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HBM, AI시대 대세 되다… 삼성·SK 패권다툼은 지금부터

윤선영 2024. 5. 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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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필수품 HBM
'최초 개발' SK, 굳건히 점유율 1위
삼성전자·마이크론이 뒤이어
2027년까지 36%이상 성장 전망
HBM3E12단 양산 혈투戰 가열
'늦깎이' 삼전, 올 2분기 양산 예고
'미래 기술' CXL·PIM 선도 준비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과 칼 람프레히트 자이스룹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ZEISS) 본사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로고. 각사 제공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삼성전자의 HBM3E 12H D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CXL 2.0 D램. 삼성전자 제공

오픈AI의 챗GPT가 몰고 온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HBM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국내 양대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치열한 수싸움을 전개 중이다. HBM이 반도체 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술 경쟁력의 핵심, HBM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용량과 대역폭을 늘린 제품이다. 쉽게 표현하면 데이터를 주고 받는 차선을 1차선에서 10차선으로 늘리는 것인데, 통로가 늘어나는 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동시다발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사람처럼 여러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AI에 반드시 필요하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속도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현재의 HBM 시장은 사실상 D램 시장점유율 3강이 양분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그 대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 마이크론이 1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HBM의 개발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이뤄진다. 이 중 5세대인 HBM3E는 HBM3의 확장 버전으로 8단 제품이 양산에 들어간 상태며 12단 제품도 개발이 끝났다.

16단 제품 역시 2026년쯤 양산이 이뤄질 전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수는 높아지고 용량은 커지며 속도는 빨라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셈이다. HBM3E 12단 제품의 전송 속도는 초당 최대 10Gb로 이는 30GB 용량의 UHD 영화 약 40편을 1초에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HBM의 핵심 고객은 어디일까. 바로 'AI 시대의 지배자'로 통하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를 잡아야 HBM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만큼 메모리 제조사들은 회사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실제 1위 사업자로 통하는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하며 시장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단하다"며 "HBM은 단순한 메모리가 아니며 기적과 같은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차세대 HBM 시장을 선점하라"

HBM 시장은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 역시 HBM 시장규모가 2027년까지 연평균 36%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HBM 생산 능력 확대와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HBM3E 8단에 이어 12단 제품의 양산을 놓고도 시기를 한층 앞당기며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비교적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사업자로 통한다. 이에 1위 자리를 빼앗고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만든 업계 최대 용량 36GB HBM3E 12H를 구현했다고 발표했고 이를 2분기에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기 주도권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5세대부터는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6일 구성원 대상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AI 초기 시장에서는 승리하지 못했으나 2라운드는 삼성전자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해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HBM3E 12단 제품의 2분기 양산을 예고하자 SK하이닉스도 맞불을 놨다. 당초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HBM3E 12단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 인증을 거쳐 내년부터 공급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시기를 앞당겼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BM 생산 측면에서 보면 올해 이미 솔드아웃(완판)으로 내년 역시 거의 솔드아웃됐다"면서 "기술 측면에서도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새 공장도 건설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수십조원을 투자해 청주·용인·미 인디애나에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이재용·최태원도 경쟁 가세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장들도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직접 고객사를 만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기술 경쟁에 더해 총수들의 주도권 경쟁도 한층 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최근 유럽 출장길에서 독일에 위치한 자이스(ZEISS) 본사를 방문했다. 자이스는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칼 람프레히트 자이스 CEO, 크리스토퍼 푸케 ASML CEO 등과 함께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자이스 공장에서 최신 반도체 부품·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초미세공정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이 회장은 지난해 5월 미국 출장 중에는 젠슨 황 CEO를 만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최 회장도 엔비디아와의 유대를 보여줬다. 최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 CEO를 만난 뒤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젠슨 황 CEO는 최 회장에게 선물한 책자에 "우리의 파트너십으로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며 사인도 남겼다.

최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이번 회동에서 HBM 등 AI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이저플레이스 남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제품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연구개발(R&D)을 서둘러 달라는 정도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HBM, 그 다음은 어떤 기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외에도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객 맞춤형 HBM 개발은 물론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지능형 반도체(PIM) 등에서 기술 선도를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CXL은 컴퓨팅 시스템에서 CPU(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 GPU(그래픽 처리장치), 저장장치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고속 입출력 인터페이스 표준(PCIe) 기반의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메모리 용량 한계와 서버의 유연성을 확장한 만큼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존의 아쉬움을 극복할 차세대 솔루션으로 꼽고 있다. PIM은 하나의 칩에 메모리와 프로세서 연산기능을 집적한 차세대 반도체다.

CXL과 PIM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준비 중인 자사의 기술력을 알리며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양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CXL DEVCON 2024'에 참가하기도 했다. 시장정보업체 욜그룹은 세계 CXL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계현 사장은 올해 3월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CXL과 PIM은 다양한 고객들과 협의하면서 실제 적용 등을 진행하고 있고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 사장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HBM4와 4E, LPDDR6, 300TB SSD뿐만 아니라 CXL 풀드 메모리 솔루션, PIM 등 혁신적인 메모리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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