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구속 148㎞, NC 데이비슨은 외국인 타자 첫 마운드 등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심진용 기자 2024. 5. 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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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맷 데이비슨. NC 다이노스 제공


NC 외국인 거포 맷 데이비슨(33)은 한때 진지하게 투타 겸업을 고민했던 선수다. 실제로 메이저리그(MLB) 등판 기록도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이던 2018시즌 불펜으로 3이닝 나와 실점 없이 막았다.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골고루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까지 나왔다.

신시내티에서 뛰던 2020시즌에도 불펜으로 3차례 등판해 3.1이닝을 던졌다. 두 경기는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세 번째 등판 때 홈런을 맞아 2실점 했다. LA다저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던 2021년에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그를 불펜 투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MLB 6.1이닝 투구, KBO 등판 가능성은 ↓


그렇다면 데이비슨이 KBO 리그 마운드 위에 오를 수도 있을까. KBO 규정상 외국인 선수 3명 전원을 동일 포지션으로 등록할 수는 없다. 투수 2명·타자 1명 혹은 투수 1명·타자 2명으로만 등록할 수 있다.

다만 일회적으로 외국인 투수를 타석에 세우거나, 외국인 타자를 투수로 등판시키는 건 가능하다. KBO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남은 선수가 없다거나 하는 경우 일회성으로 기용하는 건 문제 삼지 않는다. 다만 등록 포지션과 다르게 꾸준히 기용한다면 KBO 차원에서 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회적 이벤트성 기용이나 남은 자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다른 포지션으로 쓰는 건 가능하지만, 전력에 유의미하게 보탬이 될 만큼 ‘편법 기용’하는 건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외국인 투수를 일회성으로 타석에 세운 사례가 없지 않다. 2020년 5월 7일, 삼성은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를 9회말 대타로 기용했다. 지명타자가 수비에 들어가면서, 투수가 타석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남은 야수도 없었던 삼성은 평소 타격 욕심이 많던 라이블리를 대타로 썼다. 결과는 내야 뜬공 아웃. 2015년 7월 8일에는 KIA 외국인 투수 조시 스틴슨이 타격을 했다. 2020년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명타자가 소멸됐고, 야수 대타 자원도 없었다. 당시 스틴슨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일반적으로 투수가 2명이기 때문에, 투수가 타석에 들어선다 하더라도 ‘동일 포지션 3명 등록 금지’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1명인 타자가 투수로 나서는 건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외국인 타자가 투수로 등판한 사례는 아직 없다.

과거 한 구단이 외국인 타자의 투수 기용을 고민했던 적은 있다. 공교롭게도 지금 데이비슨이 뛰고 있는 NC다. 2019년 당시 이동욱 NC 감독은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의 투수 기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데이비슨처럼 베탄코트도 MLB 투구 경험이 있는 선수였다. 미국 무대로 복귀한 2022시즌에도 MLB 경기에 투수로 올라와 4이닝을 던졌고, 지난 시즌에도 0.1이닝 투구를 했다.

이동욱 감독의 구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KBO 차원에서 내부 회의를 열었고, 불허 결론을 내렸다. 전력에 유의미하게 보탬이 될 정도의 기용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2018년 8월 6일,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타자였던 맷 데이비슨이 구원 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타구속도 151㎞, 압도적 파워에 투수 로망도 여전하지만···


결국 데이비슨이 투수로 실전 등판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팀이 크게 지고 있고, 더 던질 투수가 없는 상황이 돼야 그나마 가능성이 생긴다. MLB의 경우 크게 앞서는 때에도 불펜 소모를 아끼기 위해 야수를 등판시키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문화 차이가 엄연한 KBO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강인권 NC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데이비슨이 투수로도 던진 건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팀이 대패하는) 상황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데이비슨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지금 던진다고 하면 아마 팔이 떨어져 나가겠지만, 투수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팀이 크게 지고 있어야 하는데 괜찮겠냐’는 말에는 “그건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NC가 바라는 건 역시 타자 데이비슨이 뻥뻥 홈런을 때려주는 것이다. 강 감독이 “홈런을 치면 창원NC파크 외야 너머에 있는 대형마트까지 날아갈 것 같다”고 할 만큼 데이비슨의 파워는 압도적이다. 올 시즌 타구 속도 151.1㎞로 단연 1위다. 연장 접전 끝에 6-7로 패한 8일 수원 KT전 때도 동점 홈런만 2차례 날리며 파괴력을 입증했다. 6회 홈런이 125m, 8회 홈런이 120m를 날아갔다.

낯선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선수 다수가 그랬듯 데이비슨 역시 야구 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교 졸업 직후인 2009년 1라운드로 MLB 지명을 받았지만,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대 초반에는 야구를 그만두고, 아버지를 따라 전기기술자가 돼볼 생각도 했다. 투타 겸업을 고민한 것도 결국 빅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지난해 데이비슨은 일본프로야구(NPB)로 무대를 옮겼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은 남기지 못했다. 112경기에서 19홈런을 치고도 타율이 0.210에 그쳤다. 이제 아시아 야구 2년 차, KBO 무대에서 각오가 남다르다. 개막 첫 달 본인의 성적을 평가해달라는 말에 데이비슨은 “아직 도달해야 할 목표까지 오르지 못했다. B를 주고 싶다”면서 “계속 페이스를 끌어올려서 30홈런 이상은 무조건 치겠다”고 답했다. 8일 현재까지 데이비슨은 타율 0.295에 7홈런, OPS 0.966을 기록 중이다.

NC 맷 데이비슨이 8일 수원 KT전 8회초 동점 홈런을 때린 뒤 더그아웃 사진 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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