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회 백상] '무빙'부터 남궁민·이하늬·나영석까지 TV 수상 어떻게 결정됐나

황소영 기자 2024. 5. 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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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부문 대상 '무빙' 팀,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변화하는 영상 콘텐트의 제작·소비 방식에 맞춰 심사 대상을 확대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이다. 그 어느 해 보다 긴 격론 끝에 '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트로피의 주인을 정했다.

7일 진행된 '60회 백상예술대상'에선 다양한 매체를 대표하는 작품과 인물이 TV 부문 수상자(작)로 선정됐다. 올해 TV 부문은 업계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 채널 주요 관계자·국내 및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주요 관계자, 드라마·예능·대중문화평론가·감독 등 각계각층 대중문화예술계 전문가 30인에게 후보 추천과 관련해 사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 추천위원회를 거쳐 위촉된 TV 부문 심사위원이 전문가 30인의 사전 설문조사 결과를 참고하며 후보와 최종 수상자(작)를 선정했다.

◆ 디즈니+ 첫 대상 포함 트로피 4개 가져가

'60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이었다. 디즈니+가 백상에서 받은 첫 대상이다. 여기에 강풀 작가의 극본상, 한동욱 감독의 연출상, 배우 이정하의 남자 신인 연기상까지 트로피 4개를 차지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2년 전인 '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받고 지난해에도 '더 글로리'의 활약으로 두드러진 수상 성과를 거두며 백상 트로피를 추가하고 있을 때, 한국 진출 후 오리지널 사업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디즈니+는 마침내 올해 백상에서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무빙'의 대상은 2차 심사에 이미 판가름이 났다. 대상 후보로는 '무빙'과 SBS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 감독, 유재석이 거론됐다. 심사위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무빙'은 진짜 한국형 히어로물이었다. '존버' 시대에 어울리는 히어로의 모습으로 가정을 지켜냈다. 조인성, 한효주가 아닌 이정하, 고윤정 등 배우로 초중반 서사를 이끌고 간 점 역시 기존 작품과 출발선이 달랐다"라고 평했다. 심사위원장 김옥영 스토리온 대표는 "판타지가 어떻게 현실을 투영하는가를 보여준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히어로물에 한국의 분단상황을 접목해 이념이 인간을 어떻게 도구화하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이념이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작가의 철학을 스토리텔링으로 절묘하게 구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예술상 김동식 임완호 촬영 감독,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또 다른 대상 후보로 거론된 '고래와 나' 촬영에 대해 심사위원 김태성 프로듀서(前 SBS, TV조선 제작본부장)는 "평생을 바다 속만 찍고 다니는 수중 촬영의 장인이다. 전세계적으로 그 분야에선 유명한 전문가인데 국내에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는 작품이다. 이들이 평생 찍어온 아카이브가 바탕이 되어 탄생한 작품이 바로 '고래와 나'다. 수 십년에 걸쳐 해온 작업물에 대해 조명하는 것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다"며 지지했다.

심사위원 김교석 칼럼니스트는 코미디언 유재석을 대상으로 추천하며 "활발한 방송 활동은 물론 웹으로 넘어가서도 본인의 영향력과 특유의 편안한 만담으로 유재석의 세계관을 웹 버전으로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숏폼이나 자극 등 트렌드를 쫓기보다 예능 장치를 덜어내고 본연의 콘텐트에 더욱 집중해 롱폼 웹 토크쇼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대상으로 언급된 후보 중 작품성과 대중성, 시대 정신을 포함한 '무빙'이 총 4표의 지지('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 감독 2표·유재석 1표)를 받아 TV 부문 대상으로 뽑혔다. 3차 심사에서도 이 부문에 대한 이견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대상 후보로 거론됐던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촬영 감독은 예술상 수상자가 됐다. 이 부문 역시 2차 심사 때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고래와 나'를 촬영한 두 촬영 감독을 백상에서 포커싱 해야한다는 생각에 과반수가 동의했다. 표결 결과 '고래와 나' 김동식, 임완호 감독이 5표의 지지를, KBS 2TV '혼례대첩' 하지희 미술 감독과 '고려거란전쟁' 이석근 의상 감독이 각각 1표를 받았다.
극본상 강풀 작가,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강풀 작가의 극본상 최대 경쟁자는 JTBC '나쁜 엄마'의 배세영 작가였다. 계급 사회에 대한 드라마적 응징의 메시지를 타이틀롤 라미란이 설득력 있는 연기력으로 녹여낸 '나쁜 엄마'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러나 원작자인 강풀 작가가 직접 드라마 대본을 쓰며 극명한 자기 세계관을 드러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웹툰 작가가 직접 대본을 써서 성공한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지금 시대에 새 의미를 던지고 있는 것. 강풀 작가가 5표, 배세영 작가가 2표의 지지를 받으며 트로피의 향방이 결정됐다.

