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잉생산? 핵심은 ‘미래산업 주도권’ [특파원 칼럼]

최현준 기자 2024. 5. 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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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생산 문제요? 중국이 잘하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기하는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취재하면서 듣게 된 한 중국 공무원의 말이다.

중국이 전기차·배터리·태양광패널 산업 등에서 과잉생산을 하는 탓에 세계 경제가 부작용을 겪는다고 미국·유럽연합이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중국 당국이나 매체의 태도에선 불안감보다 느긋함, 자신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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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구에서 브라질로 수출되는 중국산 비야디(BYD) 전기차가 화물선에 실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롄윈강/로이터 연합뉴스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과잉생산 문제요? 중국이 잘하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제기하는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를 취재하면서 듣게 된 한 중국 공무원의 말이다. 중국이 전기차·배터리·태양광패널 산업 등에서 과잉생산을 하는 탓에 세계 경제가 부작용을 겪는다고 미국·유럽연합이 한목소리로 성토하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중국 당국이나 매체의 태도에선 불안감보다 느긋함, 자신감이 느껴진다. 최근 프랑스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예 “과잉생산 문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의 이런 자신만만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난달 말 방문한 베이징 모터쇼의 주인공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었다. 현대, 지엠(GM), 베엠베(BMW), 도요타 등 한국, 미국, 독일,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총출동했지만,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생소한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세부 기술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상표를 가리고 보면 독일이나 일본 회사가 만든 차인지, 중국 회사 것인지 알아보기 힘든 자동차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베이징의 샤오미 매장에서도 자신감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샤오미는 최근 전기차를 출시해 주목받았지만,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올해 들어 매장 한면을 가득 채워 전시하는 대형 텔레비전들이다. 55인치 4K급 화질 텔레비전에 1699위안(32만원), 75인치 4K급 텔레비전에 2999위안(56만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다. 한국이나 일본 회사의 비슷한 제품을 사려면 최소 100만원 이상 줘야 하는 것들이다.

지난해 시작된 화웨이의 분전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18년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비틀거렸던 화웨이는 스마트폰 품질을 비약적으로 높이면서, 최근 4년 만에 중국 시장 판매 1위를 한때 탈환하는 등 부활하고 있다.

중국산의 약진과 대조적으로 애플, 폴크스바겐, 테슬라 등 중국에서 잘나가던 서구 회사들의 중국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애플의 중국 매출은 올해 들어 20% 가까이 줄었고, 테슬라 역시 비슷한 수준의 매출 감소를 보이고 있다. 중국 여성·청년들의 사랑을 받던 일본산 화장품이나 스타벅스 커피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한다.

최근 중국산 돌풍을 ‘애국 소비’ 혹은 중국 정부의 비호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의 선전 이면에 정부 차원의 막대한 도움이 있고, 중국인들이 이에 호응해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중국산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세계 글로벌 업체가 경쟁하는 중국 시장에서 정부의 애국 타령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반중 정서가 매우 높은 한국인들이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테무에 몰려가듯, 중국인들도 지갑을 열 때는 애국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한다.

미국과 유럽이 전기차·배터리·태양광패널 등에서 중국의 과잉생산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중국 공무원의 말처럼 이 세 산업에서 중국이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중국이 주도권을 쥔 영역은 기존 제조업에서 녹색산업으로 거침없이 확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세 산업은 한국의 미래 핵심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중국에 관세 장벽을 높이려는 미국이나 유럽연합과 달리, 독일과 프랑스는 이들과 발을 맞추면서 동시에 중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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