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104세 장수 비법…"공부·일 계속하고 감정은 젊게"

송광호 2024. 5. 9.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아"…'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윤 대통령, 전문가들 만나 의견 경청하면 도움 될 것
인사말 하는 김형석 명예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9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00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진짜 인생'이 시작된 건 "대학 졸업(퇴직) 후"였다. 대학에서 일할 때 "강 속을 떠다니는 물고기"였다면 퇴직 후에는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가 됐다. 그는 퇴직 후 삶의 반경이 "더 넓어졌다"고 했다. 9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가진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책은 100년 넘게 살아오며 그가 깨달은 삶의 지혜와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평범한 우리네 일상에서부터 정치, 교육 분야 등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점을 노련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철학자 김형석, 신간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9 scape@yna.co.kr

1920년생인 그는 올해 104세다. 초고령이지만 여전히 정신이 또렷하다. 1시간 반 넘게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거의 쉬지 않고 말을 쏟아낼 정도로 그는 정정했다. 질문을 알아듣기 힘들어 곁에서 써서 준 질문 내용을 읽고, 일일이 답했지만, 말을 하는 데는 막힘이 없었다. "95세 넘으면서부터 소리는 들리는 데 말이 잘 안 들려요. 다 들리긴 하는데 구별을 잘 못합니다."

그는 쓰기로 마음먹었던 '필생의 책'들을 대부분 퇴직 후에 썼다. 4권 중 3권이 퇴직 후 작품이다. 공부도 "더 많이 했고", 글도 "더 많이" 썼으며 교단에도 "더 자주" 섰다. 그는 "늙는다는 건 성장이 끝났다는 것"이라며 "성장하는 동안에는 늙지 않는다"고 했다.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나이가 60~75세인데, 계란 노른자 나이거든요. 그때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철학자 김형석, 백 년의 지혜 모은 신간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9 scape@yna.co.kr

늙지 않는 비법으로 그가 꼽은 건 두 가지. "공부를 계속하고, 일하라는 것"과 "감정을 젊게 가지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도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계속해서 일한다. 신문사 칼럼 같은 동시대 현안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오랜 사색 끝에 내놓은 보편적인 진리나 삶의 지혜를 다룬 에세이 형식의 글을 많이 쓴다. 글을 잘 쓰려면 중국 문인 구양수의 말처럼 많이 듣고, 읽고, 생각하는 '다문다독다상량'(多聞多讀多商量)이 당연지사.

아울러 생각을 젊게 가지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감정이 풍부한 글,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감수성을 키우고, 젊은이들과 교류하면서 '젊은 생각'으로 무장한다. 그런 과정이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의 글과 그것이 없는 사람의 글을 보면, 감정이 풍부한 사람의 글이 더 젊어 보여요…강남 현대고등학교에서 강연이 예정돼 있어요. 학생들과 노는 게 즐겁습니다. 좋아해요. 그래서 나도, 여러분도 늙지 않고, 오래 일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100세 이후에도 여러 종류의 책을 내고 있지만, 그는 의외로 한국어가 약하다고 했다. 25세 전까지는 일제 치하에서 일본어에 오염됐고, 교수 생활을 하면서는 전공 탓에 영어와 독일어에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미묘한 단어를 구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지금도 내가 쓴 글을 보면 개념은 표현했는데, 형용사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단어에 대한 결핍은 그가 계속해서 글을 쓰며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형석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김형석, 백 년의 지혜'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9 scape@yna.co.kr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국내 교육 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는 만약 내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우선 줄 세우기에 급급한 "'수학능력시험'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수능이 학문적 다양성도, 학생들의 사고력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젊은 애들이 고통받고 있다. 아까운 인생을 버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그는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 나오는 "지도자의 무지는 사회악"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학창 시절 가장 공부를 안 한 세대인 운동권 "586세대", 고시를 준비하느라 국제적 감각이 결여된 "법조계 사람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회복할 방안에 대해선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주의가 뚜렷한 건 정당하다고 본다"며 다만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전문가·학자 등을 만나 '티 타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buff27@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