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발굴한 도쿄 부동산 사기극, 잠자는 땅을 깨우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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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여름 휴가철 끼고 갈 소설로 일찌감치 찜해둘 만하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일본 작가 신조 고(41), 그의 2019년 소설 '도쿄 사기꾼들'의 원제는 '지면사들'이다.
소설은 반드시 위기를 맞아 또 극복되기까지의 상투성을 감당해낸다.
그게 아닌들 진짜 피해자는 변치 않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인바 사기의 근성 또한 변할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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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사기꾼들
신조 고 지음, 이규원 옮김 l 북스피어 l 1만6800원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여름 휴가철 끼고 갈 소설로 일찌감치 찜해둘 만하다. 빠른 호흡의 전개와 영상으로 보는 듯한 몰입감의 ‘페이지 터너’에 깊이를 더했다. 한국 사회가 특히 ‘발작’하는 부동산의 생리, 더 좁게는 물고 물리는 부동산 사기의 세계를 정밀하고도 시종 긴장감 있게 재현한 덕이다. ‘사회파 추리물’로 부를 법도 한데, 일본엔 역사·사회적 사건 등의 리얼리즘 바탕에 ‘호러 추리’를 입힌 작가 미쓰다 신조도 하나의 양식이 되었으니 무리랄 게 없다.
국내 처음 소개되는 일본 작가 신조 고(41), 그의 2019년 소설 ‘도쿄 사기꾼들’의 원제는 ‘지면사들’이다. 방화범죄로 어머니, 아내, 자식을 잃은 37살 다쿠미가 주인공이다. 삶의 의욕 없이 보도방 운전기사로나 지내던 4년 전, 키 180㎝가 넘는 건장하고도 치밀한 60대 남자 해리슨 야마나카를 만난다. 알고 보니 ‘지면사’였다. 소유자인 척 매입자에게 토지를 팔아 대금을 챙기는 부동산 사기꾼. 그 세계에서도 카리스마를 내뿜는 해리슨은 독보적인 듯하다.
소설은 다쿠미가 해리슨을 통해 사기 조직에 가담하고 수완을 발휘하기까지, 그러니까 전문 일당이 거대 부동산 개발업체를 사기 쳐먹는 과정을 촘촘하게 좇는다. 해리슨 지휘 아래, 약쟁이 다케시타가 물건과 매입자를 찾고, 다쿠미와 고토가 교섭을 담당한다. 지주로 위장할 배우를 물색해 훈련하는 자, 신분증·서류 위조하는 기술자로까지 분업된 원시적이면서도 지능적인 사기집단을 쫓는 노형사 다쓰가 사건의 이면에 얽힌 ‘인간사’를 들춰낸다.
소설은 반드시 위기를 맞아 또 극복되기까지의 상투성을 감당해낸다. 해리슨이 빚어내는 ‘차가운 도시’의 냉혹한 사기꾼의 정조 내지 후반부 분출하는 다쿠미와 해리슨의 진짜 첫 인연은 자못 흥미롭다. ‘도쿄 사기꾼들’은 여기에 ‘사기’라는 행각의 중독성과 파멸성, 결국 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 땅의 중독성과 파멸성이 함께 형상화된다는 점에서 ‘웰메이드 오락물’을 뛰어넘는다.
“이 망망하게 이어지는 도시 어딘가에 아직 찾아내지 못한 땅이 잠자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종국에 크게 사기당하고 마는 건설 대기업 담당 임원의 이 믿음은 토건 자본주의가 잠든 욕망을 깨우는 도시의 엔진이라는 수사보다 ‘직설적’이다. 임차인 보호 장치와 문화가 견고해 가령 롯폰기힐즈 일대 개발 당시 모리빌딩이 완공까지 20년 걸렸던 일본은 반작용처럼 그를 기만하는 흑역사 또한 짙다.
합법적 사기꾼과 불법적 사기꾼의 전장에서 결국 불법 쪽이 승리한다. 함의가 있을까. 그게 아닌들 진짜 피해자는 변치 않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인바 사기의 근성 또한 변할 줄을 모른다. 한겨레에 밝히길,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가 죽음까지 부르는 전세사기 세태를 계기로 국외 작품을 뒤지고 발굴한 게 지난해 초다. 이 소설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여름 전 세계 방영될 예정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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