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번씩 부부간 대화… 힘든 육아 시기 이겨냈죠

오유진 기자 2024. 5. 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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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삼남매 키우는 최장현·허지혜 부부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 하남시 한 교회에서 최장현·허지혜씨 부부가 삼 남매와 함께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장현씨, 둘째 은호, 첫째 은우, 셋째 은서, 허지혜씨. /남강호 기자

경기 하남시에 사는 최장현(42), 허지혜(41) 부부는 은우(10), 은호(8), 은서(4) 등 삼 남매를 키운다. 이 부부는 10여 년간 교회 사역자로 함께 일하면서 아이들을 낳아 길렀다. 작년 1월부터는 건축 회사로 옮겨 함께 근무 중이다. 이들은 “(교회에서 일하던) 당시 경제적인 부담은 컸지만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요즘은 ‘한 명 더 낳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내 허지혜씨는 첫째가 두 살 됐을 때쯤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당시 둘째는 100일이 막 지난 아기였다. 교회 사역자였던 남편은 저녁에 근무할 때가 많았고, 1박 2일 일정으로 출장 갈 때도 많아 혼자 육아를 해내야 하는 시간이 길었다고 한다. 허씨는 “한 명을 달래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이 울어서 혼자 아이들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었다”면서 “한 번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8년 첫째가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됐을 때 허씨는 남편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함께 있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후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만나 2시간씩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허씨는 “초기엔 서로 만나서도 각자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지만,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니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육아 부담도 차츰 줄어들었다. 허씨는 “육아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지만 그런 시간이 아이뿐 아니라 부모도 자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남편 최장현씨는 평일 오후 6시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8시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대화한다. 아이들을 재우기 전인 오후 9시부터 30분간은 ‘오늘 가장 좋았던 일’ ‘다음에 하고 싶은 일’ 등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최씨는 “하루 동안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대화하는 시간을 통해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서로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최씨는 막내가 새벽에 자다 깨서 엄마, 아빠 방에 들어와 같이 누워서 잘 때 가장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막내가) 잠결에 방에 들어오면 ‘씨익’ 웃는데, 그럴 때마다 ‘이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소중한 존재가 하나가 아닌 셋이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삼 남매가 자라는 걸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허씨는 “첫째가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 얘길 하면서 ‘그럴 수 있지’라며 이해할 때, 둘째가 ‘이런 음식을 해줘서 감사해요’라고 할 때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하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에 아이들이 말을 안 들어서 속상했을 때도 결국 아이들 때문에 풀렸다. 허씨는 “아빠가 엄마 마음을 설명해줬더니 아이들이 ‘엄마가 그런 기분일 줄 몰랐다’고 엉엉 울면서 사과하는 걸 보고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삼 남매가 함께 있으면 집 안이 조용할 틈이 없다. 첫째 은우는 “엄마 아빠가 노는 걸 말리지 않으면 동생들과 하루 5시간도 쉬지 않고 놀 수 있다”고 했다. 은우는 “막내가 막 태어났을 때 작은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날 보면서 윙크했다”면서 “눈이 초롱초롱해서 귀여웠다”고 말했다.

둘째 은호에게 누나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은호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솜사탕 만드는 기계에 젓가락을 넣어 솜사탕을 만들었는데 자꾸 손에 땀이 나 잘 안 만들어져서 혼자 울었다”며 “그때 누나가 ‘다음에 더 잘하면 되잖아’ 얘기해줘서 마음이 풀렸다”고 했다. 막내 은서는 “언니가 메모지, 반지, 팔찌도 선물해줘서 좋고, 집에서 축구나 태권도 하면서 놀 때 재밌다”고 했다. 어린이집에 가서도 친구들한테 언니 오빠 자랑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 부부는 “형제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아이들이 많은 것은 복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남편 최씨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결혼과 출산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고, 결혼도 힘든데 아이 낳고 잘 키우는 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키워보니 하나일 때보다 둘, 셋일 때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쁨이 큰지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합니다. 위원회 유튜브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선물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은 분들은 위원회(betterfuture@korea.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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