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동물도 시간 개념과 ‘의식’을 가졌어”[책과 삶]

허진무 기자 2024. 5. 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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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저스틴 그레그 지음 | 김아림 옮김
타인의사유 | 352쪽 | 2만2000원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는 인간이 끊임없는 자기 극복을 통해 삶을 주도하는 존재라고 봤다. 그는 동물을 불쌍하게 여겼다. 동물들이 자신의 존재를 사고할 수 있는 지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체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죽었다. 1889년 1월3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광장을 걷다가 한 마부가 말을 채찍질하는 모습을 보고 쓰러져 죽을 때까지 정상적 사고 능력을 되찾지 못했다.

캐나다의 동물행동학자이자 과학 저술가인 저스틴 그레그는 <니체가 일각돌고래였다면>에서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균열을 낸다. 그레그는 서문에서 니체의 여동생 엘리자베트가 니체의 철학을 자신의 백인우월주의 이념에 맞춰 개조해 나치 독일의 야만적 학살에 기여했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스스로의 지능을 ‘좋은 것’이라고 믿지만 오히려 수많은 비극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지능은 생물학적인 실체가 아니다. 인간이 지적으로나 행동적으로 예외적이라는 생각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중략) 소위 ‘인류의 성취’라고 불리는 것들이 실제로는 진화적으로 형편없는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레그는 인간과 동물이 비슷한 인지적 기술들을 갖고 있으며, 인과적 추론 능력 등 인간만의 추가적인 인지적 기술들은 자연선택 앞에서 가치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본다. 탁월한 거짓말 능력으로 인한 대규모 사기와 선동,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도덕 규범으로 발생하는 차별과 혐오, 내일 일은 내일의 내가 해결할 것이라는 예지적 근시로 인한 기후위기, 죽음에 대해 빠져들어 다다르는 우울증 등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그레그는 과학적 근거를 열거해가며 동물이 인간만큼 명료하진 않지만 시간 개념을 가졌다고 설명한다. 또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주관적 경험인 ‘의식’도 가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적 우월감으로 동물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면 한다”며 “진화가 사랑에 가치를 두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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