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편들다 '제도의 실패' 증명한 선방위...최다 징계 기록 쓰고 활동 종료

남보라 2024. 5. 1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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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위 150일 활동 종료, 중징계 30건 확정
MBC ‘날씨 1’ ‘명품백 수수’ 등 이의신청 기각
선방위원장 “정치적 편향 없어” 주장했으나
구성부터 ‘편향’, 비판 언론만 징계하며 ‘파국’ 
“공정성 심의 폐지하고 의결 권한 없애야”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지난달 최고 수위 중징계인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를 내린 MBC 뉴스데스크의 날씨 보도(2월 27일). 선방위는 미세먼지 수치 '1'을 나타낸 그래픽이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기호와 당 색깔을 연상케 한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MBC 보도 캡처

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MBC의 ‘날씨 1’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보도 징계 등에 대해 방송사들이 낸 이의신청을 대부분 기각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판 보도만 중징계한다는 편파 심의 논란이 거셌던 선방위는 역대 최다 징계 등의 기록과 함께 10일 활동을 종료한다. 전문가들은 선방위 구성과 심의 대상 등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회의서 '편파 심의' 두고 고성

선방위는 9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대회의실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MBC 등 중징계를 받은 방송사들이 낸 재심 청구 18건(MBC 9건, CBS 3건, 가톨릭평화방송·대전MBC·채널A 각 2건) 중 17건을 기각하고 1건은 징계 수위를 낮췄다. MBC의 ‘날씨 1’ ‘윤석열 대통령 장모 가석방’ ‘김 여사 모녀 주가조작 의혹’ 보도 등의 재심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반면 CBS '김현정의 뉴스쇼'만 법정제재인 '경고'에서 '주의'로 징계가 낮아졌다.

이에 22대 총선 선방위가 내린 중징계(법정제재)는 총 30건으로 확정됐다. 30건은 역대 선방위 중징계 중 가장 많은 수치로, 이 중 17건이 MBC 보도다. 30건 중 최고 수위 중징계인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도 14건에 달해 선방위의 역대 ‘관계자 징계’(2건)보다 7배나 많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방송사 보도를 심의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심재흔 위원은 “MBC가 법원에 낸 가처분 7건이 모두 받아들여졌다”며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 징계 수위를 낮추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출석한 위원 5명이 대부분 안건에 기각 의견을 내면서 17건이 기각됐다. "편파 심의"라는 심 위원 지적에 여권 성향 위원들이 "명예훼손"이라며 반말로 소리를 지르는 등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백선기 선방위원장은 “(징계는) 위원 9명의 집단지성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다른 선방위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정치적 편향성이 절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첫발부터 '실패'→결국 파국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선방위가 ‘제도의 실패’를 증명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구성과 심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정치적 도구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이번 선방위는 합법적으로 구성되더라도 어떤 파국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준 사례로, 제도 자체가 매우 불안정하다는 걸 입증했다”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이 매우 조심히 심의해야만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는 기구인 만큼 위원 추천권을 업계 대표성을 가진 단체나 학회에 주는 등 구성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전후 150일 동안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선방위는 지난해 12월 구성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모두 여권 추천인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황성욱 상임위원이 선방위를 구성하며 신생 보수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와 심의 대상 방송사인 TV조선 등에 위원 추천권을 줬다. 류 위원장의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백선기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선방위원장을 맡는 등 보수 성향 위원이 과반을 넘었다. 또 공언련이 낸 민원을 공언련 간부 출신 위원 2명(최철호·권재홍 위원)이 계속 심의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며 심의 공정성은 더욱 의심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와 관련, 두 위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백선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방심위 제공

"'공정성' 심의·의결 권한 폐지해야"

공정성에 대한 심의 자체를 폐지하고, 방심위에 의결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송 내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심의하는 것 자체가 언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위원들이 자의적으로 공정성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정당성과 타당성을 얻지 못한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 비판 언론을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성, 객관성 심의를 폐지하고 선거법 위반, 선거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허위 정보 등 명확한 내용만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월만 활동하는 임시기구에 막강한 징계권을 주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선방위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방송사들은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을 받는다. 심석태 교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업무를 장난치듯이 임시기구로 만들고 뚝딱 몇 달 심의하고 책임도 안 지고 가는 것은 제도의 실패”라며 “자문기구 등으로 낮춰 심의는 선방위가 하되, 의결은 방심위가 하는 등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방위는 지난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2월 25일 방송한 '세계가 주목한 ‘디올 스캔들’ 사라진 퍼스트레이디'에 최고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내렸다. MBC 캡처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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