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매콤·쫄깃함 일품 ‘아귀불고기’… ‘아구데이’ 맞아 맛볼까

김보경 기자 2024. 5.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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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밥상] (52) 경남 창원 ‘아귀불고기’
1960년대 건아귀찜 전문점 많아지자
몇몇 식당서 차별화한 메뉴로 선보여
생아귀 쓰고 센 불로 조리한 게 특징
큼직한 살덩이와 미끈한 껍질맛 조화
같이 나오는 간·위 수육 고소한 풍미
고슬고슬 볶음밥도 놓치면 안될 코스
매년 5월9일 ‘아구데이’ 축제도 열려
경남 창원의 향토음식 ‘아귀불고기’는 싱싱한 생아귀로 만들어야 제맛이다. 쫄깃한 아귀살과 매콤 달콤한 양념맛이 잘 어우러진 아귀불고기 맛이 중독적이다. 창원=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경남 창원에선 아귀수육·아귀찜 등 다양한 아귀 요리가 명물로 손꼽힌다. 그 가운데 창원 사람들만 찾아 먹는 숨은 별미가 있으니, 바로 ‘아귀불고기’다. 콩나물이나 미나리 같은 채소 없이 아귀살을 빨간 양념에 버무려 볶은 아귀불고기는 색다른 아귀맛을 보여주는 향토음식이다.

아귀는 못생긴 바다 생선의 대표 주자다. 몸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넓적한 머리와 큰 입을 가진 못난 생김새 때문에 옛날엔 그물에 잡히면 곧바로 바다에 내던지던 생선이었다. 또한 불교에서는 굶어 죽은 귀신을 아귀(餓鬼)로 부르는데, 입이 크고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습성이 탐욕스럽게 비쳐 그 이름이 붙여졌다. 별칭으로 경상도에선 ‘아구’, 인천에선 ‘물텀벙이’로 불린다. 아귀는 위협적인 생김새와 달리 영양이 풍부한 식재료다. 껍질에 있는 콜라겐 성분이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주목받는다. 특히 아귀 간은 아귀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일 만큼 귀한데,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DHA 함량이 높아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100m 이상 깊은 바다에 사는 아귀의 제철은 추운 겨울부터 봄까지다. 이 시기에 국내 서해와 남해에서 잡아 올린 아귀는 살이 많이 차올라 맛이 좋다.

창원에서 아귀불고기를 먹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사실 아귀를 요리해 먹은 역사는 그리 길진 않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아귀는 해방 후 전남·경남·인천 등지에서 탕으로 먹기 시작했다. 창원이 아귀 요리로 유명해진 건 1960년대 건아귀로 만든 아귀찜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건아귀찜이 인기를 얻어 창원 마산합포구 오동동 일대에 아귀찜 전문 거리가 형성될 정도였다. 이처럼 아귀찜 전문점이 많아지면서 몇몇 식당에선 차별화하기 위해 아귀불고기를 선보였다. 창원에서 나고 자란 김지연씨(29)는 아귀불고기는 가족 외식의 단골메뉴였다고 회고한다.

“어릴 때부터 가족끼리 저녁 외식을 할 때 아귀불고기를 먹으러 자주 갔죠. 매콤 달콤한 양념이 잔뜩 묻은 아귀살을 뼈째 들고 먹곤했어요.”

의창구 창원역 근처에 있는 식당 ‘풍성한고을’은 아귀불고기를 먹으러 온 손님들로 항상 북적인다. 사장 이청희씨(37)는 아귀를 즐기려면 아귀불고기를 먹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새벽마다 부산에서 잡은 아귀를 받아옵니다. 해마다 어획량이 줄어 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죠. 이렇게 귀한 아귀를 먹으면서 콩나물 같은 채소로 배를 채우긴 아깝잖아요. 아귀의 참맛을 느끼려면 아귀불고기를 먹어야죠.”

아귀불고기는 생아귀로 만들어야 제맛이다. 아귀찜은 건아귀를 쓰기도 하지만, 수분 없이 센 불에 조리하는 아귀불고기는 부드러운 생아귀를 써야 양념이 잘 밴단다. 7∼8월엔 금어기여서 신선한 생물 아귀로 만드는 아귀불고기를 맛보기 어렵다. 아귀불고기를 만들 땐 아귀를 손질하는 것부터 신경 써야 한다. 살과 내장을 손질하고 아귀살을 연달아 4번 씻어낸다. 진액이 많아 한번으론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귀불고기는 두번 조려 만든다. 잘 손질된 아귀살을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양파를 넉넉히 넣어 1차로 조린 후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비법 양념을 넣고 한번 더 조려서 나간다.

아귀불고기를 먹은 뒤 볶음밥도 놓칠 수 없다.

완성된 아귀불고기는 둥그런 철판 위에 얹어 나온다. 빨간 양념이 밴 아귀살에 얇게 썬 파와 깨가 뿌려져 더 먹음직스럽다. 매콤 달달한 불고기 냄새가 은근하게 올라온다. 큼지막한 살이 붙은 아귀 한덩이를 입안 가득 베어 문다. 탱글탱글한 식감에 맵고 달짝지근한 양념이 잘 어울린다. 마치 닭볶음탕만 먹다 처음 양념치킨을 맛본 기분이다. 중독성 있는 맛에 쫄깃한 지느러미 부분도 먹어본다. 가시가 많아서 먹기 번거로워 보이지만 이로 살살 긁으면 쉽게 빼먹을 수 있다. 아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살코기보다 미끈한 식감이 매력적인 지느러미와 껍질을 더 선호한다. 신선한 생아귀를 쓰는 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아귀 간과 위가 수육으로 함께 나왔다. 간을 초장에 찍어 먹으니 ‘바다의 푸아그라’라는 별명답게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퍼진다. 위도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 좋아 자꾸만 손이 간다. 아귀를 다 골라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볶은 고슬고슬한 볶음밥도 놓치지 말자.

창원에선 매년 5월9일을 ‘아구데이’로 지정하고 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13회 마산 아구데이 축제’가 11일 오동동에서 열린다. 날씨가 더워지기 전 아귀불고기도 맛보고 축제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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