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원전 자료 삭제 공무원 무죄, 검찰·감사원 사과해야
대법원이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9일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한발 더 나가 감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월성원전 감사와 수사가 내용은 물론이고 절차적으로도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다.
주지하듯 이 사건은 유병호 감사위원이 2020년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 재직 당시 감사를 주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 월성원전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산업부 공무원들을 기소했다. 문재인 정부가 월성원전의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을 부당하게 축소했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2심은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삭제됐다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하는데 감사원이 엉뚱한 컴퓨터를 디지털 포렌식 대상으로 삼고, 그 결과물 분석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감사 방해도 없었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겨눈 ‘정치 수사’ 성격이 강했다. 감사원이 처음부터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이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나리오에 따라 강압적인 감사를 벌인 정황이 담긴 이른바 ‘유병호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유 감사위원은 전 정권 표적감사 등 숱한 정치 감사 시비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대법원 판단으로 윤석열 정부 원전 확대 정책의 전제와 출발선이 흔들렸다.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의 무죄 가능성도 높아졌다. 검찰과 감사원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내부 감찰에 착수하기 바란다. 윤석열 정부도 원전에 무게 실은 에너지 정책을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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