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국회의장 중립의무 거부는 위헌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024. 5. 10.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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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장의 중립의무'가 논쟁이 되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후보에 나서며 '중립의무'를 거부하고 민주당의 당파성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중립의무를 부정하고 당파성을 드러내는 것은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 아닌 '민주당 의원총회' 수준으로 격하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장이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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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장의 중립의무'가 논쟁이 되고 있다.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장 후보에 나서며 '중립의무'를 거부하고 민주당의 당파성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헌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돼서 논란이 된다.

이런 논란은 공천과정부터 이미 예상됐다. '친명공천'으로 배지를 단 국회의원들이 민의보다 공천을 준 보스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어 결국 국회가 공공성의 규범보다 '다수 파벌의 전횡'(tyranny by majority faction)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았다.

추미애 당선인은 "국회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중립도 아니다"라고 했다. 정성호 의원도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토대를 깔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식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잘 맞추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립의무를 부정하고 당파성을 드러내는 것은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 아닌 '민주당 의원총회' 수준으로 격하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의장이 당파성을 내세워 대립과 정치 양극화를 더욱 조장한다면 공공성과 민생은 실종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장이 중립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권위주의 시기에 국회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지시를 실행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통법부'였다. 그 시절 국회의장이 '날치기' 처리에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야당들은 대통령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의장을 견제하기 위해 중립성 의무와 당적 이탈을 주장했고 이것이 민주화 조치로 2002년 국회법에 명문화했다.

그렇다면 의원과 의장이 대변해야 할 '대표성'은 어떤 성격일까. 대표성은 학술적으로 대리인(delegate)과 수탁자(trustee) 모델이 경쟁한다. 전자는 대표자는 '대리인'에 머물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 대리인 역할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자는 국민으로부터 정치를 위탁받은 국민의 대표자는 단순한 대리인이 아닌 수탁자로서 국가의 전체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헌법이 규정한 의원과 의장의 대표성은 '대리인'보다 '수탁자'에 가깝다. 이는 국민이 대표자를 믿고 선출했기 때문에 대표자 스스로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공공성을 위해 봉사자로 행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법 제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국회법 114조도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며 의원 자율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의원과 의장은 당론이나 당파성에 구속받지 않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자유로운 판단과 전문성으로 공공성과 민의에 공정하게 복무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회의장이 중립을 저버리고 특정 정파의 당파성을 대변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배치되는 위헌인 만큼 자제가 필요하다.(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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