장에서 농부들을 만나고, 제철을 맞은 작물들을 만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죠.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명이나물 숲은 어땠나요? 놀라운 풍경이었죠?

산속에서 자라는 명이나물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명이나물을 어떤 식으로 재배하는지, 또 수확의 주기는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알게 된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5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새순이 순환하며 점점 잎이 넓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느꼈습니다.

해외에도 우리나라의 명이나물과 비슷한 재료가 있나요?

곰마늘Ramsons이라는 재료가 있는데, 마찬가지로 백합과에 속하지만 한국의 명이나물과는 맛과 모양이 달라요. 단맛이 좀 더 풍부해서 좋아하는 재료예요. 영국과 미국에서 사용할 때는 보통 퓌레나 따뜻한 수프를 만들 때 사용했어요. 양고기와 매칭해도 잘 어울리고요.

명이나물로 만든 이번 요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갓 수확한 명이나물을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냈습니다. 그 위에 삼겹살 기름으로 만든 마요네즈와 바싹 구운 살코기를 올렸고요. 숲에서 채취한 어린 명이나물로 장식한 뒤엔 상큼한 맛을 더할 감식초를 스프레이로 뿌려줬습니다. 이름을 지어 본다면 'Homage to wild garlic in all its forms'. 모든 형태의 명이나물에 경의를 표하고 싶네요.

명이나물 튀김

재료

명이나물, 밀가루·옥수수 전분 125g씩, 효모 4g, 달걀 2개, 탄산수 500ml, 식용유 적당량

만들기

1. 명이나물을 끓는 물에 30초간 데친 뒤 얼음물에 담가준다.

2. ①이 충분히 식으면 블렌더에 간다.

3. ②의 재료에 달걀과 탄산수, 밀가루, 옥수수 전분, 효모를 넣어 잘 섞은 뒤 10분간 놓아둔다.

4. 튀김용 냄비를 준비하고 기름을 부어 180°C 로 가열한다.

5. 데치지 않은 명이나물에 ③의 반죽을 묻혀 30~40초간 튀긴다.

6. 키친타월로 기름을 제거한 ⑤의 튀김을 접시에 담고 삼겹살 마요네즈를 뿌려준다.

7. 마요네즈를 만들고 남은 삼겹살을 바삭할 정도로 구워서 곱게 다진 뒤 ⑥ 위에 얹는다.

8. ⑦을 그대로 먹거나, 어린 명이나물 잎으로 장식한 뒤 피자처럼 손으로 들고 먹는다.

삼겹살 마요네즈

재료

삼겹살 175g, 식용유 75g, 달걀노른자 2개, 소금·식초 약간씩

만들기

1. 삼겹살 비계를 팬에 달궈 돼지기름을 만든 뒤 식용유와 함께 잘 섞는다.

2. ①과 준비한 달걀노른자를 그릇에 넣고 색이 밝아질 때까지 핸드 믹서기나 손으로 저어준다.

3. 걸쭉하게 유화되는 정도를 확인하며 돼지기름 적당량을 추가한다.

4. 마요네즈처럼 윤기가 돌면 소금과 식초로 간을 한다.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호주 출신 셰프. 영국 '레드버리', 미국 '프렌치런드리' 외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식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정착한 뒤 퓨전 한식 레스토랑 '에빗@restaurantevett'을 열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탐색하는 일에 진심이다. 2021년 미쉐린 영 셰프 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부터 5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획득했다.

CREDIT INFO

editor장세현

photographer김잔듸

취재 협조영양산골형제농장010-9816-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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