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회의원에 12·12 가담자까지… 낙하산 끊이지 않는 코바코

윤수현 기자 2024. 5. 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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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창립 후 임명된 사장 14명 중 1명 제외하고 모두 '정치권 경력 有'
언론인 출신 다수이지만 광고 전문가는 없어… "전문성 갖춘 인사 와야"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 사진=Pixabay,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CI.

이백만 사장이 지난달 26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직에서 조기 사임한 가운데,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또다시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81년 코바코 창립 이후 임명된 사장 대다수는 정치권에서 활동한 인물이었다. 광고 전문가가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 경우는 없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코바코지부는 미디어·광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송사 광고대행 업무를 담당하는 코바코는 기획재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코바코 사장은 공모제로 뽑지만 낙하산 인사가 임명되는 관행은 깨지지 않고 있다. 기관 창립 후 임명된 코바코 사장은 총 14명이며, 이 중 정치권이나 정부 부처 경력이 없는 인물은 1명에 불과했다. 국회의원·대선캠프·청와대·정치권·정부 부처 경력이 있는 인물들이 주로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됐다.

국회의원 출신 코바코 사장은 4명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 곽성문 전 사장은 2004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대구 중·남구)이었다. 그는 2007년 17대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지지했으며, 이후 자유선진당에서 활동했다. 2011년 임명된 이원창 전 사장은 2000년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8년에는 민주당 국회의원(14대·비례대표)이었던 배기선씨가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됐으며 전두환 정부 때인 1986년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 하순봉 전 사장은 MBC 기자 출신으로 1981년 민정당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0년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 강동연 전 사장은 1996년 김대중 대통령이 주도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서울 강남구 갑)에 출마했으나 낙선했고, 이후 새정치국민회의 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

대선캠프와 청와대에서 활동한 인물은 4명이다. 지난달 코바코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백만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땐 주교황청 대사를 역임했다. 김기만 전 사장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냈으며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언론특보를 맡았다.

2008년 코바코 사장에 임명된 양휘부 전 사장은 KBS 기자 출신으로 이회창 대선캠프 언론특보, 이명박 대선캠프 방송특보단장을 지냈다. 양 전 사장은 코바코 사장 임기 만료 후인 2012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에 임명됐다. 2006년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정순균 전 사장은 노무현 대선캠프 언론특보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2004년 국정홍보처장을 지냈다. 그는 2017년에는 문재인 대선캠프 언론고문을 지냈으며 2018년 21대 서울 강남구청장에 당선됐다.

▲ 김영삼 정부 이후 임명된 코바코 사장 명단. 클릭하면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미디어오늘

공무원 출신 인물은 1명이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 성낙승 전 사장은 공무원 출신으로 공보처 종합홍보조정실장을 지냈다. 그는 민정당 문화·공보 전문위원이라는 정치권 경력도 있다.

언론사에서 재직하다가 정부 부처로 간 인물은 2명이다.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이었던 김근 전 사장(2003년 임명)은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으로 임명됐다. 이후 방송위원회 위원과 연합뉴스 사장을 지내고 코바코 사장이 됐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 서병호 전 사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후 문화공보부 홍보기획담당관으로 갔다. 그는 공보처 종합홍보조정실장을 거쳐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됐다.

군인 출신 코바코 사장도 있다. 노태우 정부에서 코바코 사장으로 임명된 남웅종 씨는 군인 출신으로, 12·12 군사반란 가담자였다. 12·12 사건 당시 보안사 대공처장(준장)이었던 그는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후 코바코 감사를 지내고 1988년 사장으로 임명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코바코지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기관장은 기본적으로 보은성 인사이기에 낙하산 사장이라는 것 자체를 반대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보은적 성격과는 별도로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기관장으로 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장이 이 보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업무에 대한 의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미디어와 광고에 대한 판을 읽고, 정말 내 회사라는 의욕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인사가 사장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코바코지부는 새 사장 임명 절차 때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낙하산 임명을 피할 수 없었다. 코바코지부는 2014년 곽성문 전 사장 임명 당시 기자회견을 개최해 “코바코는 '정권바라기' 밖에 모르는 인사가 낙하산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으며, 2017년 성명을 내고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어긋나는 사장 후보가 나타난다면 조합은 결단코 막아낼 것”이라고 했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김기만 전 사장이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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