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이재명에 무릎 꿇고 안전보장? 영수회담 까발린 특사들 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에 앞서 비공식 라인을 가동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그 내용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충격적입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분개한 당원들이 윤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어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영수회담 막후에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알아보죠.
◇레임덕 부추기는 자칭 비선 특사
함성득 경기대 교수와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7일 자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지난달 29일 영수회담을 물밑에서 조율했다고 밝혔습니다. 함 교수는 윤 대통령과 서초동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임 교수와는 막역한 사이라고 합니다.
윤 대통령-함 교수-임 교수-이 대표로 연결되는 '비공식 라인'이 가동됐다는 얘기인데요. 역대 정권에서도 비공식 라인이 영수회담을 조율한 적은 있지만 회담 직후 '특사'를 자처하며 비공개 회담 내용을 공개한 사례는 없습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 벌어졌는데요.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의 레임덕이 빨라졌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비선 논란은 4·10 총선 이후 벌써 두 번째인데요. 지난달 17일에는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대통령실 발(發) 보도가 나왔죠. 그때만 해도 여권 내부의 반발이 심했는데 이번에는 당원들이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어요.
비선 라인을 통해 영수회담을 조율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과정에서 나온 대화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윤 대통령이 함 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걸 임 교수가 받아서 이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인사추천권, 이 대표와 핫라인 구축,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더 믿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향후 대통령실 인사 등 여권 개편 과정에서 이 대표의 대선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인물들을 배제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합니다. 듣기에 따라 이 대표의 차기 대선을 돕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소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부글부글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국무총리 추천권과 관련해서는 "꼭두각시처럼 쓰고 버려질 총리라면 추천하지 않겠다"고 했고, 여권 개편 구상에 대해서도 "경쟁자가 많을수록 좋다"고 거절했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또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임명 여부를 물었고, 이 대표는 "뜻대로 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수사는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 "영수회담이 쭉 이어져 앞으로 더 자주 만난다면 골프회동도 하고, 부부동반 모임도 하자"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냈습니다.
이런 말들이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완전히 굴복하고 들어가는 모습인데요. 정말 이 정도의 저자세였을까 하는 의구심이 갑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추천권을 주고, 이 대표의 차기 대선 경쟁자를 배제시키려는 모습까지 보였다니 믿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의 정체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대목인데요. 이게 '소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반면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제안을 단호하고 냉정하게 되받아친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다 거절했는데 완전히 무릎 꿇고 항복 선언을 하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이 대표는 국정기조 전환이 먼저이고, 그에 상응하는 신뢰 회복 조치가 있어야 총리 추천 등을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은 윤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글과 함께 "보수의 궤멸자", "민주당의 트로이목마"라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도배됐습니다. "그렇게 한동훈을 죽이려고 용쓴 게 이재명 대선을 위해 한 짓", "이재명을 위해 한동훈과 원희룡을 버렸다" 등의 비난 글도 쏟아졌습니다.
대통령실은 파문이 일자 공식 접촉이나 물밑 조율을 부인했는데요. 윤 대통령은 이날 관련 기사를 접하고 참모들에게 "그런 말은 한 적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영수회담 조율은) 공식 라인을 거쳐서 쭉 했다. 거창하게 특사라든지 물밑 라인, 그런 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의 말이 맞다면 함 원장과 임 교수가 거짓 인터뷰를 했다는 얘기인데요. 여러 정황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봤을 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비선 라인을 가동하기는 했는데 전달 과정에서 좀 부풀려진 것일 수도 있겠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결국 당사자들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팩트체크는 더 해 봐야 되겠지만 아무래도 개연성은 있다고 봐야 되겠지요. 왜 그러냐 하면 임 교수도 그렇고 함 교수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으니까 어디까지 논의가 됐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비공식라인을 공식화해서 내용 자체를 다 공개한다는 자체가 원래의 취지에 맞지 않고, 대통령의 뜻에 맞지 않은 행동 아닌가요?"(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결국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 이렇게, 저는 그렇게 일단 해석이 됩니다. 지금 의석 구도가 192 대 108이지 않습니까? 정국 상황에 따라서 여권에서 이탈할 수 있는 의원이 8명만 확보가 되면 대통령 거부권이 무력화되고 또 사안에 따라서는 김건희 특검 또 채 해병 특검 등에서 윤 대통령이 직무상 불법 행위 등이 발견될 수도 있거든요."(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그런 얘기가 나오는 게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고, 우선 대통령이 이번 총선에 대해서 가져야 할 자세는 국민 앞에 무릎을 꿇는 겁니다. 이재명한테 무릎을 꿇으라는 게 아닙니다. 야당 쪽에서도 총리 추천권을 달라, 비서실장 추천권을 달라, 이런 얘기도 있었잖아요.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죠."(8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가 불편해할 사람은 기용하지 않겠다'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전달한 메시지라고 소위 비선이 떠듭니다. 사실이라면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무슨 상전입니까? 이 대표가 아무리 불편해도 도저히 반대할 명분이 없는 인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8일 페이스북)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아니 대통령이 어떤 야당한테 총리 추천권을 준다? 이거는 있을 수 없는 겁니다. 본인들의 어떤 소위 말해서 허장성세가 될 수도 있고요. 본인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세상에 교수들이 나와서 인터뷰를 했다는 걸 제가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교수는 교수다워야 되는 것 같아요."(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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