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과세 완화' 기조 유지하며 덧붙인 한마디…"국회 설득"(종합)
1·10대책과 '같은 주제 다른 온도'…'여소야대'에 빛 못본 부동산 규제 완화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기자회견에서 재건축 규제를 풀고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10일 민생토론회에서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확 풀겠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해온 건 정말 잘못됐다"며 규제 완화를 약속한 바 있다.
4개월이 지난 뒤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마디가 덧붙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국회를 더 설득해 이 문제가 시장의 정상화를 통해 풀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에 가로막혀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규제 완화가 불투명한 상황이 되자 "국회 협조를 얻어 입법도 하고 빨리 추진하겠다"(1월 10일)고 언급한 데서 나아가 국회 설득에 공을 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부 때 부동산 매매가격만 폭등한 것이 아니라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게 폭등해 갭투자가 많이 이뤄졌고, 그야말로 집단적인 전세사기도 발생해 많은 국민이 큰 고통을 받았다"며 "부동산이라는 자산에 대한 시장 원리는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있지만, 세금도 과도하게 들어가면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시장 왜곡을 초래하는 세금으로 부동산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예로 들면서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면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 전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있는 사람에게 더 걷겠다는 당초의 의도가 결국은 더 어려운 사람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고 진단했다.
현재는 소득세법에 따라 주택 보유 기간이 2년이 되지 않거나 다주택자가 소유한 부동산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을 적용한다. 기본 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각각 더 부과한다.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 완화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올해 초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내년 5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양도세,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다주택자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을 검토해왔다.
문제는 22대 국회 역시 '여소야대' 지형으로 꾸려져 부동산 세제 완화 법안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1·10 대책'을 통해 발표한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폐기 정책 역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임대차 3법 개선, 주택 등록임대사업 관련 규제 완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도입도 입법이 뒤따라야 하는 사안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3대 부동산 정책으로 ▲ 징벌적 과세 완화 ▲ 재건축 규제 완화 ▲ 재건축 시행 사업자와 주택 구입자에 대한 원활한 대출을 꼽았다.
이어 "부자 감세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특히 중산층과 사민들이 안정적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목표"라면서 국회 설득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야당도 시장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법안 처리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지난 정부 때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어떤 부작용이 있었는지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느냐"며 "재건축을 통한 주택 공급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지금은 기존 물량이 시장에 자유롭게 돌아다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세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 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세제 개편과 공급 확대를 위한 재건축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야당의 협치를 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도심 내 주택공급을 추가로 발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며 입법 노력도 계속하겠다"며 "국회를 설득하고 협의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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