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물가 인상에 인상을 쓰다

김규태 기자 2024. 5.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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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 사회부장

마땅한 찬거리가 없을 때 맛있는 조미김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웬만한 집 팬트리(pantry·부엌에 인접해 식기나 식료품을 보관하는 방)에 쟁여둔 김 봉지 하나 없으면 한국 사람 아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김을 ‘국민 반찬’이라고 칭하고 사랑한다. 그랬던 김마저 우리를 배신했다. 이유야 어떠하든 인상(引上)된 물가로 우리들의 얼굴에 인상(人相)을 쓰게 했기 때문이다.

김의 대형마트 판매 가격이 이달 들어 일제히 올랐다. 국내 대표 김 전문업체인 광천김과 대천김, 성경식품이 주요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 가격을 10∼30%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앞서 지난달 초부터 슈퍼마켓 등 일부 유통채널에서 가격을 10∼20% 올린 데 이어 5월 들어서는 마트 판매 가격까지 인상한 것. 이들도 나름대로 항변한다. 업체들은 올해 김 원초(김 가공 전 원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올라 원가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 스승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등 기념일이 몰려 있는 5월. ‘가정의 달’이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잔인한 달’이 돼 가고 있다. 치솟은 물가에 필부필녀(匹夫匹婦)들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한마디로 안 오른 것이 없다. 집밥을 해먹든 외식을 하든 지갑을 열기가 두렵다. 통계청의 자료를 들여다보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올라 4월 전체 소비자물가 평균 증가율인 2.9%를 웃돌았다. 품목별로 보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떡볶이 가격이 5.9% 올라 상승 폭이 가장 높았다. 비빔밥·김밥(5.3%)과 햄버거(5.0%), 도시락(4.7%), 칼국수(4.2%), 냉면(4.2%) 등도 올랐다. 39개 외식 품목 중 지난해보다 물가가 내린 품목은 없었다.

물가 상승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 결정된 건강보험 의료수가 인상분이 올해 반영되면서 병원비, 약값도 줄줄이 상승세다. 특히 소화제, 감기약 등 일부 상비약의 물가 상승 폭은 전체 소비자물가의 2∼4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한방·치과진료비는 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치과진료비는 1분기 3.2% 올라 2009년 3분기(3.4%)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방진료비도 3.6% 올랐다. 2012년 4분기(3.7%) 이후 11년여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약값의 본인부담액도 수가 인상 폭만큼 오르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화제는 올해 1분기 11.4%, 감기약은 7.1% 올랐다. 정말이지 팔짝 뛸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먹지도, 마시지도 말고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각종 특검도 중요하지만 서민 물가 태스크포스(TF)를 먼저 꾸리는 것이 여야와 정부의 도리가 아닌가 싶은 오늘이다.

김규태 기자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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