심사위원 김미라 한성대학교 교수는 "캐릭터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살아있었다. 담백하게 쓴 강풀 작가의 극본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 윤석진 충남대학교 교수 겸 드라마평론가는 "여러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쉽지 않은데, 구심점을 갖도록 엮는 게 뛰어났다. 본래 원작자가 아닌 각색자가 쓰게 되면 원작을 잘 살리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는데 원작자가 극본을 쓰면서 그런 문제들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라고 덧붙였다. 심사위원 김광집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는 "강풀의 성공적인 극본 작가 데뷔로 제2의 강풀이 되고픈 웹툰 작가들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녀 신인연기상 이정하와 유나,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무빙' 초중반을 견인한 이정하는 이 작품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극 중 주인공인 봉석 역을 맡아 원작 웹툰과 높은 싱크로율을 위해 30kg을 증량했고, 때 묻지 않은 풋풋하고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쳤다. 김미라 심사위원은 "'무빙'을 초반에 끌어당기는 힘이 컸다. 캐릭터를 정말 잘 소화했다"라고 칭찬했다. 김교석 칼럼니스트는 이정하의 공을 인정하면서도 "'최악의 악' 이신기는 조연 캐릭터였음에도 극에 긴장감을 형성하며 이끌었다. 결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라고 했다. 남자 신인 연기상의 투표 결과 이정하 4표, 이신기 2표, 김요한 1표였다.

TV 부문 연출상 한동욱 감독,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최악의 악' 한동욱 감독이 연출상을 수상하며 디즈니+의 트로피 4개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 부문은 3차 결선 투표까지 가는 박빙이었다. 김태성 심사위원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 대본을 보면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명우 감독이 배우 임시완의 새로운 모습을 잘 끌어냈다. 코미디란 장르는 같은 톤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끝까지 자기중심을 잘 잡고 갔다"라고 평했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레트로에 코미디를 버무려 이명우 감독만의 세계를 창조한 것은 분명하고 이것이 매력적이란 점에 공감을 표했다.

김교석 심사위원은 "'최악의 악'은 과소평가된 드라마"라며 "스타일리시한 장르물이 이 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도식화되어 익숙한 캐릭터들을 작품 안에 살아있게 표현한 점, 뻔한 이야기를 스펙터클 하게 끌어당기면서 연출했다"라고 호평했다. 2차 심사에서 표가 동률이 나왔다. '소년시대' 이명우 감독 3표, '최악의 악' 한동욱 감독 3표, '무빙' 박인제 감독 1표였다.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결국 결선 투표로 수상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동욱 감독이 이명우 감독과 단 1표 차로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연인' 홍석우 프로듀서와 김성용 감독,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 레거시 미디어 자존심 살린 MBC

MBC는 이번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 작품상, 예능 작품상, 남자 최우수 연기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배출하며 레거시 미디어의 자존심을 지켰다. 드라마 작품상은 심사 과정에서 오랜 시간 할애한 부문 중 하나다. 대상 수상작으로 꼽힌 '무빙'을 제외한 4파전이었다. 김교석, 윤석진 심사위원은 "그 시대 평범한 백성들이 겪은 아픈 면면까지 들여다본 작품으로, 병자호란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고 국가적 시련에 대처하는 민족성을 성공적으로 그리며 오늘날의 정신과 로맨스를 결합한 버라이어티한 사극"이라고 평했다.

