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 끝내려하자 “한두분 더”... 尹, 73분간 20개 질문 받아

김동하 기자 2024. 5.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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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뉴스1

“한두 분만 더 하시죠.”

기자회견이 한 시간을 넘어가면서 사회자가 종료하려고 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손을 내저으며 추가 질문을 받겠다고 했다.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73분 동안 적극적으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1년 9개월 전 취임 100일 회견 때보다 약 40분 늘어난 시간 동안 총 20개의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 앞서 2층 집무실에서 22분간 대국민 담화 성격의 ‘국민 보고’를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 보고 첫 문장을 “요즘 많이 힘드시죠?”라며 의문문으로 시작했다. 이어 “봄은 깊어 가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이러한 감성적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6220자 분량의 국민 보고 중 지난 2년의 성과를 설명하는 부분은 1990여 자로 전체의 3분의 1에 그쳤다. 3분의 2는 향후 3년간 국정 운영 방향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특히 ‘민생’을 14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 책상에는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팻말이 놓였다. 이 명패는 윤 대통령 취임 첫 달인 2022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선물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후 1층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참석한 120여 명의 기자에게 “질문 많이 준비하셨나.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오늘은 질문 충분히 받도록 하겠다”며 곧장 질의응답을 시작했다.

기자회견은 사전 조율 없이 즉석에서 사회자를 맡은 김수경 대변인이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분야를 나눠 질문자를 지정하고, 대통령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이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관계 등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때 윤 대통령은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중간중간 미소를 짓는 등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일부 질문에는 “답변을 길게 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한다”고 하거나, 답변을 마친 뒤 “또 뭐 궁금하신 것 있으시냐”고 되묻기도 했다. 팔을 들어 발언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한 기자가 “오늘을 계기로 더 많은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질의응답에만 예정 시간인 1시간을 넘긴 1시간 13분이 걸렸다. 국민 보고 22분을 포함하면 총 1시간 35분 정도 진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회견 때는 모두 발언을 20분 정도 했고, 기자 질문을 34분간 12개 받았었다.

그래픽=박상훈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수석급 이상 참모들이 회견장에 배석했다. 지난달 1일 의료 개혁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 때나 4·10 총선 패배 후 국무회의 연설 때는 참모들만 배석했고, 별도 질의응답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브리핑룸으로 입장할 때 기자들과 참모진은 일어서서 윤 대통령을 맞았다. 일부 기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의자만 배치되고 책상은 따로 두지 않아 기자들은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마치며 “지난 2년간 여러분이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단상에서 내려와 회견장에 참석한 127명의 기자와 일일이 악수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대통령이 본인에게 실정(失政)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점,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과정을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장황한 설명을 피하기 위해서였겠지만 구체성은 아쉽다”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훈계나 변명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목도는 모두 발언보다 기자회견이 훨씬 높은 만큼 기자회견을 좀 더 자주 하면 훨씬 나을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외교 분야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점에 주목했다”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파탄 수준까지 가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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