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무에 울고, 박봉에 또 울고…떠나는 MZ경찰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5.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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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경찰관으로 현장에서 근무한 박 모씨(32)는 경장 5년 차인 올해 3월 경찰복을 벗었다.

이 가운데 근무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찰은 2022년 91명에서 지난해 186명으로 104% 증가해 전체 재직 기간별 퇴직 인원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15~20년 근무 후 퇴사한 경찰이 82% 증가해 다음으로 많았고 5~10년 차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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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5년 미만 퇴직 러시
1년 만에 104% 확 늘어
"온갖 민원 대응에 스트레스
경찰인데 구타까지 당해"

2017년부터 경찰관으로 현장에서 근무한 박 모씨(32)는 경장 5년 차인 올해 3월 경찰복을 벗었다. 취객을 비롯해 온갖 민원인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무시당하는 일이 잦았고 심한 경우 구타까지 당하며 회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막상 와서 일해보니 생각보다 임금 수준이 낮았고 야간 근무로 건강도 점점 나빠졌다"며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겠다 싶어 지금은 보험업계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MZ세대 경찰의 이탈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9일 경찰청이 문진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본인 요청에 의해 그만둔 의원면직에 해당하는 경찰은 2022년 246명에서 지난해 414명으로 68% 늘어났다. 이 가운데 근무 기간이 5년 미만인 경찰은 2022년 91명에서 지난해 186명으로 104% 증가해 전체 재직 기간별 퇴직 인원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15~20년 근무 후 퇴사한 경찰이 82% 증가해 다음으로 많았고 5~10년 차가 뒤를 이었다.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고 이상동기 범죄 등이 늘어나면서 경찰 업무는 날로 위험해지고 있다. 일과 가정생활 균형이 중요한 젊은 세대에게 24시간·야간 근무 체제는 큰 부담이 된다. 이에 더해 낮은 처우, 민원인 응대도 이직에 한몫하고 있다.

경찰 공무원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순경 공채 경쟁률로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순경 공채 경쟁률은 남성이 9.9대1, 여성이 24.6대1을 기록했다. 남성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문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노량진 소재 경찰시험 전문학원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학원 수강 문의와 등록자 수가 체감될 정도로 줄었다"고 전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경찰관 4257명을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2023년 한국경찰의 개인 및 조직특성에 관한 패널연구'에 따르면 '시민들이 경찰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질문에 53.6%가 동의했다. '일 때문에 감정이 고갈된다고 느낀다'고 응답한 비중도 44.7%에 이르렀다. 2017~2021년 현장에서 다친 경찰관은 2300명에 달했고 순직한 경찰관은 72명이었다. 격무에 비해 보람을 느끼기 어려워지면서 사기 저하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에 대한 시민 인식 개선과 경찰 내 구조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젊은 경찰들이 경찰 조직에 거는 기대나 희망을 접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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