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초기 '광클릭' 했었는데… 2년 만에 한산해진 청와대

윤솔 2024. 5. 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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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1시30분, 청와대 본관에 입장하기까지는 20여분이 소요됐다.

10일 개방 2주년을 맞는 청와대에 시민들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

9일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청와대 월별 관람객은 2022년 5월10일 개방 당시 57만4380명을 기록했으나 올해 3월 기준 16만6503명까지 줄어들었다.

개장 초기 청와대 관람 신청은 '광(光)클릭' 경쟁을 해야 할 만큼 예약이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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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방 2년… 인기 시들
개방 당시 57만→16만명 줄어
초반 치열했던 예약 열기 달리
당일 모든 시간대 예약도 가능
외국인 전용 전시물 설명 부족
해외 유명 커뮤니티선 혹평도

지난 8일 오후 1시30분, 청와대 본관에 입장하기까지는 20여분이 소요됐다. 현장체험학습 중인 학생들, ‘패키지 여행’ 중 들른 중국인 관광객들로 대기줄이 길게 늘어졌다. 하지만 ‘인증샷’을 찍는 이들로 붐비던 본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불과 30분 만에 고요해졌다. 오후 2시쯤 단체 방문객이 우르르 빠져나가고 남은 이들은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본관 앞에서 만난 관람객 이모(26)씨는 “한 방을 둘러보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며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든다”고 말했다.

청와대 개방 2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8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청와대를 둘러보고 있다. 윤솔 기자 
10일 개방 2주년을 맞는 청와대에 시민들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다. 개방 직후에 비하면 3분의 1 이하까지 방문객이 줄어든 상황이다. 방문객들 사이에선 청와대만의 역사성과 건축적 가치를 살린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청와대 월별 관람객은 2022년 5월10일 개방 당시 57만4380명을 기록했으나 올해 3월 기준 16만6503명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10월 반짝 30만명선을 회복했다가 11월부터 다시 18만명대로 내려간 뒤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장 초기 청와대 관람 신청은 ‘광(光)클릭’ 경쟁을 해야 할 만큼 예약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젠 당일 예약 페이지에 접속해도 모든 시간대에 신청이 가능하다.

기자가 찾은 본관에서는 ‘정상의 악수, 자유의 약속’ 특별기획전이 진행 중이었다. 지난 2년간 과학기술·국방·문화 등 분야에서의 정상 외교 기록을 미디어 아트 등과 결합한 형식의 전시였지만, 외국인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진 못했다. 이날 관람객 대부분을 차지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전시물이나 그 아래 놓인 설명을 이해할 길이 없었다. 전시물 상당수는 전부 한국어 설명뿐이고, 일부 전시에 한해 제한적으로 영어 번역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안내소에서 일본어·중국어 사용자를 위한 팸플릿을 나눠 줬지만, 각 건물에 대한 설명만 있고 기획전에 대한 내용은 따로 언급돼 있지 않았다.

일본인 관람객 사토 준코(28)씨는 “정문에서 팸플릿을 들고 왔지만 거의 보지 않았다”며 “(대통령 초상화는) 분위기상 대통령들의 사진이구나 했다”고 말했다. 일본어판 팸플릿에는 관람시간·관람예약·대중교통편에 대한 QR코드가 인쇄돼 있었는데, 실제로 스마트폰을 가져다 댔을 때 모두 오류 페이지만 화면에 떴다.

휴게시설 등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도 많았다. 태국인 메이씨는 “우리는 일행이 전부 영어를 할 수 있어 괜찮았지만, 가이드 없이 청와대에 온 사람은 혼란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청와대 본관의 그림 설명이 한국어로만 적혀 있다. 
청와대에 비치된 일본어 팸플릿(왼쪽)과 QR코드에 접속했을 때 나오는 흰색 오류 화면.
유명 해외 커뮤니티인 레딧 ‘코리아트래블’ 페이지에도 청와대에 대한 혹평이 적나라하게 쓰여 있다. 한 미국 누리꾼은 “영국·미국인들은 청와대가 백악관이나 버킹엄궁 투어와 비슷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전혀 다르다”며 “커다란 방 4∼6개를 돌아보는 것이 전부다. 영문 정보는 거의 없고, 방마다 적혀 있는 팻말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오후 3시 한산해진 청와대 앞 풍경은 불과 도로 10분 거리에 있는 경복궁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날씨가 맑았던 이날, 경복궁은 다양한 인종의 관광객과 가족·친구끼리 온 손님, 단체손님이 섞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이드가 없는 개인 단위의 외국인 손님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입을 모아 경복궁의 번역 서비스를 칭찬했다. 미국 대학생 댄(23)씨는 “(경복궁의) 오디오 가이드 덕분에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며 호평했다.

청와대 개방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경복궁에서 얼마 멀지 않은 청와대를 방문할 계획이 있냐 묻자 “(있는지) 알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국 대학생 사와야씨도 “유튜브 등에서 청와대를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종덕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은 “청와대가 과거 경복궁 후원이었던 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청와대를 경복궁 등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청와대를 국가유산청(전 문화재청)이 아닌 문화체육부가 관리하는 것도 문제”라며 “문화재에 좀 더 전문적인 관리 주체가 청와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솔·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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