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산 방음판에 맡긴 수지구 포은대로 방음터널

정재수 2024. 5. 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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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동의 없이 표면압축응력 220MPa→40~80MPa 도면 변경
수지구 적용 방음판 예산보다 절반 이상 싼 금액 제시한 C업체 낙찰
파손 강도 낮아지고 말레이시아 제품 납품에 학생·주민들 안전 우려
포은대로 등 수지구 5개 지역 방음판 교체사업 모두 C업체 낙찰 받아

[아이뉴스24 정재수 기자] 경기 용인특례시 수지구청이 포은대로 방음터널 방음판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포은대로에 공급된 방음판(유리)이 말레이시아산으로 확인됐다.

방음판이 깨질 수 있는 최대 한도인 표면압축응력을 설계사 동의없이 설계도면에서 낮게 변경하고 수지구청이 적용한 방음판 예산의 절반보다 싼 자재가 납품되면서 인근 주민과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수지구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수지구청은 지난 3월 포은대로 방음터널 정비공사 방음판 자재 공급업체로 C업체를 선정했다. C업체는 방음판 가격을 제곱미터 당 6만2530원에 낙찰 받았다.

C업체는 지난 2월 7일과 13일, 26일에 말레이시아에서 유리를 한국으로 들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특례시 수지구 포은대로 방음판 교체 사업 현장. 말레이시아에서 들여온 방음판이 놓여 있다. [사진=정재수기자]

변경 전 설계도면 방음판 상세도 ‘NOTE’에는 ‘벽체에 사용하는 방음판은 압축응력 220MPa(메가파스칼) 이상 제품으로 사용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수지구는 지난해 12월 설계사 동의 없이 내부 관급자재 변경 검토 보고를 통해 표면압축응력을 220MPa 이상에서 40~80MPa이상 제품으로 변경, 적용했다.

또 경제성(구입 금액) 항목에서 제곱미터 당 13만5000원 제품으로 적용했다.

당시 설계를 맡았던 설계사는 “포은대로의 경우 인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대단위 아파트가 인접해 있어 화재는 물론 파손까지 학생들과 주민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최대 압축응력인 220MPa 자재를 적용했던 것”이라면서 “설계사 동의없이 중요 자재를 변경한 것은 설계사에 대한 의견과 현장 여건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설계사는 특히 “설계도면의 NOTE는 설계도면에 표기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설명하고 현장 여건에 맞게 공사가 진행 될 수 있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수지구 담당 팀장은 “설계사 동의 필요없다. 국토부 기준에 합당한 제품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설계사와 합의하고 할 사유가 없는 것”이라면서 “설계사가 다 맞다고 볼 수 없다. 당초 설계에 오류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수지구가 적용한 금액의 절반보다 싼 자재가 공급되면서 품질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수지구가 내부 검토에서 적용한 제품은 ‘강화접합유리’로 제곱미터당 13만5000원을 적용했다. C업체가 낙찰 받은 금액은 제곱미터당 6만2530원으로 7만2470원 차이가 난다.

용인특례시 수지구청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관급자재 변경 검토 보고서'. [사진=수지구청]

이에 업계에서는 예산의 절반보다 낮은 낙찰 금액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경쟁에 의한 최저 금액 입찰이라고 하지만 낮아도 너무 낮다. 말레이시아산 유리는 국내 제품이나 중국 제품보다 품질면에서 더 떨어지는 제품이다”며 “너무 낮은 금액으로 낙찰을 받다 보니 싼 제품을 찾아 공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수지구 담당 팀장은 “말레이시아산 제품이라는 것은 최근에야 원산지 증명서를 확인하고서 알았다. 제품 원자재를 확인하라는 규정은 없다. 없는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면서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원자재를 어디서 수입하든 KS기준에 적합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KS기준에 적합한 강도가 나오고 합격한 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내부 검토에서 적용한 금액보다 낮은 입찰 금액에 대해 담당 과장은 “(C업체가)어느 정도 보고 가격을 써내지 않았겠나. 손해나면서까지 하겠나. 알아서 잘 써냈겠지”라면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최저 금액을 써낸 것은)홍보를 위해서 했다든지, 여러가지 있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한편, 현재 포은대로를 포함해 성복1로, 신대지하차도, 상현지하차도, 성복지하차도 등 수지구청이 발주한 5개 지역 방음판 교체 사업 모두 C업체가 낙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정재수 기자(jjs388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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