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와 홈택스 [최상현의 정책톡톡]

최상현 2024. 5. 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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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금융기관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국민들을 괴롭혔던 악명 높은 플러그인의 이름입니다.

국세청만 해도 환급금을 조회하려면 15개나 되는 액티브X를 깔아야 했고, 그 기나긴 과정에서 버튼 하나라도 잘못 누르면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2014년 말부터 액티브X 퇴출 운동을 시작했지만, 2019년이 돼서야 공공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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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국세청에서 환급금을 조회하기 위해 설치해야 했던 액티브X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액티브X(Active X)'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금융기관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국민들을 괴롭혔던 악명 높은 플러그인의 이름입니다. 국세청만 해도 환급금을 조회하려면 15개나 되는 액티브X를 깔아야 했고, 그 기나긴 과정에서 버튼 하나라도 잘못 누르면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2014년 말부터 액티브X 퇴출 운동을 시작했지만, 2019년이 돼서야 공공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었습니다.

액티브X는 불필요한 컴퓨터 용량을 잡아먹고, 특정 브라우저(익스플로러) 사용만을 강요하며 해킹과 악성코드에도 취약하다는 단점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퇴출된 지 오래였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끈덕지게 붙어 있었던 이유는 '무사안일주의' 탓이 컸습니다. 국민들이 불편한 것과는 별개로,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선 저렴하고 편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식이었거든요. 관습에 젖은 공공기관들은 "아직 그럭저럭 돌아가는데 왜?"라며 대체 기술을 능동적으로 도입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설득과 노력 끝에 액티브X는 자취를 감췄지만, 국민의 복리보다 행정상의 편의가 우선인 공공기관의 기질은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국세청은 세이브잇, 삼쩜삼과 같은 세무 플랫폼의 데이터 요청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현재 오전 9시쯤부터 오후 6시쯤까지 이들 플랫폼을 이용한 환금급 조회는 불가능합니다. 세무서 운영시간에는 문을 닫아걸고, 운영시간 외에만 문을 열어주겠다는 태세입니다.

국세청 입장은 이렇습니다. '세무 플랫폼이 서버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서 일반 납세자들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원활한 이용을 위해 합당한 제한 조치를 한 것이고, 우리가 민간 플랫폼을 배려해 서버를 증설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세무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일반 납세자들, 즉 국민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환급금을 조회하기 위해 홈택스에 들어가거나 세무서를 찾아갈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이들 플랫폼의 고객입니다. 국세환급금은 5년 시효가 지나면 소멸됩니다. 혁신 스타트업이 만든 기술이 사라질 뻔한 환급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세법에 의한 국세환급금'은 2013년 61조원에서 2023년 103조원으로 10년 만에 40조원 넘게 늘었습니다.

사실 '환급금'이라는 게 발생하는 이유도 역사적으로 행정 편의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800년대초 영국의 헨리 에딩턴 총리는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에 세금을 걷는 '원천징수제'를 도입했습니다. 통장에 소득이 꽂힐 때 이미 세금을 떼어 버리면 조세저항이 발생할 틈도 없고, 세정당국은 제때 세금을 따박따박 걷을 수 있겠죠. 원천징수제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국세청은 우리가 버는 돈에서 세금을 미리 산정해 가져가고, 나중에 '환급금'이라는 이름으로 차액을 돌려주고 있습니다. 즉, 환급금은 '국세청이 주는 돈'이 아니라 '원래 내 돈'입니다.

내 돈을 찾아가겠다는데, 어떤 방법으로 찾아갈지는 납세자가 편한 대로 할 수 있게 돕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오히려 공정한 국세행정을 하고 싶다면 민간 세무 플랫폼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할 합의점을 찾는 것이 올바른 자세일 것 같습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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