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를 좋아하게 만들자…지구를 지키고 싶었던 다큐의 뒷이야기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4. 5.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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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창사특집팀 1년 고래탐험- 향고래 모유 수유 장면 등 포착- 인간 잔혹함 등 이면도 담아내"새끼 고래 미리암이 어미의 배 부분에 주둥이를 들이밀자 어미의 배 안에서 스윽 젖꼭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내밀어 젖꼭지를 감싸는 새끼 고래 미리암의 혀는 마치 꽃잎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이었다. '프린지'라 불리는 이 독특한 모양의 혀는 젖을 먹는 새끼 고래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젖을 떼고 나면 퇴화된다고 한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인가. ()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젖을 빠는 새끼 고래 미리암의 모습은, 마치 엄마 품에 안겨서 젖을 먹는 아기를 볼 때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SBS 창사특집 제작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쉽게 볼 수 없어 낯선 존재이기도 한 고래를 1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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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창사특집 고래와 나- SBS 창사특집 제작진 홍정아 작가·이큰별, 이은솔 피디 지음/아트레이크/1만9000원

- SBS 창사특집팀 1년 고래탐험

- 향고래 모유 수유 장면 등 포착

- 인간 잔혹함 등 이면도 담아내


“새끼 고래 미리암이 어미의 배 부분에 주둥이를 들이밀자 어미의 배 안에서 스윽 젖꼭지가 나오는 게 아닌가.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내밀어 젖꼭지를 감싸는 새끼 고래 미리암의 혀는 마치 꽃잎처럼 구불구불한 모양이었다. ‘프린지’라 불리는 이 독특한 모양의 혀는 젖을 먹는 새끼 고래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젖을 떼고 나면 퇴화된다고 한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자연의 섭리인가. (…)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젖을 빠는 새끼 고래 미리암의 모습은, 마치 엄마 품에 안겨서 젖을 먹는 아기를 볼 때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혹등고래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다가가는 임완호 수중 촬영감독. 아트레이크 사진 제공

이것은 소설 문장이 아니다. 향고래의 모유 수유 장면이다. 미리암은 태어난 지 한 달이 갓 지난 어린 향고래란다. 글과 사진을 몇 번씩 다시 봐도 신기하다. 고래는 물속에 사는 포유류가 맞다!

‘2023년 방송콘텐츠 대상’ 대상 수상작 ‘SBS 창사특집 고래와 나’ 4부작을 책으로 다시 만난다. 함께 출간된 포토북(3만 2000원)에는 시원스러운 사진과, 짧은 시처럼 아름답고 간결한 설명이 함께한다. SBS 창사특집 제작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쉽게 볼 수 없어 낯선 존재이기도 한 고래를 1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찾아 나섰다. 책은 다큐멘터리 4부작에 다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까지 더욱 자세히 그리고 깊게 전달한다.

사람과 고래가 함께 있는 사진 한 장이 눈에 띈다. 혹등고래를 촬영할 때, 촬영 마지막 날 4마리가 마치 선물처럼 찾아왔다. 혹등고래 무리는 느리지만 부드럽고 아름다운 춤을 추었다. 그 순간의 감동을 책에서 엿볼 수 있다. “배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완호 촬영감독이 참지 못하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카메라 뷰파인더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는데 고래를 촬영했던 지난 7년을 통틀어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이었다고 한다.”

책은 고래의 아름다움만 담는 것이 아니라 고래의 처참한 현실과 인간의 잔혹함도 담았다. 기후 위기를 겪는 우리에게 현명하게 해답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익숙하지만 낯선 고래를 먼저 사랑하면 고래가 사는 터전인 바다를 생각하게 되고 결국 고래와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를 사랑하게 된다는 명쾌한 답이다.

에필로그에서 제작진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에서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큐멘터리는 아무래도 살아 있는 사람을, 동물을, 자연을 오롯이 카메라에 담는 작업이다 보니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래는 더욱더 그러리라 예상했다. 그 어떤 것도 감히 예측하고, 계획하고, 고집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목표 하나는 있었다. ‘고래를 좋아하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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