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한줄도 4500원?…고물가에 편의점 찾는 사람들

권나연 기자 2024. 5. 9.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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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등 편의점 간편식 매출액 증가
PB상품과 기획상품 찾는 사람도 늘어
1인가구는 채소·과일도 편의점서 구매
편의점 업계도 알뜰 상품 연이어 출시
서울 중구에 있는 2층 편의점.

“점심시간에는 빈 테이블이 없을 때도 많아요.”

편의점 도시락으로 종종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 최모씨(41)는 최근 점심시간대 편의점 이용자가 더 늘어났다고 말했다.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점심 물가 인상)으로 식당 밥값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10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도시락 등 간편식 매출액은 CU와 GS25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7%, 27.6% 증가했다.

편의점 매출액 증가는 김밥과 햄버거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심메뉴 가격이 줄줄이 오른 것이 주된 원인으로 평가된다. 김밥 프랜차이즈 A사는 4월에 기본김밥 가격을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했다. 또 햄버거 프랜차이즈 B사는 5월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인상했다.  

서울 종로구에 직장이 있는 최씨는 “주변에 좀 저렴하다는 식당은 줄이 길고, 그마저도 밥값으로 최소 8000~9000원은 생각해야 한다. 냉면이 1만원 넘는데 오죽하겠냐”며 “편의점 도시락은 5000원 정도인데 양도 푸짐하고 맛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식사 손님 증가에 매장 내 테이블을 늘리는 편의점들도 있다. 영등포구에 있는 한 매장은 일주일간 리모델링 공사로 손님들이 서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더 만들었다. 점장 박모씨는 “직장인이나 택배기사, 인근 중‧고등학생들이 간단하게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고 가는 경우가 많아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편의점에 2+1 혹은 3+1 행사를 하는 기획상품이 진열돼 있다.

중구에는 한층을 전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 2층짜리 편의점도 들어섰다. 10일 오후 12시30분께 해당 편의점 매장 내 테이블은 1인석을 제외하고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직장동료 4명이 함께 방문해 식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메뉴는 컵라면, 도시락, 샐러드와 삼각김밥, 빵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은 “다들 간단하게 먹고 싶다고 해서 편의점으로 왔다”며 “이것저것 다양하게 고를 수 있으니까 편하고, 커피까지 마셔도 저렴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엔 편의점에서 점심 먹는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도 있었는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1300원으로 바로 옆에 있는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4500원보다 무려 3200원 저렴하다.

비단 도시락뿐만 아니라 채소나 과일을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편의점에서는 채소나 과일을 소량으로 판매해 혼자 거주하는 자취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1인 가구 직장인 하모씨(40)는 “건강을 고려해 과일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마트에서 사면 양이 많아 꼭 버리게 된다”며 “편의점에서는 바나나 2개, 사과 1개, 오렌지 1개씩 살 수 있어서 다 먹을 수 있고 가격 부담도 적다”고 귀띔했다.

기획행사 상품이나 가격 거품을 뺀 PB상품은 절약 아이템으로 꼽힌다. PB상품은 대형마트 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체상표 상품이다. ‘노브랜드’를 앞세운 이마트 편의점에서 장보기는 절약 유튜버들의 ‘생활비 절감 노하우’로 자주 거론된다. 유튜버 김모씨는 “PB상품은 주로 대용량인데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에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서 자주 구매한다”고 추천했다.

고물가에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편의점들은 가성비 높은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CU는 올해 초 880원 컵라면을 내놓은데 이어 5월 990원 과자를 출시했다. 또 1월에는 1000원짜리 매콤어묵 삼각김밥을 재출시하기도 했다. GS25도 4500원에 왕돈가스 도시락을 내놨다. 특히 돈가스 지름이 20㎝ 이상인데다 두께도 두툼해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김준휘 스낵식품팀 MD는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생활 속 소비 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알뜰 쇼핑을 돕는 가성비 먹거리들을 꾸준히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저가 스낵. 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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