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남성 사교클럽, 200년 만에 “여성도 회원 모십니다”

유재인 기자 2024. 5. 1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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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 Why]
영국 남성 사교모임 ‘개릭 클럽’
언론에 명단 공개되자 개방키로

영국의 유서 깊은 남성 사교 클럽 ‘개릭 클럽’이 창설 약 200년 만에 여성 회원 가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개릭 클럽은 지난 7일 회원 투표에서 60%의 찬성으로 여성 회원 가입을 허용했다. 투표는 런던 중심부 코번트가든에 있는 회관에서 진행됐으며, 수백 명의 회원들이 클럽을 상징하는 분홍색과 녹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투표에 참석했다.

18세기 전후로 유럽에서는 소수의 지식인과 예술가, 신흥 자본가들이 참여하는 회원제 사교 모임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귀족 부인들이 주도했던 프랑스의 살롱과, 왕실과 상류층의 남성들이 주축이 된 영국의 클럽이다. 지금은 클럽이라는 단어가 술을 마시고 춤을 추거나 마음에 맞는 이성을 찾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당시의 살롱이나 클럽은 각종 현안에 대해 토론을 하거나 친목 교류를 하는 등 유흥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었다.

개릭 클럽은 1831년 윌리엄 4세의 남동생이자 서식스 공작 칭호를 받은 오거스터스 프레더릭 왕자의 후원으로 설립됐다. 클럽 이름은 18세기 영국의 배우이자 극작가였던 데이비드 개릭의 이름을 땄다. 사회 각 계층에서 약 1500여 명의 남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회원 명단은 철저히 기밀로 유지돼 왔다.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러나 지난 3월 가디언에서 개릭 클럽의 일부 회원 명단을 입수해 발표한 이후 여성의 클럽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당시 가디언에서 공개한 60여 명의 회원 중에는 찰스 3세 국왕을 포함해 올리버 다우든 전 국무장관, 리처드 무어 MI6(비밀정보국) 국장 등 법조계·정계 고위 인사,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브라이언 콕스, 팝스타 스팅과 마크 노플러 등 유명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지만 죄다 남성이었기 대문이다. 가디언은 “대부분 회원들이 백인이었으며 50대 이상의 남성이었다”며 “개릭 클럽은 남성 지배적인 영국 조직의 보루로 남아있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전에도 이 클럽에 여성 가입을 허용하자는 시도는 있었다. 1990년대 인권 변호사 앤서니 레스터는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메리 앤 시그하트를 회원으로 추대했으나 실패했다. 2011년에도 배우 휴 보너빌이 동료 배우인 조애나 럼리를 회원 후보자로 추천했으나, 회원 대부분의 반대로 불발됐다. 2015년에는 여성 가입 찬반 투표가 열려 50.5%가 찬성했으나 회원의 3분의 2가 찬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그러나 이번 투표에서는 과반 찬성으로 조건이 대폭 완화됐고 클럽은 약 20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이 과정에서 클럽 운영진을 향한 압박도 있었다고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2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여성 회원을 가입시키라는 편지와 이메일을 운영진에게 보냈다. 스팅과 노플러 등은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클럽을 탈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다만 클럽의 가입 절차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느려서 실제 여성이 개릭 클럽에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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