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선 이기고 실전에선 패배... ‘만년 2등’ 펩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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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8일을 ‘내셔널 햄버거 데이(National Hamburger Day)’로 기념하는 미국에선 5월이 다가오면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한다. 가격 할인은 물론 와규 스테이크 버거 같은 특별 한정판 메뉴를 출시하고 새로운 버거 요리 콘테스트도 벌인다. 햄버거에 빠질 수 없는 콜라 브랜드도 덩달아 바빠진다.
2021년 햄버거 데이의 주인공은 ‘#BetterWithPepsi’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펩시였다. 펩시는 성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빅맥·와퍼 등 미국의 대표 햄버거 메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콜라를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고, 참가자 60%의 선택을 받았다. 셰프·영양사 등 전문가 패널 조사에서는 만장일치로 승리했다. 코카콜라보다 햄버거 패티와 치즈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는 평이 많았다. 펩시는 햄버거 외에도 핫도그, 프라이드 치킨, 나초 등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과의 조화를 강조한 광고를 시리즈로 만들어 관심을 끌었다. 어떤 메뉴와도 잘 어울리는 일상 속 빛나는 조연으로서 펩시의 가치를 부각한 것이다.
1975년 시작된 펩시 챌린지(Pepsi Challenge) 블라인드 테스트의 승자는 매번 펩시였지만, 실제 시장에서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만년 2위 브랜드란 인상이 강하지만 사실 모기업 펩시코의 매출은 코카콜라 컴퍼니의 두 배 수준이다. 마운틴듀·게토레이를 포함한 음료 브랜드와 치토스·도리토스 등 마진율 높은 스낵 브랜드로 구성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성공적이었다. 더 큰 시장에서 코카콜라를 여유 있게 따돌렸음에도 펩시콜라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펩시 챌린지는 시험에서는 이기지만 실전에서는 지는 ‘펩시 역설(Pepsi Paradox)’이란 용어를 낳기도 했다. 코카콜라 로고만 봐도 뇌가 반응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실험 결과가 그 배경을 설명해준다. 지금 탄산음료 시장에서는 제로(zero) 경쟁이 치열하다. 사양 산업으로 지목받던 시장이 활기를 잃지 않는 것은 코카콜라와 펩시, 두 노련한 라이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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