'나쁜 엄마'가 엄마에 대한 얘기도 있지만 복수극의 틀을 가지고도 복수를 하지 않고 해결하는 독특한 이야기였고 그걸 잘 완성했다는 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사회적 내상이 외부의 시선에서 왜 병이라고 불리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 조화롭게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각각 호평을 받았으나 드라마 작품상은 4표의 지지를 받은 '연인'('나쁜 엄마' 2표·'악귀' 1표)에게 돌아갔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 김지우 PD,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올해 심사 중 가장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 부문은 단연 예능 작품상이었다. 기존 포맷의 변주만으로도 차별화된 성과를 올리며 시리즈화가 되는 것과 독창적인 포맷의 창조로 한 장르의 신기원을 창출하는 것 중 어느 것에 더 무게감을 두고 심사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격론이 펼쳐졌다. 예능의 본질에 대한 질문까지 주고 받으며 심사를 진행했다. 예능의 외연 확장으로 예능과 교양의 경계선이 모호한 가운데, 예능 정체성에 관한 논의, 대중성에 대한 가치 판단이 첨예했다. 열띤 논의와 가장 긴 심사 끝에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이하 '태계일주2')와 웨이브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이하 '더 커뮤니티')가 3차 결선 투표까지 갔고 단 1표 차로 희비가 엇갈렸다.

김태성 심사위원은 "'태계일주2'가 여행의 문법을 사용하고 있고 출연자인 기안84의 역할이 컸지만 기안84를 데리고 하는 예능이 모두 재미있는 방식으로 그려지는 건 아니다. 기안84의 성향, 특징을 잘 살려서 여행과 버무려 대중을 잘 끌어안은 예능을 만들었다. 김지우 PD가 예능 연출자로서도 감각적으로 잘 그려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만들었던 예능이 오랫동안 지속되기 힘든데 기존 방송 문법에 요즘 스타일을 결합해 팬덤이 있는 시리즈화에 성공했다"라고 평했다. 김미라 심사위원, 김광집 심사위원 역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감대 형성과 시리즈화가 된 '태계일주'가 나오면서 일으켰던 반향은 새로움에 버금가게 시청자들의 주목과 시선을 끌 만한 힘이 있었다"라고 공감했다.

'더 커뮤니티'가 보여준 '새로움'도 특별했다. 김옥영 심사위원장은 "연출자 입장에서 변형은 쉽지만 새로운, 역전의 발상은 어렵다. '더 커뮤니티'는 그 측면에서 기존의 것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봤고, 김교석 심사위원은 "서바이벌 쇼가 대중화되지 못했던 것은 가상 세계의 몰입이 실생활에 효용이 없었기 때문인데 '더 커뮤니티'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 인간 본성에 관한 갈등이나 재미 요소를 가지고 간 게 기존 예능과 달랐다. 새로운 문법과 재미를 가져온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예능 작품상의 경우, 2차 심사까지는 '태계일주2' 3표, '더 커뮤니티' 4표로 '더 커뮤니티'가 우세했다. 그러나 결선 투표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사회 실험 예능 측면에서 새로운 길을 연 파격의 '더 커뮤니티'였지만 작품성, 대중성 면에서 생각했을 때 '태계일주2'가 예능 작품상에 적합하다는 의견에 좀 더 힘이 실렸다. 단 1표 차로 '태계일주2'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남궁민과 이하늬,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남녀 최우수 연기상은 남궁민(MBC '연인'), 이하늬(MBC '밤에 피는 꽃')가 각각 수상자로 호명됐다. 남궁민은 2차 심사에서 3표의 지지를 받아 임시완 2표, 김수현 1표, 유연석 1표를 앞섰다. 3차 심사에서도 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tvN '눈물의 여왕' 백현우를 맡아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하며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주역 김수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에서 자기만의 스타일로 사이코패스 열연을 펼친 유연석, 진정성이 담긴 연기로 '무빙'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류승룡,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 정신으로 '소년시대' 장병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한 성장형 배우 임시완이 좋은 평을 받았으나 드라마 전체를 이끌며 배역, 작품, 멜로까지 잘 소화한 남궁민이 수상의 주인공이 되며 백상과 첫 인연을 맺었다.

출산 후 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복귀했던 이하늬 역시 첫 백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하늬의 수상 결과는 2차와 결선 투표까지 거쳐 확정이 됐다. 이하늬의 막강한 경쟁자는 연기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배 엄정화, 라미란이었다. JTBC '닥터 차정숙'을 통해 탁월한 장기를 자랑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연 엄정화, '나쁜 엄마'라는 극단적 설정을 연기로 설득한 라미란과 나란히 각각 2표를 받으며 이하늬, 엄정화, 라미란이 결선 투표로 직행했다. 임지연이 남은 1표의 주인공이었다. 결선 투표에서 수상의 결과가 갈렸다. 이하늬가 3표, 라미란 2표, 엄정화가 1표를 받았다.

