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택항 세관 경비 허술, 밀수 창구로 악용돼선 안 된다

경기일보 2024. 5.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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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항에서 검거된 수억원대 밀수 용의자가 세관의 조사 과정에서 도주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밀수품 등을 검문하는 세관 감시초소가 너무 허술하다는 비판과 함께, 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3일 면세품 등을 밀수하던 50대 남성이 평택직할세관에 붙잡혀 조사를 받던 중 달아났다. 이 남성은 평택과 중국 웨이하이 노선을 운항하는 중국 A선사의 선박 내 면세점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매점업주였다. 그는 매점 판매용 담배 등을 선박에서 사용하는 물품 운반차량에 싣고 나오는 수법으로 밀수를 하다 세관에 검거됐다. 사건 당일 남성은 한국산 담배 2천여 보루와 시계, 모자 등 위조 명품, 주류 등 2억원 상당의 밀수품을 차량에 싣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매점업주는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에 면세점 물품 보관창고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조사를 받던 중 창고에 다른 밀수품도 있다며 세관 직원을 창고로 유인한 뒤 직원이 물품을 확인하는 사이 도주했다. 그런데 평택직할세관은 2주가 지나도록 도주 사실을 수사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때문에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매점업주가 밀수품을 반출해 왔는데도 세관 감시초소가 제대로 밀수 차량을 검사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매점업주는 세관 감시초소의 면세점 판매물품 관리 허점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감시초소가 임의로 선정한 일부 제품만 검사하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관세법에 따르면 세관은 선박 내 판매품을 비롯한 선박용품에 대해 전산 또는 수작업으로 검사 대상을 선별하고 있다. 실제 평택직할세관은 밀수 용의자가 신고한 선박 내 판매품 중 전산상에서 임의로 선정한 일부 박스만 확인했다. 여기에 선사가 선박 내 매점을 외주용역으로 관리하며 매점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게 이번 범행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평택직할세관은 앞으로 선박용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매번 모든 선박 내 판매품을 열어 검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임의 선정 기준을 높여 검사 대상을 늘리는 등 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밀수품 등을 검문하는 감시초소가 무방비로 뚫려 그동안 밀수창구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려를 불식시킬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평택항을 통한 교역이 증가하면서 밀수 사범 등도 늘고 있는 만큼 보안 강화도 시급하다.

평택직할세관을 ‘본부세관’으로 승격시킬 필요가 있다. 평택세관은 현재 중국발 직구 폭증 탓에 임계점을 넘었고, 검사 1건에 5초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무량 폭증과 심각한 인력부족으로 불법물품의 차단 기능이 한계에 달해 있다. 직할세관을 본부세관으로 승격시켜 효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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