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진공연 표 쟁탈전서 드러난 인간의 밑바닥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5. 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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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적 알레고리를 통해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연극 '더 라스트 리턴'(연출 윤혜숙)이 공연 중이다.

'더 라스트 리턴'은 매진된 인기 연극의 마지막 공연 날, 취소 표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다툼을 그린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더 라스트 리턴'이 취소 표 우화에 빗대어 전달하려는 것은 인류 문명의 위기다.

인류 문명의 위기라는 거대한 주제를 극장 속 취소 표 쟁탈전이라는 우화로 드러내는 연극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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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더 라스트 리턴'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공연

해학적 알레고리를 통해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연극 '더 라스트 리턴'(연출 윤혜숙)이 공연 중이다. '더 라스트 리턴'은 매진된 인기 연극의 마지막 공연 날, 취소 표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다툼을 그린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대기 줄에 선 대학 교수와 회사원, 군인, 외국인 등은 몇 장이 발생할지 모르는 취소 표를 얻기 위해 각축을 벌인다. 인물들은 각자 연극을 관람해야 할 절박한 이유를 갖고 있다. 연극 연구자인 교수는 학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회사원은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군인은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그날의 연극을 봐야 한다. 작품은 이들이 서로를 제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모습을 과장된 설정과 능청스러운 연기, 예상을 깨는 소품 활용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더 라스트 리턴'을 관통하는 특징은 알레고리다. 알레고리는 어떤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그와 유사성을 가진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더 라스트 리턴'이 취소 표 우화에 빗대어 전달하려는 것은 인류 문명의 위기다. 극장에 도착한 인물들은 먼저 온 순서대로 취소 표를 구매한다는 규칙에 합의하지만 이내 갈등이 고조되며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대기 줄에 가방만 놓고 밥을 먹으러 가거나 타인에게 자리를 맡아 달라고 하기, 극장 내 연줄을 활용해 좌석을 확보하기 등 변수가 등장하며 기존의 질서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모습이 연출된다.

작품 속 가상 연극이 오펜하이머의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라는 것은 작품의 알레고리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로 기능한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힌덴부르크는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기 전 독일(바이마르 공화국)의 지도자였던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의미한다.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는 인류가 세계대전이나 인종 청소 같은 퇴보 없이 문명을 끝없이 발전시킬 것이라 낙관했던 시절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인류는 합리적 질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날에도 난민 문제와 종교 갈등, 전쟁 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인류 문명의 위기라는 거대한 주제를 극장 속 취소 표 쟁탈전이라는 우화로 드러내는 연극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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