윤석진 심사위원은 "뻔한 캐릭터일 수 있었지만 이하늬는 '밤에 피는 꽃'에서 낮과 밤의 이중생활을 각기 다른 느낌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다.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지점을 잘 봉합했고, 지금까지 켜켜이 쌓아 올린 연기 패턴의 절정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쌓아왔던 게 '밤에 피는 꽃'을 통해 잘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TV 부문 교양 작품상 '일본사람 오자와' 팀,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 '제2의 어른 김장하' 탄생하나

지난해 백상예술대상에서 교양 작품상을 수상했던 경남 MBC 제작 '어른 김장하'는 영화로도 제작되며 역주행 열풍이 일었다. '제2의 어른 김장하'로 우리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분명한 프로그램이 교양 작품상 수상작으로 꼽혔다. KBS 1TV '일본사람 오자와'는 일본기업에서 부당해고당한 한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일생을 헌신해 온 일본인 부부의 시선으로 우리의 노동 현장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한다. 다큐멘터리가 가져야 할 근본적 미덕인 첫째 독자적 소재의 발굴, 둘째 현장성, 셋째 우리 사회의 가장 낮고 약한 고리를 응시하는 시선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백상이 주목했다. 2차 심사에서 '일본사람 오자와'가 6표, EBS 1TV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이 1표를 받았다.

김옥영 심사위원장은 "'일본사람 오자와' 중 한 대목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울부짖는다. '서울시민 여러분, 제발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한국산연 노동자들을 도와주십시오.' 이 다큐는 묻고 있다. 일본인 오자와가 한국노동자들을 위해 일본 기업과 싸우다 투옥되고 있을 때 한국인인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멈추어 섰는가, 그냥 지나쳤는가. 거대 담론이거나 해설적이거나 정서적 접근 등이 빈번한 오늘날 방송사의 다큐 경향성 속에서 노동현실에 천착한 이런 다큐가 나왔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다큐에는 오자와 부부의 소박한 식사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먹고사는 일, 우리는 모두 그 일을 위해 노동을 한다. 생존의 존엄은 곧 노동의 존엄인 것이다. 이 다큐는 중언부언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실을 가슴속 깊이 환기시킨다"라고 평했다.
TV 부문 남녀 예능상 나영석과 홍진경,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지난해부터 크리에이터까지 심사 대상을 확대한 남녀 예능상의 주인공은 나영석과 홍진경이었다. '51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받았던 나영석은 9년 만에 백상에 돌아와 남자 예능상 후보에 오르더니 수상까지 했다. 2차 심사에서 기안84가 4표, 나영석 2표, 침착맨 1표였는데 3차 결선 투표에서 나영석이 5표, 기안84 1표, 침착맨 1표로 역전됐다.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서 크리에이터로 활약, 예능 작법의 패러다임을 바꾼 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교석 심사위원은 "나영석은 지난 1년간 예능이란 장르에 가장 큰 충격을 주고 변화를 이끈 인물이다. 최정상의 예능 PD가 공개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배워 유튜버로 활약하고, 유튜브 제작 방식으로 TV 예능을 만들고('콩콩팥팥'), 제작사 자체를 하나의 흥미로운 시트콤처럼 유튜브 채널에 담아내 대중에게 브랜딩 했다. 콘텐트 차원을 넘어 예능 제작 차원에서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제작진이 판을 깔면 그 위에 출연진이 올라가 활약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예능 제작의 관례를 뒤엎고, 예능 크리에이터의 시대를 열었다. 이제 캐스팅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합방(협업)"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함께 남자 예능상 후보에 올랐던 침착맨에 대해 "예능의 한 가지 미래이기도 하다. 유튜브를 넘어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정서와 방법론으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방식이나 토크쇼의 진정성, 정서적 친밀감 등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데뷔 30년 내공을 자랑한 홍진경은 KBS 2TV '홍김동전'에서 온몸을 내던지는 모습으로 웃음과 감동을 전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4'에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공감 MC로,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을 통해선 크리에이터의 면모를 입증했다. 백상 두 번째 도전 만에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심사위원들은 "레거시 미디어와 크리에이터를 오가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장했다"라고 언급했다. 후배들이 조명받을 수 있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자처하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는 선배 홍진경의 행보에도 집중했다. 이 부문의 결과는 2차 심사에서 결정, 홍진경 4표, 장도연 2표, 이수지가 1표의 지지를 받았다.

