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1만원, 프랜차이즈 3만원 육박… 치킨값의 비밀은?

송혜진 기자 2024. 5.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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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구조’ 뜯어보니…

지난달부터 일부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이 치킨 가격을 잇따라 올리면서, 치킨 한 마리값에 배달비까지 더하면 3만원에 육박하는 ‘치킨값 3만원 시대’가 본격 열리고 있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간식이자 안주로 꼽히는 치킨 값이 6~7개월마다 최소 5~6%씩 뛰어오르고 있다. 치킨값이 계속 오르자, 대형마트·편의점 등에선 반대로 1만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소위 ‘가성비 치킨’ ‘1만원 치킨’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정작 치킨 가격이 올라도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 점주들은 배달비를 포함해 3만원 가까이 받아봤자 “원재료 가격에 인건비가 올랐고, 배달 중계 수수료까지 떼이고 나면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한다. 대형마트에선 반면 1만원대 치킨이 내놓자마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얻자, 가성비 치킨의 판매를 갈수록 확대하는 추세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대형마트 치킨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그래픽=김하경

◇도계육(생닭)·기름값부터 달라

홈플러스가 판매하는 당당치킨은 프라이드 한 마리에 6990원, 양념 7990원, 순살 7990원이다. 최근 치킨 값이 오르면서 판매량이 계속해서 오른 덕분에 지난달엔 누적 판매량 300만개를 돌파했다. 롯데마트는 10호 냉장 계육을 튀겨낸 ‘큰 치킨’을 1만4990원에 판다. 지난 1~8일엔 행사 가격을 적용해 1만990원에 내놓아 3만 마리 넘게 팔았다. 이마트는 ‘생생치킨’이란 이름으로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9980원에 내놓는다. 매달 10만 마리 넘게 팔린다.

푸라닭을 비롯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들이 최근 메뉴 가격을 올리면서, 일부 메뉴 가격이 2만3000~2만4000원까지 된 것을 감안하면, 최근 대형마트 치킨 가격은 프랜차이즈 치킨 값의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보다 70%가량 저렴하게 치킨을 팔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재료 구매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보통 국내에서 팔리는 육계(고기를 먹기 위해 대량으로 키우는 닭)는 무게에 따라 100g 단위로 5호부터 16호까지 나뉜다. 5호가 가장 작고 16호가 가장 크다. 소비자들이 많이 먹는 치킨은 7~8호, 9~10호, 11호 닭고기를 주로 사용하는데, 마트 치킨에 많이 쓰이는 닭은 보통 7~8호 크기이고,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보통 9~10호를 많이 사용한다. 8일 기준으로 7~8호 육계는 4085원, 9~10호는 3769원이었다.

대형마트는 양계업체와 연간 계약을 맺고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닭을 공급받을 수 있다. 보통 시세보다 낮은 3500~5000원 사이에서 닭을 공급받게 된다.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은 여기에 도계 업계의 마진과 프랜차이즈 본사 수수료 등을 더 붙인 6000원 안팎에 닭을 사온다. 다리나 날개만 모은 부분육은 10~15% 가격을 더 내야 한다.

치킨을 튀겨내는 기름값도 가격 차이를 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마트는 대개 가장 저렴한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해서 가격을 낮춘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계는 서로 제품 차별화 경쟁을 위해 카놀라유, 올리브유 등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최근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2배가량 뛰었다.

그래픽=김하경

◇프랜차이즈 점주 “값 올리면 주문만 줄어든다” vs 대형마트 “치킨 팔릴수록 손님 늘어”

대형마트는 개별 광고·포장비용 등을 상대적으로 적게 들이는 반면,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의 경우 광고비와 본사 로열티, 포장비용을 더 내야 하는 것도 가격 차이를 키우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프랜차이즈 치킨 본사들은 가맹점주들의 매출을 올려주려 한다는 명목으로 매년 막대한 광고료를 점주들에게 분담시킨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결국 치킨값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의 경우엔 또한 배달 기사에게 주문 건당 4000원 안팎의 배달비를 내고, 배달 플랫폼에도 중계 수수료를 따로 내야 한다. 한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 점주는 “솔직히 치킨 가격이 오르면 괜히 주문 건수만 줄고 좋은 점이 없다. 본사 영업이익이 조금 나아질 뿐, 정작 가게 운영하는 점주들 허리가 휘는 건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형마트들은 반면 ‘가성비 치킨’ ‘1만원 치킨’ 판매를 통해 사실 큰 이익을 내긴 어렵지만, 1만원 치킨을 앞세워 고객을 더 많이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고 보고 계속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외식물가가 상승할수록 가성비가 좋은 즉석조리 코너 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불러모으기 위해서라도 1만원대 치킨 판매를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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