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⑦ "우주기업 도전 여건 충분…실패 용인 프로그램도 필요"

김민수 기자 2024. 5.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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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지난해 3월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이노스페이스의 '한빛-TLV'가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 제공.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1년여 전인 2023년 3월 20일(한국시간)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선 한국 첫 민간기업 독자 개발 우주발사체가 날아올랐다.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시험 발사체 ‘한빛-TLV’가 주인공이다. 엔진 검증을 위한 시험발사에서 106초간 엔진 연소 후 4분 33초 동안 비행했다. 엔진 정상 작동과 추력 안정성 유지도 확인됐다. 국내 최초 민간 우주발사체가 발사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노스페이스는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2017년 창업됐다. 우주발사체 개발에 도전장을 내며 창업한 지 불과 6년만에 ‘하늘 길’을 열었다. 경기도 동탄 소재 이노스페이스 우주발사체연구소에서 만난 김수종 대표는 발사 성공까지 가는 길이 녹록치 않았을 것 같다는 물음에 “국내 우주개발 생태계는 나로호 개발 이후 누리호 개발로 이어지면서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상태였다”며 “다양한 스타트업이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다고 판단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달 27일 출범 예정인 우주항공청에 “우주비즈니스의 특성상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고 민간기업이 국가 대 국가로 협력해야 할 때 네트워크 구축과 관계 유지에 우주항공청이 도움을 주면 좋겠다”며 “민간기업의 도전적인 실패를 용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지원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을 나와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김 대표는 테크니온 이스라엘 공과대학 로켓추진센터에서 3년간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친 뒤 한화에서 로켓추진기관 연구개발을 하다가 이노스페이스를 창업했다. 

그는 “이노스페이스를 창업한 2017년 당시 누리호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에코시스템, 부품 공급망 등이 갖춰져 있었고 대형 비행체를 만드는 국내 제조기반을 경험하면서 여건은 마련돼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내에선 민간 우주기업이 생소했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우주개발의 무게중심이 민간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등 글로벌 시장에서 민간기업이 이미 두각을 드러낸 가운데 이노스페이스가 선택한 차별점은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이다. 고체연료와 액체산화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은 값싼 비용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우주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위성 발사가 수시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우주산업 트렌드를 겨냥했다. 문제는 발사체 성능 예측치와 실제 데이터 오차가 크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하이브리드 로켓엔진은 구조가 단순해 빠르게 만들지만 성능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방대한 시험데이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엔진 연소 시험을 수천회 실시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오차 범위를 줄이고 발사체 성능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노력은 현재 이노스페이스만의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했다. 

2차 발사는 내년 3월이 목표다. 1차 시험발사와 마찬가지로 브라질 알칸타라우주센터에서 시도한다. 우주개발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브라질을 발사장으로 낙점한 데는 사연이 있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브라질도 원래 자국 위성을 자국 발사체로 자국 땅에서 발사하는 게 목표였다. 2000년대 초반 사고가 있었고 개발이 중단됐다. 이미 만든 발사장 활용을 위해 전세계 우주기업들을 대상으로 발사 제안을 받았고 제안서를 제출한 이노스페이스가 발사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이노스페이스 제공.

김 대표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소규모 로켓 개발을 하면서 엔진시험장을 직접 구축하고 발사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전세계에 있는 발사장을 거의 대부분 훑으면서 브라질 발사장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노스페이스는 최근 코스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 자금으로 발사체 양산 기반 확충과 연구개발, 해외시장 판로 확보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직원수만 140여명에 창업한 지 7년째인 어엿한 기업이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으로 불리고 싶다는 김 대표는 “상장하면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 정신을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싶다”며 “장기적으로 우주 운송 수단을 토대로 인류가 우주를 활용하고자 할 때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스페이스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지난해 3월 첫 시험발사 성공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다.

“2022년 12월 발사 직전 안전관리시스템 네트워킹 문제로 발사가 무산됐을 때 정말 힘들었다. 발사 가능한 시기를 의미하는 ‘윈도’가 닫힐 때까지 해결하지 못했다. 브라질 현지에서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허탈감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험발사라 차라리 실패했다면 데이터라도 얻을 수 있어 괜찮았을 텐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듬해 3월 발사 성공한 뒤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Q. 창업 당시 에코시스템이 갖춰졌다고 했지만 남들이 보기엔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혼자서 창업했다. 기업 셋업도 혼자 하고 홀로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항공대에서 로켓엔진 전문가들과 뜻이 맞는 후배들을 한명씩 설득해서 합류시킬 수 있었다. 창업 자체도 큰 도전이었다.”

Q. 브라질 발사장은 국내에서는 생소했다.

“브라질이 이미 구축해둔 발사장을 활용하기 위해서 전세계 기업들에게 활용 제안서를 받았다. 11여개 기업이 제안서를 냈고 이노스페이스가 4위를 했다. 제안서를 낸 기업들 중에서 발사 약속을 지킨 기업으로는 이노스페이스가 유일하다. 일부 기업은 파산하기도 했고 일정을 지키지 못하기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 엔진 시험장과 발사장은 외부에 의존하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시험장을 직접 구축하고 발사장 라이선스도 직접 확보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Q.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가 큰데 어떤 점을 기대하나.

“지금까지 정부는 우주개발에 대해 산업으로 보지 않고 연구개발(R&D) 영역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었다. 기업의 자율적인 활동에 관심이 부족했다. 우주청은 산업 성과를 자유롭게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다보면 도전적 목표를 설정해서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게 특성이다.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지원과 R&D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실행하면 좋겠다. 

또 우주기업은 내수 시장이 부족하다 보니까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민간기업이 직접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어렵다. 우주청이 만들어지면 국가 대 국가 협력과 관계 유지에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민간기업 중심의 우주개발인 ‘뉴스페이스’를 본격화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측면에서 조심스럽게, 동시에 도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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