TV 부문 남녀 조연상 안재홍과 염혜란, 백상예술대상 사무국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활약한 안재홍, 염혜란이 나란히 남녀 조연상을 수상했다. '저러다 은퇴하는 것 아니야?'라는 신개념 호평을 만들어낸 주인공인 안재홍.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작 웹툰을 찢고 나와 오타쿠란 상상, 편견을 뛰어넘는 연기를 보여줬다. 김광집 심사위원은 "한국에 없던 새로운 남자 배우의 상을 만들고 있다"라고 했고, 정덕현 심사위원은 안재홍을 두고 "마스크맨 같다. (작품에서 볼 때마다) 새로운 마스크, 얼굴 같다. 올해의 남자"라고 칭했다. 사극 붐을 일으키며 양규 장군 캐릭터 그 자체로 주목받은 지승현, 작품 안에서 배우가 가진 얼굴이 아닌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류경수, 작품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이희준, 악연 연기가 차지다 못해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이이경이 있었으나 안재홍이 총 4표의 지지(류경수 이희준 지승현 각각 1표)를 받아 수상자가 됐다.

'백상 단골 손님' 염혜란 역시 '마스크걸'을 끌고 가며 집요한 복수극을 완성했다는 호평 속 수상자로 낙점됐다. 초반엔 이한별, 후반엔 염혜란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 정덕현 심사위원은 "'마스크걸'은 저마다의 콤플렉스를 가진 인간군상들의 비뚤어진 욕망을 다루고 있는데, 염혜란은 엇나간 모성애를 광기로까지 끌고 가는 연기를 잘 소화했다. 또 이야기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그걸 하나로 이어 묶어주는 역할로 염혜란이 분한 김경자 캐릭터가 중요했다. 염혜란이어서 섬뜩하면서도 연민이 더해진 납득되는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수 오진 날'의 이정은 연기 역시 좋았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였다. 작품이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이정은의 모성과 인간애가 담기며 결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여자 조연상은 염혜란이 4표, 이정은이 2표, JTBC '힙하게'에서 맛깔난 연기로 한지민의 캐릭터를 살려준 주민경이 1표를 받았다.

ENA '유괴의 날' 유나는 올해 백상 후보 중 2011년생으로 최연소 후보였다. 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연기력만으로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천재 소녀 로희로 분한 그는 선배 윤계상과의 연기 호흡에서도 극을 끌고 가는 퍼포먼스가 좋았다.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연기력에선 누구보다 어른스러웠고 유나가 끌고 가는 힘으로 진행된 작품이란 부분에 심사위원들이 공감했다. 하지만 이 부문은 2차 심사에서 수상자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본명보다 극 중 이름이 더 친숙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민들레 역의 이이담과 '무빙' 고윤정, '최악의 악' 김형서, '마스크걸' 이한별에 대한 지지 역시 이어졌고 2차 심사에서 고윤정, 유나, 이한별로 압축됐다가 3차 결선 투표에서 김형서가 급부상했다. 결선 투표 결과 유나 3표, 김형서 2표, 고윤정과 이한별이 각각 1표로 유나가 최종 여자 신인 연기상 수상자가 됐다.

김옥영 심사위원장은 올해 TV부문 심사에 대해 "콘텐트의 세계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어 종래와 같은 도식적 관점으로 이를 재단하기 어려우며 향후 평가의 기준도 그에 상응하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큰 과제를 안겨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회 백상의 역사를 빛내줄 만한, 대중성과 작품성, 시대정신을 고루 갖춘 작품을 대상으로 뽑을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또한 미디어 산업계에서 가장 소외된 비정규직 전문직군의 역량에 예술상의 영예를 안기고, 거대담론이나 물량이나 명분에 호소하는 작품보다 근본적인 다큐의 본질에 충실한 작품에 교양 작품상을 돌린 것도 백상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백상은 한국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나아가고자 한다"라고 총평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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