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약진에 10년 뒤엔... “韓, 최첨단 반도체 점유율 31%서 9%로 급락”

유지한 기자 2024. 5.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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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IA·BCG ‘반도체 공급망 회복 탄력성’ 보고서 발표
그래픽=이진영

대만과 한국이 양분하고 있던 최첨단 로직(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이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한국의 점유율은 2022년 31%에서 2032년 9%로 급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대거 유치하면서 약 10년 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것이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은 8일 ‘반도체 공급망의 새로운 회복 탄력성’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반도체 굴기 로드맵이 10년 내 완성된다는 이야기”라며 “한국이 앞서나갔던 최첨단 반도체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급성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로 D램 점유율이 확대되며 전체 반도체 생산량 기준으로 같은 기간 3위에서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미국 첨단 반도체 0%→28%

SIA와 BCG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2년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2022년보다 203%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한국(129%), 유럽(124%), 대만(97%), 일본(86%), 중국(86%) 등 다른 지역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칩스법에 따른 투자로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성장과 경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2022년 통과된 칩스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들에 527억달러(약 72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한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 등이 보조금을 받는다. 덕분에 2020년 이후 미국 내 건설되는 신규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은 26곳이다. 대만은 7곳, 일본은 4곳, 한국은 3곳인 것에 비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미국은 전체 글로벌 반도체 투자의 4분의 1(28%) 이상인 6460억달러(약 885조원)의 투자를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특히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과 대만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2022년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대만과 한국이 각각 69%와 31%씩 나눠 가졌다.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주요 플레이어다. 하지만 2032년이면 대만과 한국의 점유율은 각각 47%와 9%로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미국 점유율은 2022년 0%에서 2032년 28%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순위로 보면 대만에 이어 2위다. 이는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업들을 유치하며 단숨에 영향력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 내에서 2~4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며, 미국 정부로부터 195억달러(약 27조원)의 지원을 받는 인텔 또한 최첨단 생산시설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대만 제치고 2위로

한국은 최첨단 로직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는 떨어지지만, AI 반도체 시장의 성장으로 전체 반도체 생산력은 오히려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한국은 2032년 대만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점유율은 2022년 17%에서 19%로 늘어나 역대 최고치다. 점유율 21%인 중국에 이어 둘째다. 유럽, 일본, 대만, 중국은 점유율이 2022년보다 떨어지거나 같았지만, 미국은 10%에서 14%로 늘어났다. SIA는 칩스법이 없었다면 2032년 미국의 생산 점유율은 8%로 오히려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확대는 AI 덕분으로 분석된다.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D램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2022년 한국의 D램 생산능력은 52%에서 2032년 57%로 더 확대된다. 보고서는 “한국은 반도체 산업 발전에 일찍 투자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반도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D램 시장에서 각각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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